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Part2 (77~79F)
글쓰기 외전: 스타일 Part2
◑ 전체 원고 콘셉트 및 진도 상황
- 매거진 방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다양한 저자를 섭외하지는 않고 단독으로 작업하였습니다. 매거진에서 다양한 글에 다양한 필자가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다중 정체성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고흐 이미지를 배치하고 여러 스타일의 글과 함께 구성하였습니다. 픽션 매거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매거진 놀이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원고의 경우 전체 흐름에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하되 종종 일관된 방향성을 띠되 원활한 개진을 위하여 허구적 설정을 삽입하였습니다. 대체로 경험적 정보로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 총 127프레임으로, 상황에 따라 약간 바뀔 수 있습니다. 현 발행글은 77~79프레임에 해당합니다.
◑ 창작 노트: 지식놀이에 관한 단상
1. 즐거움을 주면서 대중적 요소를 가미하여 관심과 참여를 자극할 수 있다.
2. 그 형태의 정해진 바가 없고 잡담의 형식으로 주로 드러나거나 게임이나 퀴즈의 형태를 띠므로 역시 그것을 하기 위해 안목이 중요하지 심각한 기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창작의 장벽이 높지 않다. 소설이 매우 높은 기량을 요구하므로 창작의 부담을 지니게 되지만 적어도 거짓을 기반으로 한 상상 구조에서 지식놀이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다. 주로 에세이(혹은 B글)의 장르와 알맞다.
3. 언뜻 현대의 예술이나 진실(혹은 진정성)에 관한 가치관에 근거할 때 저급하게 평가될 수 있으나, 이것은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상상에 관한 자유로운 기초 훈련이다. 시 즉흥 짓기 놀이, 에스키모인의 노래 대결 놀이, 랩배틀도 넓게 보면 포함할 수 있다.
4. 이 놀이는 자칫 잘 못 쓰면 정말 유희적이고 키취적인 저급한 상상으로만 남을 수 있다. 참여 구성원, 글쓰기 형식, 놀이와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한몫 한다. 그러나 모든 상상의 결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그것의 표피적인 면만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활로를 열어 놓았을 때 그다음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5. 이 상상은 만화로 보는 세계사와 같은 전략적 교양 도서의 만화 형식, 또는 문제집 등등의 교양적인 측면에서도 활용되나 여전히 본격적인 상상의 방법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6. 인터넷에 만연되었지만 정제되지 않은 네티즌의 글쓰기 방식에 많이 엿보이나, 역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 거짓과 농담, 놀이와 게임 문화에 기반을 두고, 정제할 능력은 없지만 어떤 안목을 지녔을 수도 있을 버려진 상상의 잔재를 끄집어 내려 할 때 지식놀이를 활용한 짧은 글쓰기는 유력한 틀로 검토할 만하다. 다만 키치적이고 저급한 면으로 지금도 숱하게 드러나는 천박한 문화적 행태와도 쉽게 연결되는 위험도 있다.
7. 지식놀이는 기록비평이나 시민기자적인 접근으로 엄정한 사실과 의견의 배열, 거짓과 참의 구별, 추론의 엄밀함과 긴장하면서 혼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광우병 파동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향후 문제를 적극 추론하는 것을 저급하게 여기면서 “사실 관계만을 놓고 말하자”고 할 때 조금 엄밀하게 접근한다면 기록비평의 추론 방식이나 시민기자적으로 해외 사례를 검토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네티즌이 장난치며 격분하는 형식을 정제하여 지식놀이를 조심스럽게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러한 카타르시스는 시사만평 같은 데서도 볼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다양하게 확장한 형태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정제하지 못하면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견제받을 수 있다. 이때 기록 비평가나 시민 기자의 감각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 있다. 그것이 잘 된다면 기록비평의 추론이 더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의 가설로, 소설의 꽉 짜인 형식을 벗어나면서 좀 더 자유로운 잡담이 가능해진다.
8. 지식놀이의 어떤 콘텐츠를 예술적으로 보면 예술 작품으로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하게 되지만, 지식놀이가 사회적으로 어떤 식으로 향유되고 여러 다른 요소와 관계 맺는지 초점을 맞추면 그것의 사회적 유용성을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치료나 상상력 촉진을 위한 2차 창작 방법론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9. 예술적 가치는 다른 사람이 고민할 수도 있겠다. 난 그저 내가 말하려는 것을 직접 해보려는 것뿐이다.
10. 지식 놀이의 기법을 가장 고차원적으로 승화한 인물 중 하나가 니체다.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대표적이다.
“낭독극 대본을 작성할 때도 두 사람이 의견을 충돌하듯 말하였는데, 그 쟁점을 특정 이미지에서 따오기도 했죠. 원피스 형식처럼요.
이론적 사유와 에피소드의 이야기성이 인물들의 말이 오가는 가운데 혼재했죠. 잡담이나 대화에서는 그런 경향이 자연스럽죠. 억지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수월한 면이 있어요. 소설 등의 엄격한 형식보다는요.
지식놀이의 가벼운 속성을 가급적 소거하고, 진중한 성향을 발전시켜보고자 했어요. 그러면서 쉬울 수 있다면 좋았죠. 이왕이면 에피소드가 압도하면 좋겠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았어요. 에피소드가 장악하면서 철학소설처럼 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에피소드의 향연이라면 나름대로 에피소드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즐기면서, 그것의 관념적 주장을 철학적으로 보여줄 순 없을까 싶었죠. 그러면서 선명하게 비평적 시각을 갖춘 진술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한마디로 어려운 바람이었죠. 음, 아무래도 그냥, 말이면 다 되는 줄 알고 말해 보았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