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일 어떤 사람을 만나 인생을 함께 하는가? 친구부터 가족까지 우리는 시간을 보내며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개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친밀감이 형성되어 지금은 서로 없고는 못 사는 친구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고, 죽도록 싫어하던 사람이 특별한 계기를 통해 다시금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우리의 관계도 세상과 마찬가지로 의도한 대로 형성되거나 분해되지 않는다. 의도치 않았음에도 우연히 생기는 것이 관계이며, 내가 최선을 다해 아끼려고 해도 사라지는 것이 관계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의 폭이 넓어지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장되는 요즘 시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우리는 이런 만남들 속에서 앞으로 가족이나 친구, 동반자가 될 사람들을 찾게 되는데, 아무래도 관계들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며, 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어떤 관계에 작별을 고하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에 축하를 보내기도 한다.
요즘 쇼미더머니에서 핫한 노래인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당신은 최근 어떤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누굴 떠나보냈는가?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 말. 우연히 찾아온 인연도 어느 순간 너무 소중해져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눈물이 강이 되어라 마음 아파했던 순간이 모두에게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최근 누군가와 사회적인 작별을 고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고, 많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기에 헤어짐은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큰 배움을 얻었다.
처음에 가까운 관계를 형성할 때 나는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의 조각이 내가 가진 조각들과 딱 들어맞는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쓰는 말도, 하는 생각이나 행동도, 좋아하는 것들이나 목표하는 삶의 방향도 같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친해져 이내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과 삶을 공유하는 순간들 안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과 동시에 신기하고 즐거워했다. 그렇게 모든 걸 함께하던 사이였지만, 나에게도 변화의 계기는 찾아왔다. 좋은 기회가 생겨 타인의 인생을 서포트할 생각만으로 삶을 꾸려오던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너무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이 관계들이 지금 나에게 건강하고 나를 더 나은 인간이 되게끔 성장시켜주는 관계인지, 이 부분에서 의문점이 생겨 관계에 달궈진 돌을 던졌고 그렇게 깨어진 파편은 이리저리 튀어 서로의 몸에 생채기를 내었다. 그들이 나에게 어떤 상처와 행복을 주었는지 생각해 본 뒤 나는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말을 던지고, 상처를 줬었는지, 소중하다 말하며 그 사람이 나한테 맞춰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등 지금껏 관계 안에서 아이처럼 행동해왔던 부분들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봤다. 그 고민의 흔적들이 남아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모든 관계에는 거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건 가족이나 연인, 가까운 친구사이라면 특히 더 중요하게 적용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나도 나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관계라면 어떤 트러블이 생기거나 오류들이 발생해도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가깝고 소중한 관계 속에서 틀어짐이 생기면 방황하기 일쑤였기에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서 너무도 쉽게 서로가 서로에게 맞는 퍼즐일 것이라 착각하곤 한다. 꽤나 먼 거리에 두 퍼즐 조각을 위치시켜놓고 눈대중으로 모양을 확인을 한 뒤 이 둘은 맞는 조각이라고 결론을 지어놓고 그 둘을 옮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로가 딱 들어맞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는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동안 많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서로가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과 나 자신이 인정받는 듯한 원동력을 얻어 신이 잔뜩 난 채로 관계를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두 퍼즐 조각이 마침내 맞닿아 서로가 맞지 않는 조각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혼돈이 시작된다. 좋았던 기억들은 사라지고 어긋나는 부분들만 생각이 나며 지금껏 조용히 품어왔던 불만들을 토로하며 다시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상처만 남은 만남에서 우리는 조금은 어색한 상태로 다시금 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두 개의 조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두 조각을 서로의 구멍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분명 서로가 가진 날카로운 면에 찔려 상처를 입고 낙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관계가 맹목적으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하게 발생한다. 상처가 될 수 있는 자신의 모서리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로의 몸을 파고들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상대에게 아픔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아마 억지로 두 조각을 끼워 맞춰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관계들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관계는 분명 구겨진 홈과 모양들 사이로 빈틈이 생겨 바람이 불거나 힘이 가해지면 어그러지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의 조각은 내 곁에 상대의 조각은 상대의 곁에 놓아둔 채로 관계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각을 맞춰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개인적인 조각들을 일정 거리에서 마주 보게 한 상태가 이어지는 것 말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코를 박고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듯이 관계도 거리가 생겨야 그 안에서 내가 성장하는 부분과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점, 실수했던 것들과 마음을 해치는 순간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압도되거나 조종당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나의 마음이 상처를 받고, 가치관을 타인에게 맞추는 자신의 모습들이 점점 늘어나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나를 잃는 일임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그 관계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너무 가까운 관계는 신뢰나 부담감의 문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상대에게 의지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내가 해준 것들에 대한 보답을 바라는 등 '가까운 사이면서 그래?' 하는 생각들을 하며 뜻하지 않게 질투심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상대에게 조금씩 부담을 주어 누군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관계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처럼 상황이 변질되거나, 대화 없이 혼자 뒤틀린 생각을 품어 조용히 병이 관계 안에 싹트기도 한다. 그렇기에 관계에 대한 집착 때문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잊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되겠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가 우선시 되어야 인간관계 또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를 앞에 두는 일은 잠깐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결국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인 경우가 정말 많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더 소중하게 대하는 것. 여기서 소중하게 대하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나를 희생하며 그들의 성장을 바라는 일이 아니다. 여기서의 '관계'는 나 자신도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는 단어로 나를 아끼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다. 내가 가진 관계들은 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성적으로 내가 어떤 상태인지 판단할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소중한 관계라고 생각 때문에 나만을 생각해 상대방에게 험한 말로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소중한 관계라는 생각 때문에 나를 죽여가며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어 삶을 잃을 수도 있다. 소중하고 아끼고 싶은 관계란 한 명의 노력이나 긍정적인 태도들만 가지고는 절대 생겨날 수 없다. 소중한 관계란 나를 포함한 누군가의 노력과 생각, 정이 함께 해야 형성되는 것으로 내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상대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분명하게 분석하려는 태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상대와 나 사이에는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 인정과 존중이 기본이 되기에 서로의 삶의 모습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관계. 우리의 삶은 이미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누군가의 삶이 더 멋있어 보일 수는 있으나, 그 무게를 따지자면 아마 우리의 삶은 같은 무게를 지녔을 것이다. 그렇기에 짓눌릴 필요 없다. 어떠한 관계에서든 누군가를 위해 나의 삶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우린 서로에게 맞춰야 완성되는 퍼즐 조각이 아닌 그 자체로 완성을 도모할 수 있는 하나의 예술 조각품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에 스스로를 놓기 위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서로의 아름다움을 반겨줄 수 있는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