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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XG의 노래들에 대한 소감

SHOOTING STAR, MASCARA, Tippy Toes

    최근에 글이 조금 뜸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뻔한 핑계를 대자면, 귀찮았고, 딱히 쓸만한 앨범도 눈에 띄지 않았고, 무엇보다 음악을 들었다. 그럴싸하다면 그럴싸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음악을 들었다'라는 핑계에 대해 조금 더 말해보자. 얼마 전 한국 힙합 어워즈와 한국 대중음악상 2023이 있었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노미네이트된 대부분의 음악이 내가 예상한 음악들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저런 어워즈, 시상식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런 행사의 권위적인 면모에 압도되어 '이런 음악이 좋은 음악이다!'라는 착각에 빠지고, 수상한 앨범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예찬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그냥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음악,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장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쉽고 간편하게 접하기 좋아서이다. 물론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필자가 잘 알지 못했던 한국 인디 재즈에 있는 걸출한 앨범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했던 250의 [뽕]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11749238

    이 4관왕을 한 것이 기뻤다. 그러한 행사가 지나가고 나서 '결국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을 때 돌아오는 답은 [XG]의 음악이었다. XG는 뭐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음악 외적인 부분은 거르고 에센셜 한 부분만 보자면, 케이팝의 시스템을 차용한 제이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 장르를 X-POP이라고 정의를 내리고는 있으나, SMP와 같은 억지에 가까운 컨셉 잡기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솔직해 지자면 케이팝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제이팝이 아니라 그냥 K-POP이다. 음악들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느낄 것이다. 이건 그냥 케이팝이라는 것을. 더군다나 연습생 교육 과정이나, 마케팅 등 모든 것을 케이팝의 장점들을 답습하고 있다. 언론플레이 의혹, 사장의 혐한 의혹, 뉴진스 저격 의혹 등 여러 가지가 케이팝의 시스템을 이용할 뿐 한국 활동은 그저 세계를 향한 발판 하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논쟁이 있긴 하지만, 그 논란들과는 무색하게 음악은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긴 서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 블로그 최초로 공개된 모든 곡을 묶어서 평점을 매기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3개의 싱글 앨범, 네 개의 곡밖에 없기 때문에 각각의 분량이 너무 적기도 하며, 사실상 하나의 미니 앨범으로 묶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비슷한 컬러를 지녔기 때문이다.


https://youtu.be/aVatpxBTfZs


    필자의 자랑하지 못할 소신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이 좋으면 무죄'라는 것이다. 범죄, 의혹, 논란은 논란이고 음악은 음악만으로 보는 것이다. 한국 활동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나 그런 걸 떠나서 음악 자체만 보자면, 최근에 들은 걸그룹 음악 중엔 손꼽히게 좋았다. 이것보다 좋게 들었던 음악은 딱히 없었다.


https://youtu.be/L7spCJxloLY


    이 외에도 수록곡인 [LEFT RIGHT], 데뷔곡인 [Tippy Toes] 등 모든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트렌드 함을 가능한 쫓으면서 오히려 케이팝에 기본에 충실하다. 최근 아이돌들이 케이팝의 새로운 파도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XG의 이런 케이팝스러움을 아주 잘 이해하고 만들어진 것 같았다. 물론 모든 가사가 영어고, 미국식 팝과 R&B의 요소도 굉장히 많이 차용되었다. 그러나 영어 가사는 최근 한국 음악도 한국어 비중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어서(좋은 흐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히 유별난 점도 아니고, 애초에 케이팝이 미국의 대중음악을 한국적으로 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강한 팝의 색채도 그렇게 유별난 점이 아니다. 한마디로 일본인들이 이해한 케이팝의 정석이 XG의 음악이다. 다만 제이콥스가 사운드에 대한 이해도가 좋아서, 무난한 케이팝에 특이하고 통통 튀는 사운드를 비트 전반에서 아주 매끄럽게 구사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에스파의 음악과 엔믹스의 음악에 굉장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굉장히 좋은 하드웨어가 좋은 음악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음악들을 괴상하고 촌스럽게 뒤섞으며 멤버들의 연습의 결과물이 대중적이지 못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퀄리티가 부족해 보인다는 느낌을 자꾸만 준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17183582


    갓더비트에 관한 글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제대로 된 이해도나 프로듀서진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막무가내로 트랜디함, 미래지향적, 사이버펑크 함을 추구하다가 만들어진 과도한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XG는 후발주자이자 케이팝 시장에 처음 뛰어드는 만큼, 본인들의 색채나 고유함은 일단 접고 최대한 접근성이 좋게 만들어졌다. 그와 중에도 꽤 참신하고 트렌드에 발맞춘 사운드를 오묘하게 끼얹으며 좋은 화합을 만들어냈다. 또한 라이브는 못 들어봤지만, 멤버들의 실력도 당연히 평균은 하고 있다(적어도 녹음본에서만큼은).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놀랐던 것은 노래 전반에 깔린 높은 퀄리티의 랩 파트였다. 아이돌의 랩 파트는 전통적으로 노래 못하는 멤버가 한다, 그냥 구색 맞추기다, 안 하느니만 못했다.라는 평가가 따라붙고, 실제로도 그렇다. 특히 하이브를 제외한 소속사들이 그런 문제가 심각하다 못해 발매하는 음악을 망치고 있다. 스타쉽처럼 랩 파트를 최소화하거나, 잘하는 멤버(레이의 랩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었다)에게 몰아주는 등 그러한 랩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XG는 오히려 랩의 파트가 굉장히 두드러지고, 대부분의 멤버가 랩에 참여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감탄을 하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감탄이 카디비나 니키 미나즈 같은 그런 절대적 수준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이돌 기준으로 보았을 때 굉장히 수준이 높은 랩이고, 적당히 힙합 비트에 올려두어도 어색함 없는 아주 괜찮은 랩이라는 것이다.


    또한 상술했듯, 비트가 굉장히 잘 짜여 있어 과하지 않고 익숙하면서도 트랜디한 색깔은 살아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듣기 편안하면서도 음악적인 부족함도 딱히 없는 육각형 케이팝이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주인인 AVEX는 일본 음반 시장에서도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케이팝과 한국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한국 음악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허를 찔리지 않았나 한다. 누가 과연 일본의 대형 음악 회사에서 케이팝을 차용한 전원 일본인 걸그룹에 이런 고퀄리티 케이팝으로 빈틈을 찔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케이팝도 덜 준비된 실험성에 늪에서 해어 나와서, 아예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케이팝의 정체성을 확립하던가, 이전에 하던 스타일을 갈고닦아 케이팝의 종주국의 확고한 입지를 위한 챔피언 방어전의 자세를 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음악에 내셔널리즘이나 국수주의를 적용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경쟁 속에서 새롭고 즐거운 음악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케이팝이라는 것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이 흐름에 우리나라 기획사들도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XG는 이런저런 논란을 벗어던지고 좋은 음악으로 하나의 아티스트로 자리를 잡기를 빈다.


"케이팝의 정수를 지니고, 트랜디라는 칼날을 숨겨 케이팝을, 종주국을 위협하는 음악."


XG - SHOOTING STAR, MASCARA, Tippy Toes. 7/10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4977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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