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좀 꺼라!"
미세스 조는 나의 외할머니이다. 즉 우리 엄마의 엄마이다.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줄곧 나를 보살펴주셨다.
미세스 조가 해준 밥을 먹고 미세스 조와 대화를 해온 나.
아마도 삶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 대부분이 그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를 닮아 꽃무늬를 좋아하는 것, 먹성이 좋은 것,
피부에 관심이 많은 것과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 켜놓은 꼴'을 못 본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다.
미세스 조와 24시간 함께 지내다 보면 하루에 한 번 꼭 듣는 말이 있었다.
불 좀 꺼라!
혹시나 화장실 불을 켠 채로 나온다면 곧바로 미세스 조에게 등짝 스매싱 예약이다.
화장실, 부엌, 거실 불 등 미세스 조는 매의 눈초리로 집안을 점검한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미세스 조에게 고도의 불 끄기 트레이닝을 받아온 나는 어느 정도 집안 불 끄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어딘가에 불이 켜져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져서 얼른 달려가 끄게 된다.
하지만 일찍부터 미세스 조와 떨어져 살았던 엄마는 그녀의 트레이닝을 충분히 받지 못했는지
지금의 나이에도 (오십이 넘으셨다) 미세스 조의 등짝 스매싱을 독점하고 있다.
미세스 조는 셋째 딸을 뱃속에 품은 채로 남편을 여의었다.
그녀의 나이는 겨우 이십 대 중반이었다.
가장이 된 미세스 조는 옷 장사를 시작했고 한 푼 두 푼 아낀 돈으로 딸 셋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미세스 조의 "불 좀 꺼라!" 외침에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새어 나가는 돈을 끌어모으고 끌어모아 자식들의 옷을 사고, 학비를 댔을 테다.
화장실, 부엌, 거실 불. 이 모든 게 자식들을 먹여살릴 돈이었다.
지금 내 나이에서 미세스 조의 삶을 되돌아보자면
나는 과연 그녀처럼 살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제 인생 하나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해 매일 휘청거리는 나와
내 나이 무렵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해온 미세스 조는 참 많은 비교가 된다.
역시 그녀는 대단하다.
언제나 삶의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해 온 미세스 조는 오늘도 "불 좀 꺼라!"를 외치며
그녀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사랑해요 미세스 조
(엄마 좀 그만 혼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