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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Apr 10. 2022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우린 행복할 자격이 있어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을 본 후기

난 제니퍼 로렌스가 무척 좋다. 그녀의 쿨하고 당당한 실제 면모가 걸크러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돌아이'와 무척 잘 어울린다는 것도 나에게 큰 매력 포인트다. 적어도 매체를 통해 보는 그녀의 모습은 가식이 없다.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사람들 앞에서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 (그녀는 나의 롤모델!)


출처: 다음(DAUM) 영화


그런데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은 참 늦게 본 편이다. 개봉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올해 초에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되돌아보면, 영화의 '제목'이 좀 끌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가벼운 로코 느낌이 낭낭했달까. 사실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ㅎㅎ 영어 단어을 찾아보면, 'silver lining'은 구름의 가장자리에 생긴 은색 태양빛을 의미한다.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a consoling or hopeful prospect'라고 정의 내린다. 우리나라 속담 중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따위와 비슷한 의미인 것 같다. 그리고 십년 전 포스터이지만, 디자인이 정말 구릳. 딱 봐도 안보고 싶게 생긴 로코영화 느낌! 그럼에도 십년 만에 본 이 영화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린 다면 바로 그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싶다.


출처: 다음(DAUM) 영화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후, 섹스 중독에 빠져 직장에서 해고당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粉). 회사의 모든 동료들과 섹스를 했다고 한다(동성 포함)...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가 직장 동료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불륜남에게 폭력을 가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한 팻(브래들리 쿠퍼 紛). 그는 심각한 조울증 증세가 있으며 아내의 불륜 현장에서 들었던 자신의 결혼식 노래에 특히 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 이 영화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과격하게 표현하면, 미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난 이런 미친 사람들을 애정한다.


여기까지의 설명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티파니와 팻이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함께 춤을 배우고 마음을 맞추어 나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티파니와 팻이 서로를 경계하고 싸우는 장면이었다. "내가 당신보다 더 미쳤다고 생각하는거냐"며 매우 기분 나빠하고 화내는 모습이 특히 좋았다. 사람은 모두 그런 것 같다. 내가 불행하지만 가장 불행하진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통해 위로 받는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구나, 다행이다." 이런 생각 말이다. 그런 인간의 재밌는,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이 그 장면에 여실히 드러나서 좋았다. 한 마디로 진짜 인간다움이 묻어있는 영화였다.


출처: 다음(DAUM) 영화


영화 속 제니퍼 로랜스가 정말 매력적이고 섹시했지만, 나는 브래들리 쿠퍼의 조울증 연기를 특히 칭찬하고 싶다. 아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소설을 읽다가 등장 인물이 이해가 안된다며 날뛰는 장면, 상담 대기실에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음악이 나오자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뒤엎는 모습이 그러했다. 혼란스러워하는 눈빛, 분노에 가득찬 표정, 무슨 얘기인지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겠으나 마구 뱉어대는 단어들... 그런 모든 연기가 누구보다도 팻 역할을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출처: 다음(DAUM)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며칠 뒤 굉장히 웃긴 상황이 나에게 발생했다. 몇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여사친에게 차였다며 너무 슬프다는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사실 헤어지고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었어서 꽤 반갑기도 했다. 재밌는 추억을 많이 공유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연락 온 이유가 좀 황당하긴 했지만, 이 영화를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엄청난 인류애가 샘솟고 있었다. 그래서 미친 것 아니냐는 주변 친구들의 반응과 달리 "아냐, 넌 좋은 아이야", "자신감을 가져", "우린 모두 행복할 자격이 있어"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그 친구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를 추천해준 것은 안 비밀! (훈훈한 마무리) 이 영화를 본다면 누구나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음이 힘들 때, 더이상 내게 희망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을 때 꼭 보라고 추천하고픈 소중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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