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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점: 맹아기(1)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 이론편

♬ 실천편

♬ 침체기

♬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우선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재즈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었고, 아직 우리나라에 출판된 재즈 관련 교양 서적을 감당할 수준이라고 여겨서 그랬을까요?"
- “내가 어떤 것을 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무엇이라도 써서 책으로 만져보고 싶었죠.”
- "하지만 희망과 함께 암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재즈를 쓰면서 저는 ‘그럭저럭 흉내내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죠. 딜레탕트라고 할까요? 그래도 재즈 감상자라 표현했기에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과연 딜레탕트가 어떻게 글을 써야 출판할 가치가 생기는 걸까 글 쓰는 내내 고민하기도 했었죠."





IMG_2615.PNG ◑ 저술 목록의 흐름


지- 리멸렬한

향- 수병이었는지,

점- 멸하는 희미한 불빛 따라 걸어도 마을에 쉬이 당도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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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화점: 맹아기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하였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을 보았던 즈음 저는 소설가 지망생이었어요. 그리고 잠시 재즈 책을 쓰고 있었죠. 소설이 아니더라도, 써보고 싶은 소재가 있었거든요.


[나, 희원이]
“그때는 대책 없어도 된다고 믿었던 20대 후반이었지요. 아니다. 막 서른이었을까요? 서른 즈음엔 모든 게 안정을 향해 나아가야 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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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재즈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었고, 아직 우리나라에 출판된 재즈 관련 교양 서적을 감당할 수준이라고 여겨서 그랬을까요?

일단 언젠가 쓰고 싶었던 재즈를 먼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문우들과 함께 소설을 쓰고는 있었지만, 합평을 받으면서 언제 될지 모를 소설 공부를 하는 것에도 회의가 들 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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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3년이랄까요? 대학 다니거나 직장을 막 다니면서 틈틈이 소설 습작을 했죠. 투고도 별로 하지 않았고, 사실 그대로라면 그냥 소설 쓰기를 중단하는 게 현명해보였습니다. 간혹 좋게 봐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스스로 확신이 없었지요.

특히나 장편을 쓸 수 있을지 모른 채, 습작만 1편 써두고, 단편도 10여 편 쓰고 나니 그 상상력의 가벼움이랄까요, 잔혹함이랄까요.


왜 이런 상상만 나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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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눈에 띄면서,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강박 탓에 자극을 추구하는 것 같아, 소설 쓰기에 관심이 시들해졌던 거죠. 재능의 한계였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계속 쓸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가운데 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습니다. 그게 재즈 책을 저술하게 된 주요 동기입니다.


“내가 어떤 것을 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무엇이라도 써서 책으로 만져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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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진이 빠지는 것 같네그려.


그리고 재즈 관련 저술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를 최대한 빨리 뽑고, 퇴고 작업에 들어갔죠. 저를 지치게 할 만큼 글에 몰입했습니다. 내 생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했죠.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면서요. 다시는 이렇게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퇴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와 맞는 글 형식이란 생각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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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는 퇴고를 못하겠더라고요. 초고를 써놓고 나면 적당히 퇴고하고 마무리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아무래도 제가 글을 제대로 고칠 수 없다는 자괴감에도 빠졌죠.


[자괴감을 느끼는 나]
“어우, 재능 없음! 어쩌면 바로 알아서 다행일 거야. 다른 일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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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보면 인문적 교양 저술 형식에선 나름대로 희망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희망과 함께 암울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재즈를 쓰면서 저는 ‘그럭저럭 흉내내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죠. 딜레탕트라고 할까요? 그래도 재즈 감상자라 표현했기에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과연 딜레탕트가 어떻게 글을 써야 출판할 가치가 생기는 걸까 글 쓰는 내내 고민하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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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글을 안 쓰면 되겠지만, 이미 글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장기적으로 보면 저술을 위해서라도 대학원을 갈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재즈학과는 아닌 다른 전공일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하면서요.

아니면 소설을 다시 붙들 것도 생각했었지만, 당시에는 소설을 잠시 밀어내고 있었어요. 정체기였죠.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 저만의 ‘셀링 포인트’를 만들어내야만 했어요.


지나가다 한 번은 돌아보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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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제가 어떤 특이한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요소도 적었어요. 그러니 재즈를 듣는 감상자로 가벼운 에세이를 쓰는 것도 애매했습니다. 그건 하루키와 같은 작가가 쓸 때나 의미 있을 것으로 보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해서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교양 서적을 공부하듯 쓰자고 결심했었죠.

우리나라에 있는 재즈 관련 역사서는 웬만큼 읽은 상황이라 금방 초고를 뽑을 수 있을 듯했어요.


“평론가가 아니라, 감상자가 쓴 재즈 에세이를 읽을까요? 정보서가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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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과연 국내에 있는 자료를 원서 없이 재인용하는 수준으로 정리하는 게 가치가 있을까 싶었죠. 최선을 다하여 모든 문장에 주석을 달아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한 것도, 그마저 없으면 의미 없는 작업일 것 같았기 때문이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원 출처로 찾아가도록 하자는 목표를 정했다고 해야 할까요. 논문도 찾아보고, 도서관에서 절판 도서를 구하려고 했죠.

원고에 제 의견이나 해석을 조심스럽게 넣어보려 했지만, 큰 흐름을 거스르진 않았어요.


“미주가 너무 많으면 출판사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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