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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pr 11. 2023

NMIXX - expérgo 소감


    이전부터 엔믹스에 관한 글을 여러 번 쓰고 싶었다. 귀찮았다거나 하는 핑계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엔믹스의 음악이 굉장히 애매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평가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나의 내부에서부터 정돈되지 않은 평가가 마구 난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 [expérgo(엑스페리고)]에 와서는 드디어 할 이야기가 생겼다. 그럼에도 필자의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엔믹스 음악은 굉장히 애매하다. JYP는 초창기에 엔믹스를 '믹스 팝'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를 제창하며 음악 시장에 음악을 공개했다. 데뷔 앨범임 [AD MARE]는 아주 괜찮게 들었다. JYP의 트와이스 이후 행보가 궁금하기도 했고, 음악 자체가 썩 괜찮았다. 물론 타이틀곡 보다 [占 (TANK)]를 더 괜찮게 들었긴 하다만 아무렴 어떤가. [O.O] 또한 요즘 아이돌스러운 특이한 컨셉과 가사 또한 그것보다 더 특이한 장르에 묻힐 정도로 강렬한 음악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노래가 현재 케이팝이 겪고 있는 성장통을 성공적으로 견뎌냈는가? 하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엔믹스의 금전적인 성과나 영향력을 보았을 때 실패한 아이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성공한 수준의 성과냐면 그것에도 물음표가 남는다. 그렇기에 다음 앨범인 [ENTWURF]를 굉장히 기대했다. 첫 번째 싱글도 아주 괜찮게 들었고 신선한 부분이 많았지만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믹스 팝이라는 장르를 여러 가지 장르를 번잡하게 섞어 아주 공격적이고 반대중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었다. 믹스 팝이라는 장르보다는 메시 업처럼 느껴지거나, 그냥 마구잡이로 음악을 오려 붙인 느낌이 아직은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와 무색하게 [ENTWURF]에서 굉장히 실망했다. 타이틀곡 [DICE]는 역시나 믹스 팝이었는데, 아주 그럴듯한 음악 전반에 좋게 말하면 정감 가는, 나쁘게 말하면 구시대적인 훅을 깔아버리며 구성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는 전작에서 대중성과 실험정신에서 실패해버린 저울질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이러한 구성을 한 것 같은데, 필자는 아예 믹스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들이밀 거였으면 아예 실험정신에 투철한, 실험정신에 기반한 음악을 해야 하지 않았나 했다. 수록곡인 [COOL]은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뻔한 팝 발라드였다. [DICE]는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블루스 하면서도 아주 세련되게 만들어낸 비트로 굉장히 인상적으로 듣고 있었으나 훅, 즉 하이라이트가 의외로 너무나도 평범하고 대중적인 라인으로 갈아타버린다, 그러면서도 믹스 팝이라는 정체성이 아까웠는지 노래를 이래저래 뒤흔드는데 그런 포인트 전체가 전반적으로 부담스럽고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었던 [AD MARE]을 넘어선 음반 판매량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음원 차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예전 이야기를 끝내고 새롭게 나온 음악에 집중해 보자. 


https://youtu.be/5eh6Vj_vVg4

https://youtu.be/EDnwWcFpObo


    선공개 곡인 [Young, Dumb, Stupid]와 타이틀곡인 [Love Me Like This]이다. 엔믹스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이라면 듣자마자 느낄 테지만 아주 대중적으로 가까워졌다. 애초에 믹스 팝이 아니다. 믹스 팝이라는 장르에 대한 고찰을 하고,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는 것인지 혹은 이번 앨범 한 번만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선공개 곡이자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Young, Dumb, Stupid]는 앨범 설명에는 믹스 팝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믹스 팝이라는 장르 자체가 JYP의 주장일 뿐이고, 우리가 들어온 믹스 팝은 [O.O], [DICE]와 같은 전위적인 음악이었기 때문에 믹스 팝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돌림노래 형식으로 중독성 있는 훅을 이어가며 재미있는 노래 구성을 했기 때문에, 대중음악적인 측면에서 이전의 음악들처럼 문제시되지는 않다. 아무리 믹스 팝이라고 주장해도, 평범한 케이팝, 댄스 팝처럼 느껴지는 이 곡은 이후 공개될 앨범의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에는 아주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노래가 굉장히 멀끔하고 시원하게 딱 떨어지지만 타이틀 감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그러나 타이틀곡에서는 아주 애매해진다. 필자가 생각하는 엔믹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애매함'이다. 앨범 설명에는 리드 싱글 [Love Me Like This] 또한 MIXX라는 표현을 넣어, 믹스 팝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것처럼 암시하고 있으나, 그냥 팝이다. 앨범 설명의 전문을 한번 읽어보자.


