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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Jun 28. 2019

파편을 보는 우리

블랙미러 <스미더린>을 보고 _ 넷플릭스X브런치

홀린 듯 블랙미러 시즌 5의 1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2화를 틀었다. 블랙미러의 장점 중 하나는 각 영상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따로따로 보아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정직하게 순서대로 블랙미러 시즌 5의 2편인 <스미더린>을 보았다. 스미더린(Smithereen)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느 지역의 지명 이름인 줄 알았다. 누군가 찾은 스미더린의 뜻을 보니까  A tiny fragment or splinter 로 영영 사전에 등록되어 있었다. 작은 파편, 조각들.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과거와 현재의 비교우위


셜록에서 모리아티로 인상적인 연기를 했던 앤드류 스캇이 스미더린편의 주인공이었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기에 편의상 스캇이라 부르겠다. 스캇은 한 지역 앞에서 명상을 하면서 우버가 잡히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손님을 태우면 대화를 하면서 스미더린에 다니느냐 묻는다. 이때까지도 나는 스미더린이 지역 이름인 줄 알았다. 마치 강남에서 다녀요? 와 같은 느낌? 그런데 스미더린은 페이스북 같은 SNS 회사였고, 스캇은 뭔가 스미더린과 사연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캐리어를 들고 스캇의 우버에 탑승한다. 공항으로 가는 그 남자는 뭔가 중역 같아 보였고, 스캇은 외진 곳으로 차를 데려가서 그에게 총을 겨누며 스미더린의 CEO 빌리 바우어에게 전화를 해달라 한다. 마치 한국 페이스북 직원에게 주커버그와 통화하게 해 달라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출근해서 1주일 근무한 인턴직원. 이미 사건은 발생되었고 멈출 수 없다. 사람을 납치한 것이 경찰에게 걸리고 스캇은 외진 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면서 스미더린측과 연결되어 빌리 바우어와의 통화를 기다린다.



여기서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기술에 대한 대비가 나온다. 경찰들은 정공법으로 스캇의 정체를 파악한다.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차량 집주인의 집으로 가서 차주의 안전을 확인하고 스캇의 정체를 파악하며, 스캇이 2년 전 음주운전자와 차를 부딪혀서 약혼녀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스캇이 모은 빌리 바우어의 기사들을 통해 빌리 바우어에 원한이 있을 것이라 파악했다.


스미더린은 신기술로 스캇의 정체를 파악했다. 신기술이라기보다는 현대의 기술이 맞겠다. 스캇의 스미더린 가입 정보를 통해서 얼굴을 파악하고, 과거에 약혼녀를 잃은 사실을 파악했다. 스미더린팀은 앉아서 타자를 치는 것만으로 스캇을 파악했지만, 경찰들은 발로 뛰면서 전화를 통해 정보를 전달했다. 묘하게 대비되는 장면과 스미더린측이 경찰과 통화할 때 "이미 파악하셨겠지만"이란 대사.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파편 중 하나였다.



#보이는 것이 정말 다 일까?


우리는 다른 이들의 SNS를 보면서 그 사람의 삶을 파악한다. 즐거운 사진들이 SNS에 나오면 행복해 보이고, SNS가 뜸하면 무슨 일이 있는가 걱정한다. 하지만 SNS에 올라가는 사진들과 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나라는 사람의 삶에 정말 작은 일부일 뿐인데, 사람들은 그 빙산의 일각을 보고 우리를 판단한다.


스캇 역시 그랬다. 그는 인턴의 겉모습 번지르한 양복을 보고 그가 스미더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성급하게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들도 다를 게 없었다. 그저 보여지는 정보를 통해서 그가 뛰어난 지식인이나 부를 축적하지 못해서 스미더린 사장인 빌리 바우어에게 원한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스미더린 직원들 역시 스캇이 빌리 바우어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할 것이라 믿었다. 


우리 모두는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 이상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현상을 바라보고 본질이라 판단한다. 왜냐면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선 비용이 필요하다. 시간이라던가, 진실에 대한 고통이라던가 하는 것들.



#아이러니, 우리는 조각을 보고 산다.


