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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편: 평생의 화두, 시민지성

에세이

by 희원이

[목차: 나는 무엇을 쓰고 있나]

◑ 저술 목록의 흐름

♬ 발화점: 맹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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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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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지향점

♬ 후일담


[소개글]
- 놀이글의 스타일을 적용한 저술 자기소개서입니다.
- 그림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시민의 지식친화적 문화를 발현하려면 글쓰기 참여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또 저의 개인적 이해관계, 즉 누군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을 때 각자의 사정에도 모두 가능한 다양한 글쓰기 형식이 있다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 "그 몽상 속의 지식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브레인스토밍 되어 원활하게 흐를 민주적 상황을 맞고, 온라인이든 출판물이든 우리는 저급한 것부터 고급한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 진지하게 평가하고 수용하며 살죠. 이때 정보를 주로 생산하는 측이 있고, 수용하는 시민이 있어요.
시민은 이제 쓰기도 하지만 여전히 주로 읽고 수용하는 쪽이죠. 이들이 비판적 지성을 훈련할 때 더 나은 민주적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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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편


평생의 화두랄까요. 일관된 방향성을 정했다고 여겼을까요. 기질상 그런 게 생기면 가급적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려고 하죠. 시민지성의 경우에도 그랬어요.

시민의 지식친화적 문화를 발현하려면 글쓰기 참여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또 저의 개인적 이해관계, 즉 누군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을 때 각자의 사정에도 모두 가능한 다양한 글쓰기 형식이 있다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때는 참 겁이 없었다는 생각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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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안 써도 되지만 굳이 쓰고자 한다면,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런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어떤 태도로 어떤 방법으로 써야 하는가 고민하게 된 것이에요. 부침은 있었지만, 2009년 이후론 죽 그랬죠.

머릿속으로는 엄청 좋은 상황으로 몽상하고 있었죠. (웃음)


그 몽상 속의 지식 생태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브레인스토밍 되어 원활하게 흐를 민주적 상황을 맞고, 온라인이든 출판물이든 우리는 저급한 것부터 고급한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 진지하게 평가하고 수용하며 살죠. 이때 정보를 주로 생산하는 측이 있고, 수용하는 시민이 있어요.

시민은 이제 쓰기도 하지만 여전히 주로 읽고 수용하는 쪽이죠. 이들이 비판적 지성을 훈련할 때 더 나은 민주적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믿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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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때로는 제도권에서 소화할 필요가 없거나 소화하기 어려운 덕후적인 지식이랄까요. 그런 것을 세상에 드러내준다면, 때로는 그것에서 가치를 찾은 전문가와의 협업도 가능한 상황을 몽상했던 거예요.

주연 지식인, 조연 시민지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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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에 대한 고민을 했죠. 구체적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요. 아직 발현되지도 않은 시민지성의 역할을 검토하는, 모호하고 거창한 주장이었어요. 제게는 이상적인 원론이었죠. 누군가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주장일 수도 있고요. 그건 마치 전문적 식견과 훈련도 안 된 사람들에게 함부로 칼자루를 쥐여주자는 섣부른 주장 같았을 테니까요.


저도 종종 악플과 알계정의 댓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죠. 의심이 든 거죠.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보다 더 확신에 차서 교조적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면서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 아닌가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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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아마추어가 쓰겠다는 태도 자체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정 쓰고 싶다면 온라인에도 소통 창구가 많았죠. 물론 쓰고 출판하는 건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쓰고 출판을 시도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굳이 쓰고 출판하려 했다면 그것을 조금 더 많은 독자가 읽어주길 바라는 거잖아요. 또 독자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바람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렇다면 그에 따른 책임 의식도 있어야 하니까요. 뭔가 정당한 명분이 있어야 했죠.


“각을 잡고 있어야 뭔가 진중해보이긴 하죠.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놀다가 이유를 만들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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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실적인 명분을 내놓고 싶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글쓰기에 관한 고민이니 범위를 글쓰기로 한정하는 것이 일차적인 선택이었어요. 조금 더 확장하자면 글쓰기 교육이 공교육에서 더 깊이 자리잡기를 원한 것이기도 했고요. 일명 문단으로 일컬어지는 순수문학 분야에 편중된 글쓰기 권위도 분산하고 싶었죠.


