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by 염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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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인 나의 고모는
언제나 할머니의 자랑이자 집안의 자랑거리다.


삼수까지 해서 겨우 입학한 거라며 조카들 앞에선 겸손을 보이긴 해도,
변변찮은 시골 집안에서 태어나 무일푼으로 상경하여
서울대 이공계열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상당한 엘리트다.




고모는 30살이 넘도록 모쏠이었다. 정확히 32살까지.


멋지게 살아보겠다며 청춘을 바쳐 커리어를 쌓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여유와 형편 탓에 연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 고모도 결혼은 하고 싶었나 보다.
직업을 갖게 되고 나서부턴 매주 선을 보러 다녔는데,
그때마다 꼭 맞선 상대에게 내는 퀴즈가 있었다고 한다.


“학교 어디 나오셨어요?”


선 자리에 나오기까지 이미 서로의 이력을 대강 훑었을 것임에도,
고모는 이 질문을 빼놓지 않고 했다고 한다.


“한양대 공대 나왔습니다.”


“공부 열심히 안 하셨네요?”


“......”


그러니까 자신보다 낮은 상대의 학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다시 물어봐서 핀잔을 주는 행동이었는데,
꼰대들이 지천에 널려 있던 그때 그 시절,
그의 반응을 살펴 나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가
상대적 고 스펙인 여성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종의 테스트였던 것이다.




비록 그 방법이 젠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고모는 선을 100번 가까이 봤다고 하는데,
그중 99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면전에서 항의하기도 하며 테스트에 탈락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100번째,
그녀의 보석 같은 순수성을 알아본 너그러운 고모부를 만나
고모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여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출제할 퀴즈를 한 아름 안고
내 사람 찾기가 너무 힘들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100번째서야 겨우 시집을 갈 수 있었던
서울대 고모의 낡은 에피소드가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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