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정체다!
삶에 돌파구가 필요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이대로는 안될 거 같은 어느 타이밍. 그 타이밍을 올해 초부터 느끼고 있어서 새벽에 운동을 시작했다. 근력 운동을 위주로 하면서 어느정도 체력이나 근력이 늘어나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내가 먹는걸 그리 많이 먹는 타입도 아닌데... 운동에서 발전이 없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업무로 인한 멘탈도 망가지고 있었던 찰나에 "돌파구를 만들자!" 하는 마음으로 런닝을 시작했다.
난 유산소를 좋아했다. 후배가 "형님 오래 살려면 유산소를 하고, 멋지게 살려면 웨이트를 해야한데요!"라는 말을 듣고 웨이트를 하기 전까지는 유산소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자주 하지는 않았다. 사는게 바쁘다는 변명 좀 잠깐 하고 갑니다.) 삶에 고비가 올 때마다 나를 잡아줬던 것은 생각해보면 결국 유산소 운동이었다. 런닝이나 수영(수영은 무산소, 유산소 포함이라고 하지만...)같은 지독히 반복적인 운동이었다. 런닝이나 수영을 하게되면 명상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고요해지고 내 머리는 단순해지고 그렇게 비워낼 수 있어서 다시금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게 왠걸? 런닝을 2주 정도 하는데도 멘탈이 회복되지 않았다. 내 머리에 뭔가 고장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데 2주가 지나고 3주차가 되면서 조금씩 멘탈도 건강해지고 몸무게도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생기고 머리가 맑아졌다. 아, 돌아왔다. 궤도로. 더 버틸 수 있겠다. 안심이 되었다.
아침마다 5km를 뛰기 시작한지 2달이 되었다. 일주일에 3번은 뛰자를 지켰고, 11월 한달은 보니가 벌써 86km를 달렸더라. 근데... 하... 이 놈의 인생은 쉽지가 않다. 기록이 줄지를 않는다. 열심히 뛰어도 속도를 내어도 결국 Km당 5분 30초대로 수렴이 된다.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해서 운동하는데 운좋게 회사 근처 헬스장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어서 뷰가 참 좋다. 엄청나게 뛰어도 정체되는 이 마음, [출근길 올림픽대로와 다름이 없다.] 뭐 하나 풀릴려고 하면 또 정체다. 난 달리고 싶은데 쭉쭉 뻗어나가고 싶은데 뭐 이렇게 주변에 브레이크를 걸게 하는 것이 많은가?!
땀 범벅이 되어서 스트레칭 겸 휴식을 위해 매트에 누워서 생각했다. 삶은 고속도로처럼 달리다가 중요구간에 와서 정체가 심한가 보다. 마음은 조급한데, 속도가 안나고 그러면 실수를 하게 된다. 차분히하자. 연비가 중요하지 네비게이션 1분 줄어드는 게 중요할까?! (그래도 몸무게는 좀 빠르게 빠졌으면 좋겠는데...)
정체구간이 계속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사실 그걸 안다. 너무나 잘 알아서 빠르게 정체구간을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정답은 알 수 없다. 편법을 쓰던, 전략을 잘 짜서 정체구간에서 빠르게 벗어나던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이라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 걸려도 꾸준히 노력해 간다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누군가는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것에 대해서 비웃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도 있다. 세상에서 말하는 지혜나 논리는 그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러니 그냥 정체구간을 받아들이고 노래라도 흥얼거리자. 혹시 모르지, 그 정체구간에서 연습한 노래가 회식자리에서 나를 빛나게 해줄지도?! 연말 회식기간이다. 노래나 부르자. 언젠간 되겠지~! 달리기도 하다보면 1초씩 줄어들고, 몸무게도 100g씩은 빠지겠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