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 전여빈
그녀는 무대 위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가 침묵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녀를 향한 관심을 거두어 갔다. 한때 찬란했던 그 예술의 시간은 이제 오래된 기억 속 잔상처럼 희미해졌다.
관객의 환호,
찢어질 듯한 박수 소리,
무대를 휘감던 열기는 사라졌고,
지금 남은 것은 텅 빈 좌석과 잊힌 기술,
그리고 그녀의 흔들리지 않는 자세뿐이었다.
누군가 물었다.
“왜 계속 이 자리에 서 계십니까? 이제 아무도 보지 않는데.”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매일같이 이 공간을 지키는 것은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그녀 자신을 위한 일이었고, 그 예술 자체를 위한 헌사였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혼자 남는다는 것. 그것은 무겁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녀는 그 무게를 알고 있었다. 매일같이 손끝의 감각이 무뎌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몸은 기억의 쇠락을 따라갈 수 없었고,
마음은 그 현실을 이해했지만, 그녀의 존재는 그 자리에 계속 남았다. 그것이 그녀의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죽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예술을 향유하는 자들의 낙관일 뿐이다. 예술은 쇠락하고, 잊히며, 때로는 죽음과 다를 바 없이 고요해진다.
그녀는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그녀에게 죽음과도 같았다. 그래서 죽는 대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그녀의 예술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관객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더 이상 박수를 갈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 자체로 충분했다. 비록 그 존재가 쇠락의 끝자락에서 흔들리고 있더라도, 그녀는 자신이 그 예술의 마지막 불씨임을 알고 있었다. 그 불씨를 끌어안고,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손으로 감싸는 것.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 예술 그 자체였다.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것은 처음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고, 점점 더 자신을 위한 것이 되며, 결국엔 존재의 이유가 된다. 그녀는 이 과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남지 않은 무대에서 혼자 서는 일이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웠다. 불꽃은 작아졌지만, 여전히 빛났다.
“왜 떠나지 않습니까?”
다시 누군가 물었다면, 그녀는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떠나는 순간, 이 예술은 진짜로 사라지니까요.”
그녀는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더라도, 그녀는 그 예술의 최후의 수호자로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예술은 단지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전달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술은 그녀의 생명, 그녀의 시간, 그녀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그 생명을 끝까지 지키기로 선택했다.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세상이 그녀를 기억하지 못해도 그녀의 빛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작은 빛이든, 그녀에게 그것은 충분히 아름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