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 the beat - Stamp On It 소감
가요계에 걸그룹 어벤저스를 보여주는 듯한 [GOT the beat](이하 갓 더 비트)의 새로운 컴백 앨범이 나왔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1회 성 활동을 하지 않을까 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무려 미니 앨범으로 돌아왔다. 아마 모든 멤버가 SM의 소속된 연예인이기 때문이리라. 갓 더 비트의 데뷔 때부터 어쭙잖은 멤버들과는 거리가 먼, 정말 최종 보스들만 소속된 그룹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받았다. 첫 번째 싱글 [Step Back]은 그것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꽤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실력이라 하면 내로라하는 멤버들을 모아놓고 현재 SM이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음악을 구사한다. 자칭 SMP라고 말하는 SM의 특유의 장르로 점철된 이 앨범은 과연 어떤 것을 들려줄까?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etIQ7dBjyiiz1u41mZPNHrd_Nn7rVU4c
솔직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다. 세간의 평가 또한 필자와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적인 곡의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총괄적인 것을 이야기하자면, 전반적으로 SMP에 가지고 있는 불만과 가리키는 곳이 일치한다. 그것은 촌스럽다는 점이다. SM에서 최종 컨펌을 어느 단계에서 하고 있는지는 내부 사정이기 때문에 모르겠으나, 그 시선이 굉장히 촌스럽다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SMP가 최근 에스파를 기점으로 꾸준히 밀고 있는 메타버스, 사이버펑크(사이버네틱) 함은 굉장히 세련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나 그 세련되려고 하는 노력에서 만들어지는 묘한 촌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마치 과거 모델 한혜진이 촬영했던 '이 세상 커피가 아니다!' 광고처럼 억지 미래 콘셉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EXO 시절부터 즐겨 사용해왔고, 필자가 끊임없이 부정하는 세계관화의 절정을 달리는 에스파를 시작으로 이 기묘한 콘셉트에 재미가 들렸는지, 모든 음악을 'SMP'라는 억지 브랜딩 아래에 마구 찍어내고 있다. 촌스럽지 않으려고 애써서 더 촌스러운 것처럼 [Stamp On It]의 문제는 이 앨범 자체를 넘어서 최근 SM의 행보 전체가 보여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믹스 팝 혹은 하이퍼 팝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듯한 구성이다. 처음에는 SM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케이팝 아이돌 프로젝트 [K/DA]를 벤치마크해 갓 더 비트를 단발성 프로젝트로 기획한 것 같았으나, 무슨 생각인지 프로젝트가 이어졌고, 최근 SMP의 불만족스러운 행보와 만나며 이런 오묘한 앨범이 나오게 된 것 같다.
타이틀곡인 [Stamp On It]은 근본 있는 808 베이스와 클래식한 피아노 라인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악기로 만들 수 있는 세련됨의 한계를 테스트하려고 한 테스트 트랙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테스트 정도에서 머물러 어중간해져 버린 사운드가 되어버렸다. 타이틀에 보통 힘을 가장 주었을 텐데, 힘을 주어서 이상해져버린 것 같다. 상술하였던 SMP의 기묘함에 힘이 들어가 버린 것이 그것이다. 후술할 사이드 트랙들은 괜찮았으나, 이 타이틀이 가장 이상하는 바람에 이 앨범의 전반적인 평가를 깎아내린다. 직접적인 비교는 피하려고 하지만 타이틀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인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권은비의 [Lethality] 와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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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의 구조적 파괴를 노리며 전형적인 벌스 - 브릿지 - 벌스를 벗어나 벌스 1,2 - 브레이크 - 브릿지 - 벌스 2로 넘어가는 재미있는 구성을 띄고 있다. 거친 락 사운드와 공격적인 구성을 사용해 시원함을 주는 것은 있으나, 그것이 전부이다. 뻔한 아이돌 음악의 구성을 파괴한 것이 이 트랙의 전부이다. 그 외에는 사운드가 촌스러워서 그 의미가 퇴색된다. 이것마저 의도했다면 할 말 없으나, 멤버들 사이의 화음도 별로고, 최근 SMP에서 계속 지적하는 랩 디자인이 너무 촌스럽고 구린 것도 한몫한다. SMP의 단점이 너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 한 줄 요약이다. 