WHERE DOES SASQUATCH LIVE? 소감
Zior Park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인 장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음악 사업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그중에서도 떠오르는 사람은 몇 명 없다. 또한 독자적인 장르를 가지고 있다는 경계 또한 애매하다. 누군가에겐 '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야!'라고 생각되는 아티스트라도 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수많은 한국 아티스트 중에 Zior Park이 독자적인 장르라고 부를만한 아티스트에 부합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꼭 독자적인 장르를 가진 것이 소위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곡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스스로 장르를 창조하는 실험적인 정신을 필요 없다고 치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 아니나, 그것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려고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험적 시도를 하는 사람들의 음악을 끊임없이 찾아들어야 하고, 그들을 세상에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론 좋은 음악을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이며, 장기적으론 음악 시장을 발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Zior Park(이하 지올팍)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이다. 지올 팍은 마치 찰리 채플린, 기괴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팀 버튼과 같은 모던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흥행과 함께 이어진 약간은 섬뜩한 2차 창작들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보여준다. 본인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가 롤 모델이라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분위기를 의도하고 만드는 듯하다. 사운드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내용 또한 비유를 통해 현대 사회를 재밌게 꼬아보거나, 아예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등 가사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한다. 또한 그것을 총망라하는 독특한 부위기의 뮤직비디오 또한 직접 연출하며, 음악에 한정한 것이 아닌 종합적인 예술가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꾸준히 드러낸다.
필자는 지올팍을 소속사인 뷰티플노이즈의 단체곡 [Noise]에서 처음 접했다. 중성적이게 유니크한 높은 톤이 먼저 귀에 들어와 그의 음악을 차례차례 들어보았다. 모든 음악이 최소한 20년은 된 예전 영화를 보는 듯한 씁쓸함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매우 유니크하면서 트랜디한 독자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지올팍의 가장 최근 EP인 [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1]은 그의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dw1LRm1QgGpcvoakCu4F9tNCDGwf1K5s
이 동화책은 Zior Park과 그의 친구들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세상의 것이 아닌 무언가를 본 한 꼬마가 있었어요.
그 꼬마는 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죠.
상상해보세요, 당신이 절대 세상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것이 당신 눈앞에 나타난다면 그 순간을 당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당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죠. 사람들은 그 꼬마를 사스콰치를 쫓는 소년이라고 불렀어요.
그 꼬마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그 꼬마는 아직 그 사스콰치를 쫓고 있어요. 신기한건 그 꼬마와 같은 것을 본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환상을 쫓는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곳이에요. 세상은 그의 환상을 빼앗아 가거든요.
지금부터 그 사스콰치를 본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THE MAN WHO SAW SASQUATCH - Intro
마치 동화 같은 사운드와 함께 시작하는 인트로 내레이션은 이 앨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음악의 성향을 강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사스콰치를 본 남자에 대해 설명하며 첫 번째 곡인 [SASQUATCH]로 넘어가는 부드러운 빌드업에서 감탄을 감출 수 없으며, 특히 이 곡의 훅에서 만들어지는 지올팍스러움은 이미 하나의 독자적인 영역이자 장르로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장르에서 잘 섞이지 않는 여러 악기와 기법을 마구 뒤섞는데, 모든 노래가 비슷한 감성과 분위기를 풍기니 참으로 신기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의 뮤직비디오가 기괴하고 공포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그의 뮤직비디오를 처음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주의가 필요하다.(이 곡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뮤직비디오는 모두 그런 면을 포함하기 때문에 '팀 버튼스러움'이 익숙지 않거나 싫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이롭다.
그의 독특한 세계 구성 능력을 알 수 있는 [BEING HUMAN]은 뮤직비디오와 연계해서 보며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영화를 보는 듯하게 접근하는 전형적인 지올팍의 곡이고, 크루 혹은 친구에 대한 사랑(필자는 이렇게 해석했다.)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풀어낸 [SUNBURNKID], 이 앨범의 성향을 보여주는 듯 팝 성향을 짙게 나타낸 [MAGIC!] 같은 곡에서 지올팍 특유의 분위기와 이런저런 해석을 하며 재밌게 놀 수 있는 가사(원래 모두 영어로 가사를 만들고, 이런저런 비유를 섞어 만들기 때문에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정상이다.)를 통해 그는 EP의 장점을 잘 살렸다. 정규 앨범에서 보여줘야 하는 유기성의 문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만들어진 느낌이 드는 곡 구성은 각각의 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듯하다.
다만 이 앨범은 이전에 들었던 지올팍의 음악에 비해 그의 강렬한 맛(?)이 약간은 희석되고 조금 더 대중에게 한 발자국 다가온 듯한 느낌을 끊임없이 준다. 사운드가 대부분 따뜻해지고, 약간의 기괴+공포 코드를 적어도 사운드적으론 걷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부정적인 팝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론 그의 곡 중 [MODERN FOX]나 [BLACK FIN]과 같이 자신의 색을 많이 들어낸 곡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의 보이스를 더욱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이 앨범은 크리피 함은 조금 덜어내고, 더욱 대중의 마음에 다가오게 만드는 듯하다. 그가 기존에 만들던 음악과의 이러한 차이 때문에 이 앨범이 드롭된 것을 기점으로 지올팍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확신이 들게 된 것도 있다.
조금 더럽긴 해도 웃긴 뮤직비디오가 웃기면서도 약간 역하다. 동성애자 친구와 대화를 하며 쓰게 됐다는 가사도 웃음을 자아낸다. 지올팍의 음악 중 굉장히 마일드하고 팝스럽지만, 그의 아이덴티티는 지켜냈다는 점이 이 곡과 앨범의 요점이 아닌가 싶다. 사운드적으로 그의 앨범이 거듭될수록 자신의 유니크한 목소리를 더욱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며, 이 앨범에 들어선 거의 악기 수준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이 일품이다. 그것은 특히 [FALLING FROM THE SKY]에서 드러나는데, 어쿠스틱 기타와 그 위에 얹어진 특유의 목소리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예전 VHS 캠코더스러운 필터가 음악의 분위기를 특이하게 가져간다. 사실은 뻔하고 평범한 구성인 마지막 곡조 차도 그의 보컬과 특유의 묘한 비트가 꽤나 인상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 무리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어째 글이 앨범이 아니라 지올팍 그 자체를 소개하는 글처럼 되었는데, 앨범에만 집중하자면 상술했던 이야기들의 요약이 될 것 같다. 지올팍스러움을 핵심만 남기고 희석해서 팝스러움을 섞어냈다. 하지만 그것이 돈을 위한 노선 변경(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혹은 소속사가 강제로 바꾼 노선처럼 느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지올팍 특유의 유니크한 보컬, 재미있는 가사, 올드하면서도 트렌디 한 묘한 비트에 직접 연출한 고퀄리티의 뮤직비디오까지 자신의 장점은 전혀 놓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서정적으로 세상에 다가가는 듯하다. 이 앨범의 '무난하게 다가오는 유니크함'은 EP에 성격에 아주 잘 맞는 볼륨으로 다가와 Part.2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그가 바라는 한국에 없는 새로운 갈래의 음악인 것은 충분히 입증한 것 같으니, 꾸준한 활동을 통해 이 점이 대중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이다.
"Zior Park의 세계에 입문작으로 최적"
Zior Park - WHERE DOES SASQUATCH LIVE?. 6.5/10점
ps. 앨범의 평가와 무관하게 라이브가 가능할까? 싶은 그의 특이한 보이스를 라이브로 꼭 들어보길 바라며 이 영상도 링크를 단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235794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