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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May 20. 2024

절판된 책과 거듭난 전자책

삼행시

 잘- (절)판된 책 자신이

 못- 된 꿈을 꾸면서, 오랜 잠에 빠진 채로 독자를 기다렸다.

 했- 살 눈부신 어느 날, 인근을 지나던 독자가

 어- 용 지식인이 될 생각으로 편집대마왕에게 인사를 올리려고 했었다.


 하- 직인사를 드리고 나올 무렵,

 지- 하에서 한 관리자가 허겁지겁 올라왔고, 대마왕의 명령으로 절판된 책이

 만- 성적으로 꾸는 꿈으로 크게 요동치는데, 그날따라 아무래도 죽을 모양이라는 소리를 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인사차 온 어용 지식인 지망생에겐 이상하리만치 잘 들렸다.


 그- 건 세상에 다시없을 기회라 믿고는

 건- 포도 색깔의 액체가 담긴 약을 꺼내서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전설이란 다 그렇게 부정확하고 어처구니없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 어쨌든 그는 약을 팔았다.


 너- 는 정말로 그것으로 무엇이든지 살릴 수 있다는 것이냐? 편집대마왕조차 믿기지 않은 표정이었다. 세상의 모든 어처구니없는 지식이란 지식은 웬만큼 꿰차고 있다고 판단하며 지루해 하던 편집자였으므로, 그런 기이하고 말도 안 되는 불로초적 제안에는 흥미를 약간 보이기는 하였다.

 무- 섭지 않느냐? 네가 만일 거짓을 아뢴 것이라면, 넌 영원히 생매장이다. 나를 능멸한 죄 절필로 갚아야 하리라!


 길- 고 긴 계단을 내려가서는

 었- 쩌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복도의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어- 용 지식인 지망생이 그 뒤로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믿기지 않는 전설로는 깊은 꿈을 꾸던 책의 욕망을 일깨워 종이란 낡은 육신을 버리고 영혼으로 거듭나게 했다고도 하고, 천국의 전자책이 되어 영생불사했다고도 하지만, 잉크 냄새는 코끝에서 오래도록 아릿하고





☎ 정한아, <랄라와 개와 친구와 20년 전의 엽서> 문구 인용 : “잘못했어, 하지만 그건 너무 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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