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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H ZETTRIO-Beautiful Flight 소감

    버스킹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버스킹 특유의 느낌을. 물론 우리나라에서 버스킹 문화가 일반화되어있고, 접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그나마 서울권, 그중에서도 예술대학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나 쉽게 접할 수 있지 비수도권 사람들은 굳이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면 평생 보기도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서울, 혹은 해외여행에서 버스킹을 마주한 사람은 그 특유의 맛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딱히 관심 없는 음악도 그 거리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신의 음악을 즐기는 버스커의 태도에서 묘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음악 공연을 찾아다니지 않는 사람도 선뜻 부담 없는 금액을 내게 만드는 그 마력 말이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재즈 버스킹을 굉장히 좋아한다. 유럽에서는 은근히 접하기 쉬운 버스킹 중 하나인데, 주로 잼 세션들이 모여서 온갖 스캣, 임프로비제이션 등으로 거리의 귀들을 사로잡고, 하루 종일 길거리에 음악을 공급하며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는다. 그런 재즈에서 즉흥 연주란 버스킹의 맛을 더욱 가중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한 신선함을 보통 스튜디오 앨범에선 느끼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트리오와 이 앨범을 추천한다. H ZETTRIO(에이치 제트 트리오, 이하 트리오)는 일본에서 결성된 3인조(이름에서 보시다시피) 재즈 밴드이다. 피아노, 드럼, 어쿠스틱 베이스로 이루어진 이 트리오는 코에 이상한 색칠을 하고 중절모를 쓰고 자신들의 재즈를 써 내려간다. 아주 빠른 템포에 신나는 재즈 곡을 주로 내는데, 그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Beatiful Flight]에 대해 알아보자.


https://youtu.be/1m53lVsc2As


    이 곡만 들어도 대략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정말 거리 연주 같은 셋을 하고, 정말 거리 연주를 하듯이 음악을 이어나간다. 팔이 부러질 것 같이 빠른 템포를 소화하는 그들의 연주력과 스트레이트와 임프로비제이션을 마구 오가는 듯한 곡의 구성이 최소한의 규칙만 가지고 마구 연주하는 즉흥 재즈의 맛을 더한다. 정해진 테이크를 녹음한 재즈 앨범에서 이런 느낌은 은근히 드물며, 실력이 밑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앨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https://youtu.be/qZKGcavRhZw


일본 억양이 가득한 "Trio!"로 경쾌하게 시작하는 이 곡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트리오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 강점이란 서문부터 누누이 강조한 버스킹 같은 맛이다. 어그레시브 한 베이스를 마구 달리는 어쿠스틱 베이스, 심벌즈로 곡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며 곡에 리듬을 새기는 드럼, 키치 한 멜로디로 흥을 돋우는 피아노까지, 정말 난잡하면서도 최소한의 규칙으로 서로 엇나가지 않는 거리 재즈의 맛이 듬뿍 담겨있어 신나는 곡이다. 랩과 내레이션 사이에 있는 멤버들의 즐거운 한마디가 중간중간 끼어들어오며 거리다움을 더욱 보충한다.


https://youtu.be/7LR2Pcn6-Ws

    트리오의 음악이 그저 신나고 흥을 돋우기만 하는 음악은 아니다. [あしたのワルツ(내일의 왈츠)]와 같은 곡을 통해 멜로디를 서정적으로 가져가며 J-JAZZ의 느낌을 굉장히 잘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음악은 (대부분의 장르에서 그렇지만) 인디 재즈 씬에서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인디 시장 자체가 크고 방대하며 아티스트의 수도 많기 때문에 그런데, 일본인 특유의 멜로디와 진행이 여실히 느껴지는 곡들이 비일본권 음악가들에게서도 서서히 보이는 것을 보면 그 영향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일본의 인디 음악들은 일본의 냄새가 너무 강해, 그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냥 "일본 노래"라는 인식만 주고 끝나기 마련이다. 물론 이건 그저 그런 K-POP도 가지고 있는 문제인데, 국가적인 색이 너무 전형적이고 뻔하게 나타나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내일의 왈츠]는 일본 풍, 일본 냄새를 가져가면서도 재즈의 정체성을 잘 합쳤다. 이 곡은 일본인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재즈스러움을 잘 결합해 따뜻하게 다가온다. 트리오가 그저 신나고 난잡한 음악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이런 구성을 띄고 있다. 초절정의 기교, 무중력 주법이라는 별명이 뒤따라 붙는 이 트리오는 말 그대로 초인적인 연주를 기반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재즈 특유의 침투력으로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외에 다른 싱글과 앨범에서 서정적인 형태의 곡도 보여주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이 가장 트리오와 어울리지 않나 싶다. 트레이드마크인 색칠한 코와 누가누가 연주를 잘하나 싸우는 듯한 이들의 음악성은 콘서트에서도 극대화된다. 트리오의 공식 유튜브(H ZETT CHANNEL - YouTube)를 방문해 보면 공연 영상도 굉장히 많이 업로드하는데, 필자가 좋아하는 자유분방함의 재즈부터, 정갈한 공연까지 모두 소화해낸다. 이들은 이상한 코와 모자로 유별난 것을 어필하고 있지만, 사실은 재즈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통달하고 일부러 재미를 위해 자신들의 모습을 비튼 것이라는 것은 트리오의 곡을 조금만 들어봐도 느낄 것이다. 

    재즈를 잘 접하지 않았거나, 정적인 재즈만 접한 사람들은 자칫 정신없고 난잡한 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정신없고 난잡함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피아노 멜로디와 자유분방하면서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드럼과 베이스의 즐거운 합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이 앨범과 트리오는 단연코 플레이리스트의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재즈는 자유분방함이다. 트리오를 듣고 별로일 수도 있고, 그다지 신나지 않을 수도 있고, 너무 시끄러울 수도 있다. 그것 또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트리오만의 유별난 흥과 재즈 특유의 자유분방한 거리공연의 느낌이 듣고 싶고, 그립고, 궁금하다면 이들은 놓칠 수 없는 재즈 밴드일 것이다. 삶이 지루하고 우울할 때 한 번쯤 트리오의 앨범을 들으며 활력을 불어넣어 보는 건 어떨까?

"거리 공연의 생동감과 일본 재즈의 아름다움을 합친 수작."

H ZETTRIO - Beautiful Flight. 7.5/10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35177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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