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것을 더 좋아하기로 했다.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것을 읽고 보기를 즐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늘 경험이었다.
스치는 듯해도 결국 내 피부는 지금의 경험을 기억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잊지 않도록 어딘가에, 내 몸이 기억하도록. 새겼다.
무분별해서 보이지도 찾을 수도 없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해서 오늘 아침에도 나는 눈을 떴다.
40이란 숫자는 참 이상하다.
마흔이란 나이는 특별하다.
서른이 넘었을 땐 지나간 지도 모르게 이십 대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혼란을 겪었다. 그래서 삼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이제 더이상 칭얼거릴 수는 없는 '어른'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마흔이란.
청춘이 지나가는 자리임을 의미했다.
늘어놓았던 것을 차차 정리하고 거두어야 함을.
새해부터 시작된 각종 사고와 허리통증을 동반한 고통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깨달음은 번뜩이지 않고 고인 물이 새어 나오듯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취향을 좁혀야겠구나.
나는 좋아하던 것을 더 좋아하기로 했다.
숨겨둔 사탕을 몰래 꺼내먹듯 아껴 들었던 윤상의 노래를 더 많이 들을 것이다.
강아지와의 산책에서 우리를 스치는 바람과 온화하거나 춥거나 더운 그 공기를 그 날씨를 더 즐겁게 만끽할 것이다.
고양이에게 더 기꺼이 어깨를 내어줄 것이다. 내 목에 얼굴을 파묻고 자는 고양이의 온기를. 정수리에서 나오는 꼼꼼한 냄새를 맡으며 잠을 잘 것이다.
읽던 것을 또 읽을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 몇 명의 책을 집요하게 읽을 것이다.
그런 의미해서.
파스칼 키냐르의 전권을 구매했다. 오늘 오후에는 책이 도착할 것 같다. 얼마나 설레는지 책상에 펼쳐진 책들 중에 읽을 책을 고심해서 고르는 꿈을 꾸었다. 그중 몇 개는 다급한 마음으로 클릭해서 다른 작가의 책이 섞여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내역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아니었다.
가장 유명한 책이 좋을까
마음이 먼저 가는 책이 좋을까
이런 고민은 간질간질하게 행복하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내게 특별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도 흐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더 많이 기록해야겠다.
2026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