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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r 19. 2024

여자는 농부였다

삼행시

 여- 자는 농부였다.

 름- 름한 장정 한두 명쯤의 몫은 너끈하다는 농담 아닌 농담으로 그녀를 지칭하곤 하였는데

 이- 윤을 극대화하는 선진 농법을 마을 농사에 적용하고, 온라인 장터를 연결해 도매업자들 중간 마진을 빼고 농가의 소득을 높였다는 게 확실해지면서, 사내들은 “엇! 뭐여 이거?”라고 반응을 보였다. 그때부터 여자의 별명은 

 었- 나가면 안 된다, 였다. 정확히 하자면 그녀의 별명은 ‘엇’이었던 셈이다. 엇나감이 생기면 마을에 나쁜 일이 생긴다는 농담이었으므로, 여전히 여자를 농담으로 기억하였지만, 긍정적으로 바뀐 셈이었다. 

 습- 한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는 보통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몰려들어 막걸리를 마시거나 노름판을 벌이곤 하였다는데, 여자는 

 니- 들이 그러니 배짱이란 소리를 듣는 거여, 라고 호통을 치더니

 다- 들 모이게 해서는 이번 농사에서 변화된 농사 기술을 공유하게 한데다가, 때로는 놀러가고자 하는 고장과 연결하여서는 서로 먼 고장 농부들과 유대를 맺게도 하였다. 

 

 지- 랄은 무슨 이런 화려한 지랄이여, 라며 이러한 일들은 이장님이 하시는 거지, 

 금- 줄도 못 걸어본 것이, 사내는 어디 갖다 처박아 두고, 마을을 활개치고 다닌다면서

 은- 제 한 번 내가 저것을 혼줄 내줄 것이여, 라고 호언하는 것이었다.

 

 비- 속어는 차마 기록하지 아니하였으나, 실은 온갖 쌍욕을 섞어가며 그녀를 힐난하였다. 자기가 무슨

 록- 스타라도 되는 줄 아는지. 

 

 겨- 자를 입에 문 것처럼 쉽사리 눈물이 잔뜩 고이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도 귀담아 들어주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제멋대로 농사를 짓다가 그해 농사를 다른 이보다 훨씬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그리 눈물까지 흘리며, 그녀에게 하소연했던 것이다.

 울- 애기보다 못한 담력을 가지고

 이- 때는 어찌 당당하게 사내임을 드러내던지

 지- 루한 자들은 원래 목소리라도 크게 내려는 법이다.

 만- 사에 자랑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기 덩치밖에 없었다.





- 전여빈 인스타그램 문구, 세로글 인용: "여름이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겨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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