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
양- 주를 땄다. 소주로 선방하려 했건만
자- 고로 남자는 양주라면서 예상치 못하게 치고 들어오는 입심에 휘둘려
역- 공 당하고 말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계약서에 서명을 받아내려면 갑의 얼굴이 두 개로 보여선 안 된다. 흔들리는 모습으로 존재하며 두 명의 모습이 겹치다가 하나로 명료해지기를 반복했다.
학- 실히 일을 이루기 위해 정신을 잃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눈을 부릅떴다. 갑의 모습이 하나로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관측하는 순간, 둘처럼 흔들리며 퍼져있던 잔상이 사라지고 하나의 모습이 내 앞에 앉아있었다. 결코 취할 수 없었다. 약자역학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