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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요약
본 논문은 준대통령제 담론에서 프랑스식(강대통령형)은 과대대표되고 핀란드식(약대통령형)은 과소거론되는 이유와, 학계·정치권의 선호 분화, 그리고 의원내각제 이행 경로에서의 정책적 선택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분석 결과, 프랑스식은 ‘직선 대통령+책임총리’라는 이중 권력의 제도 실험성, 제4공화국의 혼란을 극복한 혁신의 서사, 동거정부(cohabitation) 등 연구 친화적 사건성 덕분에 국제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반대로 핀란드식은 강대통령제를 점진적으로 의회중심으로 조정·수렴한 모델로, 실질은 의원내각제에 가깝기 때문에 ‘수입 가능한 혁신’이 아니라 ‘내부 전이형’으로 인식되어 주목도가 낮다.
학계 평가는 대체로 강대통령형의 집중·충돌 위험을 비판하고, 총리·의회 책임이 명료한 프리미어형(핀란드식)에 우호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면 정치권은 직선 대통령직의 상징성과 권력 매력 때문에 프랑스식 요소를 선호한다.
한국 맥락에서 ‘완결형 의원내각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할 경우 핀란드식이 제도적 일관성과 책임정치에 더 부합하며, 다만 다당제·연정·협치 문화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선거제 비례성 제고, 건설적 불신임, 대통령 권한의 명문화된 축소, 연정 규범화, 정당 민주화 등 보완 장치가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식’ 명칭은 국내 정치에서 대통령 권한 축소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전략적으로 회피되고,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 강화” 등 모호·중립적 표현이 선호된다.
결론적으로, 목표가 의원내각제의 완결성이라면 핀란드식, 이행의 정치적 수용성을 중시한다면 프랑스식이 현실적 과도기 안으로 평가된다.
Part 1. 왜 프랑스식은 널리 논의되고, 핀란드식은 거의 거론되지 않는가
1. 제도적 “매력”의 비대칭
- 프랑스식 준대통령제(제5공화국형)은 ‘강한 대통령 + 책임총리’라는 이중 권력 구조로, 대통령 직선제의 민주적 정당성과 내각책임제의 안정성을 절충하려 한 제도 실험성이 돋보인다.
- 반면 핀란드식 준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존재하지만 내치는 총리 중심으로 운영되어, 실질적으로는 의원내각제와 큰 차이가 없다.
- 따라서 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차라리 내각제를 택하면 될 일을 왜 굳이 대통령 직선을 유지하느냐”는 실용적 의문이 따라붙는다.
- 결과적으로 ‘혁신적 실험 모델’ vs ‘점진적 조정 모델’이라는 대비 속에서 프랑스식이 정치학적·정치적 매력을 독점하게 되었다.
2. 역사적 맥락의 차이
- 프랑스식 모델은 제4공화국의 무정부적 내각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드골의 정치적 창안물이다. 혼란 극복의 상징이자, 강력한 국가 재건의 모델로 세계에 소개되었다.
- 핀란드식 모델은 반대로 강한 대통령제를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냉전기 안보 상황에서 대통령 중심 외교가 필요했지만, 이후 의회민주주의의 강화와 함께 대통령 권한이 축소되었다.
- 즉, 프랑스는 ‘혁명적 창안’, 핀란드는 ‘점진적 조정’의 산물로, 전자는 모델로 수출되었고 후자는 국내적 조정사례로 남았다.
3. 정치인의 이해관계
- 정치 엘리트 입장에서 프랑스식은 “권력의 집중을 보장하는 매력적 구조”다. 대통령이 외교·국방·의회 해산권 등 핵심권한을 유지하면서, 총리를 임명·교체할 수 있다.
- 반면 핀란드식은 대통령이 실질적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못하며, 국정의 실무는 총리와 의회가 담당한다. 즉, 정치인의 욕망을 자극하지 않는 제도다.
- 결과적으로 개헌 논의나 제도 수출 과정에서 핀란드식은 정치적 매력도가 낮아 채택 논의에서 배제된다.
4. 학문적·언론적 주목도의 불균형
▶ 프랑스식은 “이원집정부제의 권력 충돌(cohabitation)”이라는 드라마틱한 사례를 다수 제공한다.
- 예: 미테랑–시라크, 시라크–조스팽 시기.
- 학문적으로 연구하기에 흥미로운 현상(갈등, 균형, 제도적 탄력성 등)을 풍부하게 제공한다.
▶ 핀란드식은 권력 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안정적 체제이므로, 연구소재로서의 긴장감이 부족하다.
- 안정성은 장점이지만 학문적 주목도는 낮다.