스캇은 SNS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그들은 하늘이 보라색으로 변해도 모를 것이라 화를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턴 역시 핸드폰을 하다가 납치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빌리 바우어와 연결이 된 그는 자신의 고통을 그제야 꺼내놓는다. 여기서 독자들의 빠른 판단도 뒤통수를 받는다. 스캇이 빌리 바우어에게 뭔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았다. 약호녀가 죽은 이유는 자신 때문이었다는 아무도 모르던 사실을 고백한다.


평범한 직선도로를 달리는 도중 스미더린 알람이 떠서 잠깐 보았는데 다른 차가 스캇의 차를 박았다. 다행히(?) 반대 차량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했고, 사람들은 스캇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스캇은 아무 말 못 했다. 그 때문에 그의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음에도 그는 자신 때문이라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빌리 바우어에게 왜 스미더린을 중독되게 만들어놨냐고 따졌다. 왜 이걸 중독되게 했냐고! 



자신의 잘못으로 약혼녀를 잃은 스캇은 괴리감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스캇의 사고(현상)에 집중했지 사고 이유(본질)에 집중하지 않았다. 이미 발생된 것에 본질을 따져봤자 피곤하기도 하고, 현상을 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SNS가 중독되는 이유 중 한가지는 보여지는 현상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편하고 쉽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인구가 사용하는 스미더린의 사장 빌리 바우어는 부자에 엄청나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묵언 수행을 떠났다. 모두와 소통을 하는 스미더린의 사장이 소통을 단절하기 위해서 전파가 차단된 곳으로 가서 묵언수행을 했다.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그는 소통을 하지 않고 단.절. 되어있을까? 빌리 바우어가 스캇과 통화하는 데에 약간의 힌트가 있다. 그는 스캇과 통화하다가 억울한 듯 외친다. "나도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이런 의도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그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버린 스미더린, 그는 막을 수 없는 물결에 휩싸인 파편 중 하나였을 뿐이다.


#업데이트해라


스캇의 마지막 요청은 단지 업데이트를 통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방지해달라고 요청한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같은 고통을 받지 않게, 해당 내용을 반영해서 업데이트하기를 바란다. 그는 스미더린의 팬이었지, 스미더린에 원한이 있지 않았다. 그는 다만 스미더린에 들어가서 자신을 위로해주는 사람들을 보는 게 괴로웠을 뿐이다. 


인턴을 풀어주고 자살하려는 스캇, 그런 스캇을 막는 인턴, 경찰은 내부의 상황을 보고 저격수에게 저격을 요청한다. 저격수의 총소리, 알람이 뜬다. 사람들은 알람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삶으로 돌아간다. 빌리 바우어는 다시 단절을 위해서 눈을 감는다. 그렇게 스미더린은 끝난다. 열린 결말이지만 열려있지 않는 것 같다.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이 파편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래?



답은 2가지가 아닐까? 1번은 스캇이 죽는다. 사람들은 인턴에게 말한다. 고생했다. 납치돼서 죽을 뻔했는데 다행히 살았구나. 그러나 스캇이 저격수에게 저격당한 것은 인턴의 오지라퍼의 기질 때문이었다. 인턴은 괴로워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에게 위로를 건넬 것이다. 스캇에게 일어난 일이 인턴에게 일어난다. 빌리 바우어는 세상이라는 흐름을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눈을 감는다. 


2번은 인턴이 죽는다. 사람들은 내용을 확인한다. 저격수가 잘못 쏴서 인턴이 죽었대. 이슈가 되지만 사람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에 SNS로 확인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진실을 아는 빌리 바우어는 진실을 밝히는 것을 꺼려해서 눈을 감는다.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 아닌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되었는지, 우리가 무엇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지는 삶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상을 보고 파악한다. SNS에 올려지는 짧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고 그 사람의 삶을 파악한다. 빙산의 일각이다. 행복해 보여도 그는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위로를 받아도 그는 괴로워할 수 있는 것이다.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시간,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마음가짐.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무엇을 보고 판단하던지 간에 다른 사람들은 사실 당신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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