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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천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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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의강 May 31. 2024

청계산 자락, 雨日舒情

산천심론


그날은 흐리고 바람 불었습니다


습기 머금은 공기에 

금방이라도 물이 돋을 듯했지


청계산 돌아나가는 산림욕장은

안개구름 가득했고

이름 대로 생긴 야외미술관 작품들이

그런대로 각자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고풍스런 유럽의 정원인양

은빛 윤슬 흩어지는 호수에는

비단잉어 헤엄치고


삼색 팬지 제비 사이

기다림이 서성대는 빈 벤치 건너

푸른 숲이 거친 바람에

온몸을 출렁입니다


제목이 노래하는 사람인지라

쉬인 색소폰 소리 반복하는 조각상이

나른한 공원의 오후를 떠다니고


귀한 오징어 안주와 캔맥주는

몸이 취하기 전 동이 났는데

마침 내리기 시작한 비로

잔잔한 마음 여울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너른 잎에

빗방울이 튕기고

앙증맞은 찔레

재잘재잘 흐드러져


후두두둑 떨어지는 빗소리

심연의 본능 자극한 듯

 촉촉한 여인의 살내음 피어납니다


우산 너머 불끈 솟은 육봉능선

관악산 산그리메 아스라이 흘러가고


굵어진 비바람에 흔들리는

선술집 차양막 김치전과 빈 술잔에는

거세된 욕망이 한숨으로 스며드는데



그날은 바람 불고 비 오더니

몸도 마음도 흠뻑 젖어갔습니다



청계산 야외미술관과 관악산 산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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