5. 결론: “모델”이 아닌 “전이형 제도”로 남은 핀란드식
- 핀란드식 준대통령제는 실질적으로 의원내각제로의 전이형 모델, 즉 hybrid에서 parliamentary로의 과도기적 형태로 인식된다.
- 따라서 “수입 가능한 제도”로 간주되기보다는 “내부 조정의 산물”로 연구된다.
- 반면 프랑스식은 혼합체계의 완결형으로 제시되어, 제도 수출·정치개혁·헌법논의에서 표준 모델의 위상을 확보했다.
Part 2. 학계의 평가 및 선호 경향
1. 일반적 평가 기조
- 학계는 대체로 ‘대통령 권한이 강한 모델(프랑스식)’의 불안정성과 권력집중 위험을 지적하는 경향이 강함.
- 반면, ‘의회 중심으로 균형이 조정된 모델(핀란드식 또는 프리미어형 준대통령제)’을 상대적으로 안정적·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는 연구가 많음.
※ Tapio Raunio, “A Parliament in a Semi-Presidential System (Finland)” (PSA, 2020)
→ 핀란드식은 내정 권한을 내각에 이양함으로써 사실상 의원내각제적 거버넌스를 확립. 정치적 책임성과 협치문화가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
※ Maarika Kujanen, “Popularity and Power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4)
→ 대통령 권한이 약할수록 국민 신뢰·지지도가 높고, 정국 갈등이 적다는 실증 결과 제시.
※ Åberg et al., “Comparative Semi-Presidential Database (CSPD)” (Springer, 2024)
→ 준대통령제 유형 중 ‘프리미어형(premier-presidential)’이 ‘프레지던트형(president-parliamentary)’보다 제도 지속성과 정치 안정성이 높게 나타남.
※ Navarro (2024), “Not so Weak After All” (SpringerLink)
→ 프랑스식은 제도적 집중성이 높으나, 권력충돌(cohabitation)로 인한 정부 교착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존재함을 지적.
▶ 프랑스식(강대통령형)과 핀란드식(약대통령형) 준대통령제의 비교 서술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는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며 내각을 통제하는 구조로, 제도 도입 초기에는 불안정한 내각제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두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과 총리 간의 권력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이중 권력 구조의 불안정성”은 특히 동거정부(cohabitation) 시기마다 제도적 긴장을 낳았고, 제도적 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민주적 책임성 면에서도 프랑스식은 대통령 중심의 정치 운영으로 인해 책임의 귀속이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자주 지적된다. 대통령이 내각을 임명하지만 국회가 내각을 불신임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반면 핀란드식은 내각과 의회 중심의 체제로 운영되며, 총리가 실질적인 내정의 책임을 지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 구조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도적 유연성 측면에서 보면, 프랑스식은 위기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대통령이 외교·안보 등 핵심 분야에서 신속히 결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므로, 전시나 국가적 위기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용이하다. 반면 핀란드식은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되어 있어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평시에는 제도적으로 효율적이며 협치에 유리한 구조를 유지한다.
학문적 평판을 보면, 프랑스식은 “역사적 실험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제도”로 평가된다. 드골이 창안한 제5공화국 체제는 제도적 혁신이었으나, 이후 여러 국가에서 모방되며 오히려 권력집중과 민주주의 후퇴를 초래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핀란드식은 대통령 권한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의회의 통제 기능을 강화한 결과, “지속가능한 절충형 모델”로 학계에서 평가받는다.
종합적으로 보면 학계의 전반적 선호는 프랑스식보다는 핀란드식에 가깝다. 프랑스식은 정치적 역동성과 상징성이 강하지만 제도적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비판적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핀란드식은 민주적 책임성과 제도 안정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우호적 평가를 받는 체제로 자리 잡고 있다.
※ 정리: 학계는 “핀란드식”을 이상형으로 보진 않지만, 대통령 권한이 제한된 ‘프리미어형 준대통령제’ 또는 ‘의원내각제적 준대통령제’에 더 우호적이다.
2. 정치권의 선호 및 이해관계
▶ 정치인의 권력 인식
- 정치인은 권력의 집중을 선호한다.
· 직접 선출되는 대통령직은 국민적 정당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 따라서 프랑스식처럼 대통령에게 실질 권한이 집중된 제도가 정치적 매력도가 높음.
- 반면, 핀란드식은 대통령이 상징적 존재로 남아, 실질적 권력은 총리와 의회에 귀속된다.
· 정치인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하더라도 힘이 없는 자리”로 비춰져 유인효과가 낮음.
