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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Dec 27. 2023

어서 와, 모녀여행은 처음이지?

짐 준비 편

이 글은 부모와 여행을 ‘준비’하는 누군가를 위한 글이다. 엄마와의 여행은 아이와 여행을 가는 것만큼이나 신경 써야 할게 많다. 여행의 이유는 각기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오랜 시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중 하나였고, 20년 간 뚝심 있게 지켜온 자리에서 물러나 은퇴와 환갑을 동시에 맞이한 엄마를 위한 선물이었다.


 엄마와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장기(대략 2주)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유럽 지역 특성상 긴장되는 건 사실이었다. 긴장과 설렘을 오가는 사이, 준비 기간 동안 엄마는 평안했고 나는 분주했다. 여행을 준비하느라 상기된 엄마를 보면 뿌듯했다가, 무리하게 자유여행을 계획했던 과거의 나에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짜증이 이따금 엄마에게 굴절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다잡고 여행을 마친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나는 역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해내고야 마는 뚝심 있는 엄마 딸이 분명했다.


 미안함과 고마움은 자식 된 이들에게 그늘처럼 따라다니는 보편적인 마음이 아닐까. 그 미안함과 고마움을 걷어내겠다고 고작 2주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별거 아닌 일에 얼마나 휘몰아쳤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을 좀 편하게 먹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글은 ‘짐 준비’와 ‘마음 준비’로 진행된다. 짐 준비만 보고 싶다면 현재의 글을, 불안한 마음에 고요가 필요하다면 다음 편으로 이어질 에피소드를 보면 된다. 중요한 건, 우리는 부모님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고,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행동과 반응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입맛에 따라 적절히 취사선택하여 좋은 여행되길.



 #짐 준비

1. 편한 운동화 : 부모님은 일상에서 오래 걸을 일이 별로 없다. 고작해야 공원 한두 시간 도는 일이 전부인 사람이 ‘정말’ 편한 운동화가 있을 리 없다. 개인적으로 오랜 세월 신어온 운동화가 가장 좋다는 생각이지만, 적절한 운동화가 없다면 ‘스케쳐스 고워크’ 시리즈를 추천한다. 고워크 시리즈가 롱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병원 근무시절 나잇대 상관없이 환자들이 가장 많이 신던 것을 보아왔고, 넓은 발, 평발 가리지 않고 가장 편한 운동화라고 생각한다. 신어보고 사기를 추천!


2. 휴족시간 / 압박스타킹 / 휴대용 공기압 마사지 기기 (인터넷 면세점에서 구매 가능) : 장기 여행은 걷기의 연속이다. 관광 욕심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경우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데’라는 마음에 없던 욕심도 생기기 마련이다. 압박스타킹의 경우 걸을 때도 잘 때 모두 사용 가능하고, 착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확실히 발이 가벼워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3. 스팀안대 / 모자 / 선글라스 : 여행지의 볕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나의 경우 선글라스를 꼈을 때 특유의 답답함 때문에 잘 쓰지 않았는데, 두 번의 장기여행 후 필수템이 되었다. 선글라스가 답답하다면 반드시 캡이 있는 모자라도 챙길 것. 스팀안대는 30분간 열이 발생하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눈물샘 분비가 원활하지 않은 엄마에게 만족도가 높았다.


4. 과도 / 작은 도시락통 : 나라 간 이동시 끼니를 건너뛰어야 할 때나 하이킹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5. 개인 슬리퍼 : 간혹 일회용 슬리퍼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챙길 것. 잠깐 산책을 하거나 마트를 다녀올 때도 용이하다.


6. 작은 백팩 : 해외여행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짐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게 은근히 여행 피로를 높인다. 나의 경우 혼자 백팩을 메고 웬만한 짐은 다 내 가방에 넣었는데, 결론적으로 엄마가 짐 때문에 힘들어했던 적은 없었다.


7. 한식 : 누룽지를 추천. 필요 없다고 해도 꼭 챙길 것. 나의 경우 정말 한식을 잘 안 찾는 편이지만, 부모님의 경우는 다르다. 장기 여행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변덕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부모님 기호에 맞춰 챙길 것.


8. 기내용 발받침대 : 장기 비행시 발을 얹어둘 수 있는 행거 형태의 발받침대. 휴대가 편하고 여행지를 오고갈 때 항상 쓰고 있는 제품. 내구성은 약하지만, 이천원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9. 그 외 비상약 / 빨랫비누 / 휴대용 전기포트 / 보조배터리 / 자양강장 영양제 / 옷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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