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글
그냥 이런 걸 상상했다.
늘 여자들이 길거리를 가다가 기습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치근대려 한다. 그때의 공포로 평범한 남자들 모두를 두려워하고 만다. 안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안을 항상 지니고 산다.
22세기, 한 사업가는 이것에 착안하여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나오는 것 같은 전투용 로봇을 개조한다. 혹은 <아이언맨> 같은 로봇 외투를 출시한다. 다만 얼굴을 완전히 가리지는 않고, 헬멧을 착용하는 방식의 여성 전용으로 만든다.
남성들은 그런 옷을 쉽게 살 수 없게 제한하거나, 설령 살 수 있도록 하더라도 모두 호신용 프로그램으로만 설정되어 공격을 할 수 없도록 한다. 그러고 나니 길가는 여성을 공격하려던 남성들은 그 옷을 입고는 그럴 수가 없으니 벗고는 몰래 그 여성들이 그 슈트를 입지 않을 때를 노려서, 마취제로 기절시키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그래서 사업가는 애플워치처럼 생체리듬 체크기도 출시하여, 길거리에서 위협이라고 예상할 만한 생체 리듬일 경우 슈트가 자동으로 움직여서 보디가드 모드가 되어 주인의 안전을 도모하는 상품을 출시했고, 대히트를 친다. 그의 이름이 슈트이브 갑스였다. 상품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슈트이브였다. 이브들을 위한 슈트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리 되고 보니 성범죄를 시도하려던 남성들은 결국 아이언우먼과 싸워야 했고 대개는 제압되어 경찰서에 넘겨진다. 호신 프로그램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남성을 살해할 수는 없지만 그야말로 안전한 밤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 여성들은 기뻐하였다. 여성당에서는 슈트이브 갑스를 대통령 후보로 뽑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갑자기 길거리에서 난폭하게 공격을 해대는 슈트족을 발견하게 된다. 더구나 가면도 쓰고 있다. 그들은 길 가는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호신용 슈트만으로는 상대하기가 버거울 만큼 맹렬했다.
결국 당국의 조사 결과, 블랙해커들이 조직적으로 슈트의 보안프로그램을 깨서 공격형 슈트로 불법적으로 개조했고, 이를 사주한 곳은 평소 여성들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아담당이거나 지하범죄조직인 마피아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가 하면 억만장자가 그러한 슈트를 사들여서 가면을 쓰고는 야밤에 여성들의 슈트를 해체시키고 납치를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가난한 서민들이 그런 불법 슈트를 구입할 루트도 없고 돈도 없었지만 억만장자는 달랐다.
그래서 야만적인 꿈을 꾸던 이들 사이에서는 “역시 돈이 있어야 범죄도 저지를 수 있어.”라며 부익부빈익빈의 부조리를 개탄한다.
한편 슈트이브 갑스는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세 가지 대처 방안을 발표한다. 첫째는 최대한 수사망을 넓혀 불법조직을 적발하고 사태의 진실을 밝히며 최정예 슈트이브 캅스로 불법 아이언슈트와의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상대의 공격 프로그램을 무력화할 방해 전파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할 것이며, 이것으로도 효과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셋째, 방어 모드를 조금 파워업할 수 있도록 현재 발견된 불법 슈트를 기준으로 그것을 제압할 수준의 파워업 모드 서비스와 안면 전면 보호용 자동개폐 헬맷을 한시적으로 제공한다고 했다.
이로써 아담당이든 마피아든 잔혹한 꿈을 꾸는 이들과의 전면전이 벌어지는데……. 이 위기를 넘기고 슈트이브 갑스는 여성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될 수 있을까?
이 사태로 기업독재자의 민낯, 무책임한 장사꾼의 몰락, 여성 친화적인 탈을 쓴 마초 등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였던 위기를 모면하고 여성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