또 능동적 시민의 건강한 기록 문화가 정착될 때 민주주의의 기초 체력이 강화될 것으로 믿었죠. 굳이 이렇게 시민 저술 참여 문화를 만들려는 것에 합당하고 의미 있어 보이는 명분도 생각해보았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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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시민으로서 지성적 성장을 위한 실천적 노력’ 이러니 좀 거창하긴 해도, 그걸 위해 쓰자는 거였죠. 지성적으로 성장해서 쓰는 게 아니라요. 쓰다 보면 지성적으로 성장해서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잘 읽게 된다는 거죠.

‘더 잘 읽기 위해 쓰자’는 거랄까요.

사실 우리는 태생적으로 아무 것도 안 하더라도 정보 수용자, 즉 독자로 자리매김되죠. 시민으로서 세상의 각종 이치와 부조리를 읽어내야 하고요. 눈에 보이는 텍스트는 당연하고요.


X레이처럼 읽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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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민은 읽는 존재예요.

아무것에도 규정 당하지 않는 자유인이더라도 자연의 습성을 읽어야 하는데, 하물며 사회에 함의된 의미를 읽어내는 건 당연하죠. 정보화 사회에선 그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요. 문해력이 약하다는 우리 시민들이라면 더더욱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해나가는 데에 중요한 능력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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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우리는 ‘더 깊이 읽기 위해서라도’ 더 치열하게 써야 한다고 봐요. 쓰는 것은 가장 깊은 독해를 요구하고, 그것을 가장 힘들게 정리하는 과정이니까요. 힘을 들인 만큼 그 노하우가 우리에게 내재화된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오죽하면 고등학교 졸업 때 논문을 요약하거나 필사하든, 단행본 수준으로 무언가를 써서 전자책으로 제출하든 심도 있는 글쓰기를 교육의 기본 과정으로 놓으면 어떨까 하는 몽상도 했었답니다.


“그러면 또 그에 맞는 사교육이 들썩이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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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지식 친화적인 시민이 자신의 방식대로 최적화된 글쓰기를 했을 때 그것을 합당하게 평가해줄 시스템이 있고 글쓰기 형식이 있는 것이었어요. 대중음악처럼 세분화된 엄청나게 많은 장르의 진영이 형성되어서 출판할 출판사가 있고, 평론이 전문적으로 따라붙고, 수요가 있고, 후진이 지속적으로 양성되는 거였죠.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것이죠.


“입으로 하키채를 물고 하는 게임이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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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자체로도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본 거고, 그게 다양할수록 좋다고 본 거죠. 어느 장르가 뛰어난지 가리려면 결국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지만, 다양함을 수용하려는 건 상당히 객관적이죠. 주관적인 우월함의 신화에서 탈피하여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것은 훌륭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었죠.

저마다 다양하게 살아있으면 그 안에서 언제든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난다고 봤어요.


모두는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을 변호할 권리를 지녀야 하고요. 그렇게 다양하게 쓴다는 건 다양하게 읽을 존재가 그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고, 곧 다양성 문화에도 긍정적일 것이라 믿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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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희원이]
“저는 그런 시도와 수준이 제법 깊어져, 고급 독자의 안목에 이른다면, 고급한 안목을 지닌 독자도 탄생하고, 훌륭한 작가도 지속적으로 나오며, 지식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몽상했던 거예요.
스페인 잉글랜드 축구 시스템에서 그렇잖아요. 엄청난 식견의 팬이 있고, 꾸준히 훌륭한 선수도 탄생하죠.”

“안 써도 상관 없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하나 정도는 쓸 만한 게 생긴다고 봐요. 그걸 쓰고 싶은데, 자기의 방식을 고려할 때 최적화된 그릇이 있다면 좋을 거예요. 다양한 장르가 자생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고, 시민 저술을 쉽게 포용할 에세이 장르의 발전도 현실적인 대안일 거고요. 당장 떠오른, 관대하여 훌륭한 형식이죠.”

“저는 그런 시도와 수준이 제법 깊어져, 고급 독자의 안목에 이른다면, 고급한 안목을 지닌 독자도 탄생하고, 훌륭한 작가도 지속적으로 나오며, 지식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몽상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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