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띠릭-
근 4개월 만에 진짜 집에 돌아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셨는지 할머니가 달려 나와 나를 반겨주었다.
혼자 집에 들어가는 일이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좋았다.
정말 쉴 곳을 찾은 기분.
할머니는 늘 그러셨듯 따뜻하지만 조금 짧다고 느낄 만큼의 환대를 해주시곤
다시 제 할 일을 하러 떠나셨다.
그런 쿨한 점이 우리 할머니의 매력이다.
가족 중에 제일 닮고 싶은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바로 우리 할머니이다.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고
쿨하지만 사랑스럽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가족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
학교도 한번 제대로 다닌 적 없지만 뉴스에서 본 과학 지식을 활용해 집안일을 해결하는 사람.
빨간 립스틱과 꽃무늬 재킷, 그리고 모피코트를 좋아하는 사람.
이렇게 수많은 설명으로도 우리 할머니의 '멋짐'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나는 할머니 손에 자랐고 인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 할머니의 밥을 먹고 자랐다.
할머니가 해주신 된장찌개, 고등어조림, 알탕 등등 나의 입맛은 할머니의 손끝에서 길들여졌다.
요리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어찌나 깔끔쟁이이신지 깨끗한 바닥을 하루 종일 쓸고 닦고 또 쓸고 하신다.
제발 좀 쉬라고 사정해도 역시나 마이웨이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할머니의 축 늘어진 팔, 가슴, 허벅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늘 사랑스럽고 멋진 우리 할머니
나는 그동안 과거 속 할머니를 꺼내어 보고 있었나 보다.
늘 보고 있으나 보지 못했던 모습
완전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할머니의 외면과 마주하니
마음이 조금 힘들어졌다.
언젠가 정말로 쿨하게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르는 할머니
그녀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데
나도 모르게 슬픈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새벽 감성에 힘입어
나는 '사랑스러운 미세스 조'라는 연재물을 쓰면서 할머니의 모습을 기록하려고 한다.
(할머니는 조 씨다)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나의 글로 한번 붙잡아보려고 한다.
언젠가 다시 꺼내보면서 있는 그대로의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도록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