※ 프랑스형 도입 논의는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한국 등지에서 “대통령 직선제 + 책임총리제”의 이름으로 반복적으로 제기됨. 그러나 대부분은 실질적으로 대통령 중심제 강화 논리에 귀결되었다.
▶ 정치적·심리적 요인
- 대통령직의 직선제 정당성은 정치인에게 ‘제도적 보상’이 된다.
- 반면, 핀란드식의 대통령은 내치 개입권이 적어, 상징직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
- 따라서 현실 정치인들은 프랑스식, 특히 ‘대통령-총리 병존형’을 선호함.
※ “정치인은 프랑스식, 학자는 핀란드식”이라는 표현이 통용될 만큼, 제도 안정성보다 권력 매력도가 선택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3. 결론: 학계의 신중함 vs 정치의 유혹
- 학계는 “핀란드식(혹은 프리미어형)”을 더 민주적·책임정치형 제도로 본다.
- 정치인은 “프랑스식(대통령 중심)”을 더 현실적 권력 모델로 본다.
- 결과적으로, 개헌 논의에서 학자는 “책임과 견제 중심”을, 정치인은 “직선과 권력 중심”을 선택한다.
- 이 괴리는 ‘한국형 준대통령제’ 논의에서도 여전히 미묘한 긴장축이라 할 수 있다.
Part 3. 한국 학계에서는? (완결형으로 본다고 할 경우,)
1. 표면적 인식: “프랑스식이 더 익숙하다”
-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혼합형 모델이자, 헌법학 교과서의 표준 사례다. 학계 내부에서도 “준대통령제(semi-presidentialism)”라고 하면 곧 드골식 프랑스 모델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국 학자들도 연구·비교의 출발점을 자연스럽게 프랑스식으로 삼게 된다.
- 즉, “이론적 습관으로 인한 선호”.
2. 제도적 실현 가능성: 한국의 정치구조에 맞춘 ‘현실적 선택’
- 핀란드식은 다당제·연정 문화가 기반일 때 안정적으로 작동. (양당제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당제에서 최적화. 이는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유연분권이라 양당제에서도 어느 정도 작동할 것으로 예측하는 견해가 많다. 정국 교착은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보는 것.)
- 하지만 한국은 양당 대립·대통령 중심 정치문화가 뿌리 깊다.
- 따라서 권한을 고정적으로 60:40으로 나누는 핀란드식은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곧 정국 교착·책임공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다만, 핀란드식 양당제를 운영할 때 정국 교착으로 시끄러워지더라도, 사실 현재 대통령제에서 여소야대일 때 해결점 없이 무한 대치하는 것보다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학습을 위한 발전적인 교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그 정도가 대통령제에 비하면 심하지 않다고 본다.)
- 이에 반해 프랑스식은 권력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이동.
- 예컨대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르면 권력이 총리로 이동하고, 같으면 대통령이 주도권을 행사. (그래서 의원내각제로의 이행을 염두에 둔다면 부정적인 면이 있다. 그대로 고착화되거나, 대통령제로 퇴행할 여지가 크다. 동유럽의 권위주의 정권도 이렇게 탄생했다.)
- 이 구조는 정치 교착을 완충하는 장치로 평가되어, 현실적으로 한국형 절충안을 구상할 때 학계가 “프랑스식 요소를 가미하자”고 제안하는 이유.
3. 안보·외교 요인: ‘강한 대통령’의 필요성 (우리의 습관)
- 한국의 분단 현실과 외교·안보 중심 국정 구조는, 대통령에게 일정 수준의 통일·외교 리더십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
- 프랑스식은 바로 그 점을 제도적으로 설계한 모델이므로, 학계에서도 “한국의 안보 맥락에는 프랑스식 구조가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4. 정치문화와 협치 역량의 차이
- 핀란드식은 제도보다 정치문화의 성숙이 뒷받침될 때만 작동. (시끄러워도 지금처럼 대통령제에서 극한 대치하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 의원내각제로의 이행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과도기의 문제를 극복하는 로드맵이 명확해야 대통령제로의 퇴행을 하지 않을 수 있다.)
- 의회와 내각이 타협을 통해 책임정치를 수행하는 문화가 필요.
- 한국은 타협보다는 대결과 정당 중심 정치가 강해, 핀란드식의 “고정분권형”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 작동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진다.
- 결과적으로 학계는 핀란드식을 “민주주의적으로는 우수하나, 한국 정치 현실에서는 작동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5. 결론
- 따라서 “학계가 프랑스식을 분명히 선호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에 ‘핀란드식보다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모델’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 양당제와 분단 상황에 맞는 제도적 유연성
· 대통령 중심 정치문화에 대한 제도적 적응성
· 국제적으로 축적된 이론·사례의 풍부함
- 즉, 이념적으로는 핀란드식, 현실적으로는 프랑스식이라는 이중 평가가 한국 학계의 일반적 태도에 가깝다.