가사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젠 SMP에서 가사는 포기하고 듣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빌드 업을 가졌으나, 터져 나오는 브라스에 비해 힘 빠지는 코러스가 아쉬운 [Godness Level]은 그냥 무난하게 듣고 넘길 수 있는 댄스 팝이고, SMP 특유의 오글거리고 부담스러운 가사의 정점을 보여주는 [Alter ego]는 사운드적으론 만족스럽고 괜찮았다. 브레이크 비트와 이런저런 베이스 리프가 즐겁게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보컬 파트가 전반적으로 음악에 스며들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NCT127과 같은 보이그룹의 노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점을 남기긴 하나 괜찮았다. [가시(Rose)]는 미니멀한 비트로 R&B 힙합 혹은 싱잉 랩 트랙을 한 가지 정도 가져가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앨범 구성에서 인터루드 역할을 하기 위해 구성된 것 같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 SMP의 랩 퀄리티는 굉장히 부족하고, 싱잉으로 그것을 메꾸고 있으나 시도가 성공하진 못한 듯하다. [Outlow]야말로 이 앨범의 방향성과 갓 더 비트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전반적으로 노래가 세련되고, 사운드적으로도 세련되게 빚어졌다. 제목에 걸맞은 거친 트랙이다. 제멋대로인 베이스 펌핑에 신스를 잘 얹어 거친 Outlow의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힙합을 묻히려고 애쓴 앨범에서 그나마 좀 랩 디자인이 힙합 다웠다. 기리보이나 Minit의 비트와도 유사한 풍미를 풍기며 EDM와 힙합을 적절하게 양념한 괜찮은 트랙이었다. 다만 훅은 괜찮지만 훅의 사운드가 조금 빈약한 감이 들어 묵직하게 유지하던 분위기를 오히려 흐트러뜨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으나, 이것도 곡의 콘셉트라고 하면 이해 가능한 정도이다. 사실상 타이틀곡으로 가장 적합하지 않나 싶으나... 또 그 정도는 아닌 게 안타까운 점이다. MALA는 피리와 808 드럼을 놓고, 빈틈을 베이스가 채워 묘하게 레드벨벳의 음악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하게 짜인 사운드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보컬에 비해 랩의 부실함이 너무 드러나는 트랙이다. 기본 SM 어벤저스인 만큼 뛰어난 보컬 실력도 있으나, 부족한 랩에 대비되어 보컬의 뛰어남이 가장 잘 느껴지는 트랙이기도 한 것이 이중적이다. 여담으로 가사가 가장 직관적인 트랙이다...
앨범 후기의 초반에서 말했듯이 SMP의 이상한 사이버네틱 앨범의 끝을 달려 굉장히 기묘한 타이틀곡과 괜찮은 수록곡들이 오묘하게 비벼진 앨범이다. 최근에 나온 SM의 앨범 중엔 가장 괜찮게 들은 듯하나, 그런 평가도 타이틀이 까먹어 앨범의 평가의 방향을 잃게 만든다. 이 타이틀은 상술했듯 구조의 파괴에 대한 것은 좋게 봐줄 만한 시도이나, 너무 과도기적이고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아예 이런 스탠스로 모든 수록곡도 다 밀고 갔으면 그런 뚝심에 어느 정도는 가산점이 있겠으나, 수록곡에서 오히려 대중성과 무난함을 챙기고 SM이 원하는 '미래적이지 않은 미래지향적 사운드'를 잘 챙긴 거 같아 아쉬움이 든다. 프로듀서가 바란 구조적 파괴는 시기상조 혹은 완성도 부족을 이유로 별로로 들리겠으나,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으니 어째 타이틀곡이 저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또한 프로듀서들의 능력과는 관계없이(실제로 잘 구성된 수록곡의 사운드는 역시 3대 기획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시대착오적인 이사회와 대중성과는 반대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음악 특성을 억지로 걸그룹의 틀에 넣느라 이렇게 꼬인 것이 아닌가 싶다. 타이틀곡에서 실험을 하고 수록곡에서 대중성을 챙기는 특이하고 기묘한 구조 자체는 재미있으나, 실험 그 자체에만 의미가 있는 타이틀과 아쉬운 점이 산재해서 더 아쉬운 수록곡들의 기묘한 동거는 이 앨범의 평가를 힘들게 만든다.
직접적인 비교는 지양한다고 말했으나, 너무 적절한 예시라 언급하자면 뉴진스는 레트로를 지향하며 더욱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임을 보여주나 갓 더 비트는 미래와 세련됨을 지향하려다 되레 촌스러워졌다.
여담으로 가사는 이제 제발 이상한 콘셉트를 버렸으면 한다. 양산형 모바일 게임에서나 볼법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최대한 정리하고, 세계관 이해도 없이도 알아들을 수 있는 가사를 냈으면 하는 생각이었으나, 딱히 그런 것과 관계없는 갓 더 비트도 이런 가사로 만드는 것을 보면, 그냥 SM의 '미래적이지 않은 미래지향적 가사'인 것 같다. 오히려 이 앨범이 바라는 느낌은 굉장히 깔끔하게 잘 뽑힌 앨범 아트가 보여주는데, 아주 전형적인 틀에 박힌 텍스트 위에 거친 그라파티 앨범 아트가 가장 앨범의 지향점과 맞는 듯하다.
"GOT the beat와 SMP는 이 촌스러움을 다음 앨범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촌스럽다는 자각은 하고 있을까?"
GOT the beat - Stamp On It. 5/10점
ps. 솔직히 갓 더 비트라는 이름부터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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