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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점: 맹아기(2)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 이론편

♬ 실천편

♬ 침체기

♬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우선 전문가가 되려면 제 음악적 기초를 고려할 때 재즈학과 아닌 학과를 가야 하는데, 그것도 그거지만, 하나의 분야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로 국한된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소설가가 된다거나 기자가 될 때는 제너럴리스트로서 정보를 다루는 쪽인데, 전문가들은 신뢰도 면에서 전공 분야를 넘어 확장하기 어렵고 연구 주제를 자주 바꿀 수도 없잖아요."
- “사실 기자도 아무거나 막 바꾸어 쓰다 보면 전문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출판을 위해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룰 때는요. 그냥 단신을 쓸 때면 모르겠지만 출판을 하려면 아무래도 전문 기자의 태도를 보이죠.”
- "반면 전문가가 아닌 채로 쓰는 방법은 찾기는 어렵지만, 제 글쓰기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이었습니다. 꼭 소설이 아니라도 기존 규격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 최적화된 방법 말이에요. 그런 게 있다면 말이죠. 소재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몽상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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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심히 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제 한계를 인정하는 작업이었죠. 기존 명저들의 내용에서 출발하여 정리를 성실히 한 것일 텐데, 사실 1차 자료를 제가 만들 분석력이 없었으니까요. 작곡도 할 줄 모르고, 청음도 안 되면서, 간단한 감상평 외에 과연 이런 작업이 가능하기나 할까 싶은 의문도 수시로 찾아왔었죠.


[자괴감을 느끼는 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 분야에서 난 진짜가 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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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공자가 아니라는 부담을 지속적으로 느꼈죠. 의욕만 가지고 쓰자니 저야 쓸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선 어떨지 예상하기 어려웠죠.

두 가지 마음이 자주 동시에 들었죠. 다른 분야 전문가나 칼럼니스트(기자)나 비평가 쪽을 지망해서 재즈와 연결해서 쓰거나, 전문가가 아닌 채로 쓰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고요.


“번잡한 마음이여! 쓰면서도 번잡할 때가 있어 일단 초고를 뽑을 때 빨리 뽑는답니다. 번잡해지기 전에 마침표를 찍어 놓고 번잡해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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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문가가 되려면 제 음악적 기초를 고려할 때 재즈학과 아닌 학과를 가야 하는데, 그것도 그거지만, 하나의 분야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로 국한된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소설가가 된다거나 기자가 될 때는 제너럴리스트로서 정보를 다루는 쪽인데, 전문가들은 신뢰도 면에서 전공 분야를 넘어 확장하기 어렵고 연구 주제를 자주 바꿀 수도 없잖아요.


[자괴감을 느끼는 나]
“청음도 못하면서 감히 쓸 생각을 했을까? 그나마 감상자의 입장에서 예술문화사로 쓴 건 다행이지. 이제 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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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사실 기자도 아무거나 막 바꾸어 쓰다 보면 전문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출판을 위해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룰 때는요. 그냥 단신을 쓸 때면 모르겠지만 출판을 하려면 아무래도 전문 기자의 태도를 보이죠.”

“그나저나 앞으로 재즈만 쓴다는 것도 너무 답답한 것 같았어요. 하나의 소재로 고정되려고 이 소재를 선택했던 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인디라이터로서 일반 기자처럼 취재해서 저술을 하려고 해도, 아무거나 취재하면 최소한 준전문성의 신뢰마저 얻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디라이터 붐이 있어서 그건 조금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혹시 글 쓰는 것 자체를 안정적으로 잘한다면 다양한 소재로 접근하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죠. 권위와 감수 역할과 함께 여러 자료를 도움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교양서로 한정된다는 아쉬움이 있고, 반드시 감수 받아야 한다는 불완전함이 있지만, 그건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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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문가가 아닌 채로 쓰는 방법은 찾기는 어렵지만, 제 글쓰기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이었습니다. 꼭 소설이 아니라도 기존 규격에 맞추지 않고 나에게 최적화된 방법 말이에요. 그런 게 있다면 말이죠. 소재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몽상도 했죠.


[냉소적인 내면의 나]
“그런 게 있다면 벌써 누군가 했겠지? 또 아무도 안 한다면, 안 하는 이유가 있겠지? 사서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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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왜 쓰느냐 하면 당시엔 딱히 할 말은 없었는데, 어쨌든 쓰기로 했다면 그 마음은 지우기 어려우니까요. 그런 단순한 바람이 마음속에서 들었던 것도 사실이죠. 재즈를 쓰는 동안엔 그저 푸념이요, 스치는 몽상이었을 뿐이지만요. 점점 소설이 제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었다고 해야겠죠.


[멍해진 나]
“지우려고 하면 지우려고 하는 노력이 떠오르죠. 소설은 어느 순간부터 잘 생각하지 않게 된 거였어요. 재즈 쓰는 게 힘들면서도 재미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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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상 체조 하기 싫어. 그래도 아침 식사는 하고 싶어."


사실 그냥 소설로 쓰면 주제에 한정되지 않는데 말이죠. 소설에선 너무 많은 다른 요소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게 안 맞았던 것 같아요.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 불필요한 요소가 많다고 여겼고, 그걸 다 챙기고 나서도 이야기의 의도는 모호해져야 했죠. 때로는 다른 의도로 읽히기 십상이었고, 무엇보다 제 소설적 상상이 조금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에세이 문체로 잡담하듯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내는 것을 막연하게 꿈꾸었죠. 과욕이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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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그때 재즈를 쓰려는 것인가, 무엇을 쓰고 싶은 것인지 갈등하고 있었죠. 어쩐지 저는 아직 제 주제를 잘 몰라도, 저만의 관심 소재를 찾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서라도 전문가의 길을 걸어야 할 듯했어요. 그러려면 학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게 맞을 텐데, 다른 방향에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던 거죠.
미네르바를 뉴스에서 알게 되면서요.”


“1~2년 뒤의 일이긴 한데, 시민지성이라는 화두를 온전히 붙잡은 건 미네르바 덕분이었어요. 그리고 시민의 지식 친화적 요소를 발현하려는 방향으로 모든 몽상을 해나갔다고 해야 할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제너럴하다기보다는 스페셜하기를 원했는데, 그게 또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학제에선 분야를 넘나드는 것처럼 보였어요. 저작권 관행, 글쓰기 문법, 정보 수용 태도, 역할모델 등등 전부 다른 분야로 종횡무진하는 듯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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