Part 4. 의원내각제로의 전환 시, 프랑스식 vs 핀란드식 비교 및 선택
1. 기본 판단
- 의원내각제로 이행하려는 국가가 준대통령제의 틀 안에서 선택지를 검토할 때, 프랑스식(유연분권형)보다 핀란드식(고정분권형, 의회중심형)이 원리적으로 더 적합하다.
- 그 이유는 의원내각제의 핵심 가치가 의회의 책임성·연정협치·권력 분산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식은 대통령 중심성이 남아 있어 “준(半)대통령제의 잔재”를 완전히 탈피하기 어렵다.
2. 제도적 일관성 측면
- 프랑스식 준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이원집권(hybrid dual executive) 구조다. 이 모델은 대통령 직선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내각의 책임정치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권력의 양분이 지속된다. 따라서 의원내각제로 전환할 때 대통령제적 유산(직선·해산권·긴급권)을 그대로 끌고 가는 불일치가 발생한다.
- 반면 핀란드식(총리 중심형)은 이미 내정의 모든 실권을 의회 다수파·총리에게 귀속시킨 구조다. 즉, 의원내각제로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거리(distance)가 짧다. 대통령 권한을 완전히 의전화(상징화)하면 곧바로 순수 내각제와 구조적으로 일치한다.
→ 결론: 제도적 일관성 면에서는 핀란드식이 의원내각제로의 이행에 훨씬 자연스럽다.
3. 정책 책임성과 권력 귀속의 명확성
- 의원내각제는 “정책의 성공·실패가 곧 의회의 책임”이라는 정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 프랑스식에서는 대통령이 존재하는 한, 정책 실패 시 책임소재가 분산된다. (예: 대통령–총리 간 상호비난, 동거(cohabitation) 시 책임 불명확)
- 핀란드식에서는 대통령이 정책결정에 개입하지 않으므로, 정책 결과의 책임이 총리 및 의회 다수파에게 명확히 귀속된다. (문제는 과도기로 대통령 우위 60% 방식일 때다. 이때는 불안정성이 있는 편이지만, 반드시 이를 퇴행의 빌미로 삼지 말고, 총리 우위형 이원집정부제로 단계적 전환을 한 뒤, 준의원내각제나 의원내각제로 귀결되어야 한다. 합의가 있다면 대통령 우위형 이원집정부제는 하지 않아도 된다.)
→ 결론: 정치적 책임의 명료성 측면에서도 핀란드식이 의원내각제의 철학과 부합한다.
→ 한국의 경우 정치적 전환 과정에서는 프랑스식이 과도기 모델로 현실성이 있으나, 의원내각제를 목표로 한다면 핀란드식이 궁극적 방향으로 적합하다.
4. 프랑스식의 장단점
▶ 장점
- 위기 대응력·결단력 유지(대통령의 신속한 외교·안보 대응 가능)
- 국민직선 정통성 유지로 제도 전환에 대한 대중 수용도 상대적으로 높음
▶ 단점
- 대통령와 총리 간 권력 충돌, 이중 책임구조, 동거정부(cohabitation) 시 불안정
- 대통령 중심 정치문화가 잔존 → 의원내각제 전환의 취지 약화
- “대통령제의 변형판”으로 인식되어 제도 정합성 저하
5. 핀란드식의 장단점
▶ 장점
- 내치 책임이 총리와 의회에 집중 → 정치책임 명확
- 대통령은 외교·상징 역할로 제한 → 권력 집중 방지
- 제도적 구조가 의원내각제와 일관성 높음
- 연정 협상·합의정치 기반으로 정책 지속성 확보
▶ 단점
- 연정 실패 시 정국 교착 위험
- 다당제·협치 문화 미정착 국가에서는 안정성 확보 어려움
- 대통령의 완전한 축소에 따른 대중적 설득력 부족 가능성
6. 핀란드식 모델 도입 시 보완해야 할 핵심 장치
▶ 선거제 개편
- 비례성을 높이되 과도한 파편화 방지를 위해 최소 득표율 기준(3~5%) 설정.
- 비례+지역 병립형 혹은 연동형 혼합제 검토.
▶ 건설적 불신임제
- 불신임 시 새 총리 후보를 동시에 제시하도록 하여 정부 공백 방지.
