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소서에 끌린다(1부)
면접관 호기심 유발 자소서가 최고
대기업은 어떻게 입사할 수 있을까? 경쟁률이 높게는 수 백 대 일인 치열함 속에서 어떻게 나를 빛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운 좋게도 보험업계 1위, 온라인 유통업계 1위, 식품업계 1위, 뷰티업계 1위 회사를 다녔고, 다니고 있다. 팀 내 선임역할을 맡으면서 면접위원으로 활동했으니, 수 십 년 동안 몇 백번의 면접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룹 신입공채, 회사 특별 공채, 경력직 채용, 글로벌 인력채용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대기업이 어떤 유형의 인재를 좋아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됐다. 처음에는 인상이 좋았다가 사소한 말실수로 탈락한 사례도 있었고, 존재감이 없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반짝반짝 빛나는 경우도 있었다.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취업카페나 동아리는 많겠지만, 현직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 임원얘기를 들은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생생한 사례들을 읽어 나가면서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힌트를 얻어가기 바란다.
먼저, 채용절차법(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2020년 시행)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채용절차법 제4조의 3(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 구인자는 구직자에 대하여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다음 각 호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여서는 안된다. 1. 구직자 본인의 용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2.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 혼인여부, 재산 3.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부모, 조부모, 자녀, 손자녀) 및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
이러한 채용절차법상의 금지 내용은 이력서에도 넣지 않는 것이 좋다. 면접은 대부분 이력서를 기반으로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이력서에 담겨 있으면 면접관 입장이 매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질문을 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력서에는 '나만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면접관들에게 미리 구직자의 이력서가 제공되지 않는다. 미리 정보가 알려지면 부당 채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면접 직전 짧게는 5분, 길어야 30분 정도만 이력서를 볼 시간이 주어진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면접관을 사로잡을 핵심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질문하고 싶은 콘텐츠로 만들려면 뻔하고 장황해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험을 했으며, 어떤 준비가 되었는지가 차별적인 스토리와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오랜 기간의 면접경험에서 인상 깊었던 이력서가 떠오른다. '저는 3S를 좋아합니다.'로 시작했던 문구가 아직도 생생하다. 3S 정책은 대중을 Screen(영화), Sports(스포츠), Sex(섹스)로 유도했던 정치적인 우민화 정책이 아니었던가? '3S'라는 단어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정작 내용은 San(산), Sul(술), Saram(사람)이었다. 코타키나발루를 등정했을 정도로 건강하며, 술을 마시며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취미일 정도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말을 대변한 이력서였다.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발로 뛰어야 하는 영업직군에 정말 잘 맞는 인재라 판단했다. 그 지원자는 무난히 합격했고, 현재는 승진까지해서 대기업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력서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가 바로 오타이다. 가장 기본적인데도 의외로 오타가 많다. 채용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특히 오타가 많은데, 여러 회사에 동시에 지원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타 한 글자만 있어도 채용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맞춤법도 맞아야 하고, 최근 유행어나 축약어를 써서도 안된다. 트렌디해 보일 거라고 착각하지 말라. 그저 예의 없고 철없어 보인다. 최악의 오타는 회사이름 자체를 잘못 쓰거나, 지원한 회사명에 경쟁사의 회사명이 적혀 있는 경우이다. 실제로 A회사의 경쟁사인 B회사에 지원하면서 이력서 내용에 '제가 A회사를 지원한 이유는 ~'이라는 오타가 있었고, 바로 탈락이었다. 필패다. '여기저기 돌린 이력서에 회사 이름만 바꿔 썼군. 준비성도 엉망인데다가, 여기 저기 탈락한 경험이 많겠군'이라고 판단한다. 지원자의 역량이 떨어져 보이고, 이 회사가 아니면 안 된다던 결의에 차 있는 얼굴이 가식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력서에서 오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최종 이력서를 서로 바꿔가며 점검해 주는 등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이력서는 두 종류로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전체 이력서와 회사별 맞춤 이력서를 나눠서 말이다. 전체 이력서에는 경험했던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적어 보아라. 그것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회사나 직군에 맞게 편집해서 이력서를 다시 써라. 모든 회사에 경험한 것 모두를 줄줄이 나열하면 이 또한 필패다. 지원한 회사의 업종, 주력사업, 조직문화, 직무특성, 인재상에 맞춰, 경험 중 어떤 점을 강하게 부각할지를 정한 다음, 연관되지 않는 내용은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원자는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취미로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땄다고 하면, 리더십도 있고, 성격도 밝아 보인다. 그렇다면 '댄스 동호회 회장' 경험은 빼는 게 좋다. 투 머치다. 노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친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업무 외적인 것에 더 신경을 많이 쓸 것처럼 보인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도 만약 업무와 관련이 없다면 왜 땄는지 전체적인 스토리 안에서 녹여내야 한다.'꼭 귀사의 영업직에 입사하고 싶은데,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려고 2년간 준비해서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력서 작성은 해당 회사에 FIT을 맞추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애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