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로드킬

그림 소설

by 희원이

[목차: 꿈속에서]

♬ 꿈속의 로드킬

♬ 아기새가 새장을 벗어날 때

♬ 얼굴이 없는

♬ 끝내는 희미해져 끝에 가까워지는 것

♬ 길에서 온 고양이

♬ 해롭지 않다는 건


[소개글]
- '꿈속에서'는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그림 소설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강박적으로 악몽을 꾸는 여자가 있다. 그녀에게도 희망을 품은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맥락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는 죽음, 그것은 그녀의 꿈속에 도사리며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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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 은 애기울음, 길 떠돌던 아이 울음은 정녕 집 없는 고양이의 것이었나?

은- 둔하던 늙은 고양이가 주변에서 보이기 시작한 건 불과 보름 전 일이었다.


달- 이 차면 그대는 무엇으로 변하려고 마을로 내려왔는가? 구미호도, 늑대인간도 아니면서. 안에 꽉 차 있던, 이유 모를 핏덩이 더는 감당 못해, 달이 차면 이곳에 뱉어내려 왔는가?


푸- 어(poor)한 것.

른- 오 자동차 밑으로 숨어든 녀석은 조심성 있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시한다.


해- 로운 것들을 가려내기 위해.

(도현정, <붉은 달 푸른 해> 제목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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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의 로드킬


꿈속에서 거실은 여자가 바라는 그대로 있었다. 그건 언젠가 여자가 갖고 싶은 거실 풍경이었다. 따뜻한 햇살로 이상하게 눈부시던 오후에 베란다에 놓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탄산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탄산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탄산수를 손에 쥐고 있었다. 꿈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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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걸 깨닫자, 밤이 되어 붉은 달이 차올랐다. 꿈이란 걸 깨달았는데 꿈은 지속되었다. 베란다 너머 지상 공용 주차장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옆에서 들리는 것처럼 선명했다. 점점 크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쩐지 보름달이 뜨며 늑대로 변하는 인간이 있듯이, 붉은 달이 유독 커다랗게 보인다고 생각한 순간, 고양이가 괴수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에 고양이는 아무 것으로도 변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서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쩐지 눈높이가 딱 맞게 보였다. 녀석은 웅크리고 있었다. 가엾은 것. 경계하는 법에는 도가 텄으니, 그게 일찍 죽지 않은 비결이었을 것이다.


미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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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도로변을 걷다가. 동물 사체. 강아지였던가, 아니면 고양이였던가. 어쩌면 너구리였던가. 죽은 동물을 만지지 못하고 터진 배를 보며 안쓰러워 했는데, 지독한 냄새가 나지 않은 것을 보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누군가 치고는 도로변 바깥으로 옮겨놓은 모양이었다. 슬프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죽음은 축 늘어져있었다. 먹던 아이스크림을 마저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안타까웠다.


“오늘 길에 보니 로드킬 당했더군요. 누가 좀 신고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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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을 뿐인데 종종 아무렇지도 않고, 전혀 맥락도 없는 순간에 그때 아무렇지도 않던 죽음이 떠올랐다. 그저 잠깐 스치는 일상의 문법처럼.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어찌 하다 보면 꼭 있게 되는 그런 애매한 사건처럼.

달빛에 젖은 고층빌딩 유리벽에 붉은 울음이 부딪혀 벽을 타고 미끄러졌다. 유리벽에 바짝 붙어서는 수직으로 곤두박질치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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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찢어질 듯한 단말마와 함께 영영 사라졌다. 고양이는 온데간데없고 온통 어두워졌다.


퀴퀴한 다락방 냄새로 가득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