▶ 대통령 권한의 명문화 축소
- 해산권·긴급권·입법거부권은 폐지 또는 의회 동의 요건으로 제한.
- 외교·국방 등 상징적 역할만 유지.
▶ 연정·협치 안정화 규범
- 거국내각·위기내각 구성 절차를 명문화하고, 협상 시한·절차를 제도화.
▶ 정당민주화 및 제도적 책임성 확보
- 정당보조금·공천 규칙·윤리규정 등을 법제화하여 정당이 국정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함.
7. 결론
- 따라서 “의원내각제의 종착점”을 목표로 할 경우 핀란드식이 더 적합하며, “대통령제에서 점진적 전환을 시도할 경우”에는 프랑스식이 현실적 과도기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 결국 선택은 “목표가 어디인가”에 달려 있다. 제도적 완결성(의회중심)을 중시한다면 핀란드식, 정치적 이행 가능성(단계적 전환)을 중시한다면 프랑스식이다.
Part 5. 한국에서 ‘핀란드식’이라는 표현이 기피되는 이유
1. 개요
한국의 개헌·정치제도 논의에서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용어는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그 하위 유형인 “핀란드식 준대통령제”라는 명칭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학문적·문화적 맥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2. 현실 정치적 부담: ‘대통령 권한 축소’에 대한 거부감
- 한국에서 “이원집정부제”라 하면 대중은 즉각적으로 ‘프랑스식 드골 모델’, 즉 강력한 대통령형 체제를 연상한다.
- 반면 핀란드식은 내치의 실질 권한이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외교·안보 중심의 제한적 권위를 가진다.
- 이 때문에 ‘핀란드식’이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대통령을 직접 뽑는데 힘이 거의 없는 자리냐”, “결국 내각제로 가자는 거냐”라는 대중적 오해와 반발이 생긴다.
- 정치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반발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 권한 약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을 회피하고, 대신 “책임총리제 강화”나 “분권형 대통령제”처럼 포장된 용어를 택한다.
- 이는 유권자와 정당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언어 선택이다.
3. 학문적 관행: ‘국가명 모델’ 대신 개념어 사용
- 정치학계에서는 국가명으로 제도를 지칭하는 것을 점점 피하는 추세다.
- 특히 핀란드식 준대통령제는 특정 시기의 헌법 개정(특히 2000년 이후)을 통해 형성된 ‘총리 중심의 고정분권형 이원집정부제(fixed-power sharing semi-presidentialism)’로 분류된다.
- 따라서 학자들은 ‘핀란드식’보다는 ‘총리중심형 준대통령제’ ‘프리미어형(premier-presidential system)’ ‘고정분권형(fixed division model)’ 같은 개념적 분류어를 더 선호한다.
- 이는 비교정치학적으로도 “핀란드가 한국과 맥락이 같은가?”라는 질문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분석적 중립화 전략이다.
4. 정치문화적 조건의 차이
- 핀란드는 다당제·연립내각·협치문화가 사회적으로 깊게 뿌리내린 국가이다. 총리가 중심이 되어도 여야 간 타협과 의회 운영이 가능하다.
- 반면 한국은 양당제·대통령 중심 정치문화·강한 직선 정통성이 결합되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핀란드식’ 모델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며, 이를 그대로 차용하자는 주장은 “한국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박을 초래한다.
- 결과적으로 정치적 설득력을 잃게 되어, 학계나 언론에서도 ‘핀란드식’이라는 직설적 표현을 자제하게 된다.
5. 전략적 모호성: 합의를 위한 언어적 중립화
- 개헌 논의의 특성상, 명확한 모델보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표현이 합의 형성에 유리하다.
- “프랑스식 vs 핀란드식”처럼 구체적 구분을 제시하면 권력 배분 문제로 즉시 정치적 대립이 발생하고, 특정 진영이 “대통령제 해체 시도”로 몰릴 위험이 있다.
- 따라서 학자와 정치권은 일부러 ‘핀란드식’이라는 명칭을 희석시키고,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의 한국형 절충안” 등 전략적으로 중립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 이는 제도 논의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언어의 전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6. 결론
‘핀란드식’이라는 표현이 회피되는 이유는 단순히 제도의 생소함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대통령 권한 축소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 학문적 중립성을 중시하는 개념어 사용 습관, 한국 정치문화의 협치 취약성, 정치적 합의를 위한 전략적 모호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핀란드식”은 제도의 내용보다 ‘정치적 언어의 상징’이 되어버린 용어이며, 한국에서는 그것을 직접 말하기보다 “분권형”이나 “책임총리제 강화”라는 간접적 표현을 통해 암묵적으로 지향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