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 고흐
혼자 술을 마시다 친구들이 생각나 무작위로 연락을 하였어요.
출장을 지방으로 왔다는 친구는 사실 연인과 헤어져서 누구와도 어울리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일 수도 있었어요. 원래 나쁜 일이 있으면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가 그랬어요.
중요한 투자 결정 때문에 관계자를 만나야 해서 바짝 긴장한 친구도 있었어요. 내일 프리젠테이션 날이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냥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통화로 응원을 해주었어요.
아이를 기르고 있는 친구에게는 전화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못 나올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나중에 그 친구 말로는 그날 어떻게든 신랑에게 아기를 맡기고 어디로든 가려고 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그냥 동네 한 바퀴 돌고는 딱히 갈 곳이 없어서 집으로 들어갔다고 해요.
그 말을 듣고는 "알았으면 불렀을 텐데"라고 말해주기는 했지만, 아마도 그때 불렀어도 끝내는 동네 한 바퀴만 돌고는 집에 들어가려고 "못 온다"고 했을 것을, 알기는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