타이틀곡 ‘Love Me Like This’는 스트릿 바이브의 바운시한 랩과 R&B 스타일의 보컬 라인을 믹스(MIXX)한 곡으로, 생동감 넘치는 퍼커션 사운드가 돋보이는 업템포 R&B 팝 곡이다. ‘지혜, 사랑, 용기’로 인해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고, 또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의 진정한 연결과 변화의 과정을 담아냈다. 이로써 NMIXX와 NSWER는 철로 만든 심장에 새로운 가능성의 꽃을 피워낸다.
NMIXX - expérgo 앨범 설명 중

    

    엔믹스 특유의 설정은 필자가 음악을 판단하는 요소 중에 단점에 속하는 부분이니 제쳐두고 음악 자체의 설명을 보자면 딱히 틀린 말은 없다. 퍼커션 사운드가 인상적인 업템포 R&B이다. 그러나 엔믹스의 곡이냐 하면 사실 잘 모르겠다. 오히려 케플러나 이달의 소녀의 노래의 분위기를 띄고 있다. 앨범 발매 이후에 작성된 연예 기사들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대중성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JYP 내부에서도 엔믹스의 노래의 대중성 부족 문제를 실감하고 있으며, 그것을 보완했다는 점을 기사의 주제로 내세우는 듯했다. 그들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도록 분명히 대중성은 채워졌다. 앨범 전반에 눈에 띄는 특이점도 딱히 없고, 음악도 썩 나쁘진 않다. [PAXXWORD], [Just Did It], [My Gosh], [HOME] 등 대부분 딱 아이돌의 수록곡 다운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엔믹스가 아이돌 판에서 고유한 포지셔닝이 있는 것인데, 이를 포기한 앨범을 발매함으로써 엔믹스의 자리는 더욱 애매해졌다. 그나마 믹스 팝이라는 장르 외길을 걸으며 나름의 입지를 다지고 있었는데, 이러면 그저 그런 다른 아이돌들과의 차별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음악성 측면에서도 아주 평범해졌다. 또한 다른 앨범들에서도 지적하고 싶었던 면이지만, 엔믹스의 음악에 사운드 디자인이 아주 촌스럽다. 2010년대 중반에나 들리던 과거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기반이 되어있다. Avicii나 Zedd가 현역 DJ이던 시절에도 '예전 사운드'라고 치부되던 사운드로 앨범 전반이 구성되어 있다. 뭐 옛날 사운드라고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쁘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내왔던 작업물은 구성이 워낙 파격적이고 전위적이었기 때문에 사운드에 촌스러움을 지적하기엔 노래가 너무 '탈 대중적'이었다. 그러나 대중성의 테두리로 들어온 지금은 그러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DICE]의 훅을 제외한 파트나 [占 (TANK)]는 굉장히 세련되고 오밀조밀한 사운드가 꽤 인상적이었으나, 지금처럼 평범한 앨범을 낸다면 엔믹스의 메리트는 더욱 지워진다. 수록곡 중에 [HOME]과 같은 곡에선 요즘 Drill 음악에서 유행하는 808 글라이드와 유사한 요소나, 이런저런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엮으며 일말의 엔믹스스러움은 있으나, 딱 그 정도이다. 


    이번 앨범에 엔믹스의 갈팡질팡한 음악성은 JYP의 자승자박의 상황이지 않나 싶다. 믹스 팝을 계속 밀고 가자니 장르라 하기도 애매하고 대중적이지도 않으며 방향성도 엇나가서 전위적이기만 한 음악이 되어버리고, 그러한 음악은 더욱더 수많은 팬을 끌어모아야 하는 걸그룹에는 불리하다. 다만 이번 앨범처럼 굉장히 대중적인 색채를 띄자니 이미 자리를 선점한 동세대 아이돌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 있냐는 것이다. 현재 걸그룹 판을 지배하고 있는 타 아이돌의 자리를 뺏을 만큼의 강점이 없다. 초기 설계부터 미스가 있었던 엔믹스의 이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NMIXX - expérgo. 5/10점


"너무 뒤늦게 옮긴 대중적 노선, 과연 엔믹스는 돌아갈 것인지,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ps. 지금은 사실상 해체한 것 같지만 공원소녀라는 걸그룹이 이전에 있었다. 이후에 글을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 그룹이 아주 비슷한 행보였다. 걸그룹 판에서 보기 힘든 '딥 베이스' 장르를 꾸준히 밀고 나가며 아주 괜찮은 앨범을 여러 개 냈으나, 중소기업 소속사의 한계와 멤버들 개개인의 실력도 덜 완성됐다. 그럼에도 독특한 음악성을 가져가며 아주 좋아하던 아이돌이었는데, 혼자만의 장르를 꾸준히 하고 (물론 마케팅의 부족함도 있었으나) 인지도를 위해 꾸준히 활동을 했으나, 전부다 이래저래 흐지부지되며 지금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 엔믹스도 믹스 팝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돌 판에 새로운 음악을 들고 왔으니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케이팝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5096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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