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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점: 맹아기(3)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 이론편

♬ 실천편

♬ 침체기

♬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무엇을 더 쓰고 싶은지 감을 잡았죠. 미네르바에 관한, 또 다른 미네르바에 관한, 평행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이곳과는 다른 삶을 사는 미네르바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 “이때 정말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결심을 했었는데, 아마 다시 돌아갔다면,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하려는 생각조차 안 했을 결심을 했죠. 그게 뭔가 하면 스스로 시민지성의 화두를 붙잡으면서 두 가지를 약속한 것이었죠.
하나는 절대로 등단하는 방식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둘째는 절대로 학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다는 다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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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재즈를 쓰고 있을 즈음 미네르바 사건을 알게 되었죠. 직접 그 사건을 겪었다는 의미는 아니고, 방송에서 본 거죠. 다음 아고라 광장에서 유명했던 경제 칼럼니스트였다는데, 학력을 거짓으로 꾸민 것인지,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몇몇 경제 상황 예측이 정확해서 바람몰이를 했고, 나중에 그 중 몇몇 예측이 허위였다고 문제가 되어서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아요. 구속되었다가 무죄로 석방되었다죠?


“우리 다 속은 거야? 그 사람이 속이긴 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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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그 업계 종사자가 아니고서야!”


자기 분야로 공인받지 못한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행세했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다. 전문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해야겠죠. 다만, 모두가 전문가로 오인했다는 점에서 사기처럼 해석될 여지도 있었을까요?

사실 그 점에 대해선 진실 여부에 큰 관심이 없어요. 실제로 과한 처벌을 받았다는 판결을 받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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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는 미네르바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학력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객관적으로 변하지 않는 사실이 주변 조건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죠. 미네르바가 내 글쓰기의 방향성을 알려준 것 같다고는 해야겠어요.

좋은 방향이든,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든 어쨌든 그는 중요한 단초였죠.


즉 시민지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민의 지성적 성장, 시민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의 글쓰기는 제가 유형 분류한 시민의 글쓰기 유형 다섯 가지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긴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죠. 그냥 모든 글쓰기에서 유형을 추출하여 분류한 거니까요. 뒤에서도 언급할 시민 기자 유형이라고 해야겠죠. 여기에 비평가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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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시민지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민의 지성적 성장, 시민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의 글쓰기는 제가 유형 분류한 시민의 글쓰기 유형 다섯 가지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이긴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죠. 그냥 모든 글쓰기에서 유형을 추출하여 분류한 거니까요. 뒤에서도 언급할 시민 기자 유형이라고 해야겠죠. 여기에 비평가도 있고요.


[내면에서 갈등하는 나]
“일타강사가 되려면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죠. 전 눈빛에서부터 밀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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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즈를 쓰면서 고민하던 지점과 맞닿았죠. 언뜻 생각하기에 전문가의 일반적 과정을 이수하는 쪽이 가장 현명해보일 정도였죠. 안 그러고 지속적으로 재즈에 관해서 쓴다는 게 좋은 선택일까 의문이 들었고요.


제가 재즈를 쓸 때는 그의 글쓰기와 연결해서 생각할 거리가 있었어요. 만일 그가 전문가로 행세하거나 오인받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시민 기자의 어법이 통용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예측의 내용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면, 그의 학력이 이토록 큰 배신감을 주고, 그를 호평한 교수가 민망해지는 일이 생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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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특별히 고학력자 행세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업계 종사자처럼 굴지도 않았다고 기억하죠. 설령 그런 행세를 했다고 해도,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휘둘리더니, 나중에는 180도 태도를 바꾸어 미네르바를 비난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해야 할까요? 기억의 한계 때문에 정확한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요.


[그래도 어쨌든 나]
“주장은 기세라고도 하지만, 전 부정확한 전제를 붙들고 허우적대는 걸 좋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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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에 의지하자면, 단지 그가 전문대 출신의 백수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게 평가절하되는 과정을 지켜본 셈이죠. 그에게 모두가 휘둘렸고, 실제론 전문가들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는데, 그것에 대한 이유는 살피지 않고 학력의 잣대로만 모든 게 이미 여론 심판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죠.


그때 그걸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걸 하고 싶을 때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고요. 이런 생각을 해놓고, 좀 엉뚱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더욱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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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야, 나 인생 망한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없다."


소설에서 최종심의에만 오르고 탈락해서 무기력하게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인생의 적기를 놓쳤던 문우들 생각이 나기도 했지요. 만일 충분히 인정받을 장르가 다양했다면 거기서 자신의 장기를 최적화하는 시도를 과감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겼거든요. 하나에 얽매여 자기를 그릇에 맞추는 게 아니라요.

사실 그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저 자신에 집중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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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더 쓰고 싶은지 감을 잡았죠. 미네르바에 관한, 또 다른 미네르바에 관한, 평행우주의 어느 행성에서 이곳과는 다른 삶을 사는 미네르바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미네르바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쨌든 누군가로부터 맹목적으로 신뢰를 받기도 했고, 또 정반대의 비난에도 직면했던 사람에 대한 것이기도 했어요. 또 그 사람을 통하여 우리 시민의 나아갈 방향은 어떤 것일까 몽상해보는 조금은 탈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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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이때 정말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결심을 했었는데, 아마 다시 돌아갔다면,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하려는 생각조차 안 했을 결심을 했죠. 그게 뭔가 하면 스스로 시민지성의 화두를 붙잡으면서 두 가지를 약속한 것이었죠.
하나는 절대로 등단하는 방식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둘째는 절대로 학력을 업그레이드하지 않는다는 다짐이었죠.”

“얼마나 순진했느냐 하면 이래도 될 줄 알았어요. 내가 나를 얼마나 더 많이 증명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되는지, 미처 몰랐죠. 매순간 다른 사람이 왔을 때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것이라 해야 할까요.
시민지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당사자성을 지니고 말해야 한다는 단순 무모한 발상 덕분인지, 탓인지 여하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어요.”

“그 나름대로 독특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나중에 후회할 시점에 이르러서는 돌아가더라도 회복할 자신이 없더군요. 그리고 어느 순간엔 회복이 의미 없다고 느끼는 시점이 왔죠. ‘인생 망했다’고 표현하는 시점이랄까요. 너무 무모했다 여긴 시점이랄까요.
그런데 웃긴 건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믿을 때는 무기력했는데 어느 순간 담담해지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무서울 건 없어져서, 처음에 계획한 걸 모두 이행하자는 마음으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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