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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마회사선배 Aug 05. 2024

회사에서 "제대로 말하기'

'말'이 바로 나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14년생 포메라니안이니 사람나이로는 60대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언어무용론'에 동의하게 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몸짓으로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사람의 언어는 어떤가? 주고받는 지식과 정보와 감정이 너무나 다양하고 방대한 사람의 경우는 '언어를 잘 활용해야' 오해나 상처 없이 지혜롭게 세상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다.


  조직생활에서는 '제대로 말하기'가 무척 중요하다. '말하기'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이 곧  그 사람이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판단한다. 왜 저 사람한테는 안정된 조직만 맡겨서 일도 안 하면서 인센티브만 챙기게 하고, 나한테는 매번 신사업이나 부진사업만 맡겨서 고생만 시키고 인센티브도 못 받게 하는 걸까?라고 회사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지나고 보니 원인은 다 나한테 있었다. 나의 언행이 주는 에너지가 안정된 조직보다는 새로운 일이나, 개선이 필요한 일에 맞다고 판단하게 한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협업하며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조직생활에서는 '어떻게 말하느냐?' 즉, '어떻게 내 의견을 전달해서 설득해 내느냐? 에 따라 모든 게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PREP원칙'을 기억하면 좋다. 결론(Point)->이유  (Reason)->사례(Example)->결론(Point) 순으로 말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말하기가 필요한 비즈니스 대화에서 활용하기 좋은 스피치 기법이다.

  

  신입사원들은 아직도 학생 티를 못 벗어 회의시간에 간혹 '헐~' '대애~박'이라는 리액션을 보일  때가 있다. 당혹스럽다. 철이 없어 보인다. 어떤 직원은 입에 걸레를 물고 살기도 한다. 말 끝마다  '18'이 붙는다. 특히, 술자리에서 심하다. 멋져 보이고, 강해 보이고, 힙해 보이는 줄 아나 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저런 수준이 우리 회사 직원이라니 참 한심하다.'라고 생각한다. 장담컨대,  그 직원은 잘해야 과장이 끝이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제대로 말하기'의 중요성은 커진다. 언행에  품격이 필요하다.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의 언행은 치명적이다. 파트장, 팀장과 진행하는  주간회의, 월간회의, 전사 전략회의를 조심해라. 공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두리뭉실하거나, 무슨 말인지 중언부언하거나, 농담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특히 화가 났을 때 사람의 본성이 나타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 말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있을지'를 3초만 생각하자. 나도 그러질 못했다. 화가 나면  뒷덜미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고 싶은 말을 끝내 직설적으로 하고 말 았다.  심지어 벽에 다이어리를 던지기도 했다. 많이 후회된다. 적도 많아졌다. 후배들이여, 화가 나면 일단 침묵하라. 10초 정도 조용히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라. 침묵은 고함보다 훨씬 강력하다.

  

  프레젠테이션은 더 중요하다. 주인공이 나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목한다. 과거  MD업무를 할 때 임원들과 팀장들 앞에서 신상품 품평회에 선 적이 있었다. 내가 소싱한 상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했다. 먼저 2~3일 전부터 저녁에 과식과 음주를 삼가고 운동했다. 퉁퉁 부은 얼굴이나 관리하지 않은 핏을 보여주기 싫었다. 발표자료는 여러 번 읽어 외우다시피 했고, 혹  시 놓칠 만한 멘트는 빨간 펜으로 첨삭을 달아 두었다. 가급적 두괄식으로, 핵심만 먼저 말했다.  만약 회의 초반 분위기가 어색하면 멘트 할 아이스브레이킹 소재도 미리 준비했다. 민감한 정치나  종교이야기는 피하고, 주로 날씨가 가벼운 유머를 활용했다. 발표 연습은 전날 밤에 주로 했는데  종료시간 알람을 맞춰 시간 내 마치도록 여러 차례 연습했다. 아무리 훌륭한 프레젠테이션도 시간을 넘기면 집중력이 급속히 떨어진다. 어린 자녀 둘을 청중처럼 앉혀 놓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으면 계속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대학생, 대학원생이 되었음에도 가끔 그때를 기억한다.  똑같은 내용을 왜 저렇게 많이 연습하나 참 지독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래도 부지불식간에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 교육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대표이사 참석회의는 일주일을, 최고 경영진 참석회의는 한 달 이상을 준비했다. 공식적인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실수가 개인뿐만 아니라 내 부서에, 내 회사에 끼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말하기'를 보고 판단한다는 것을.. 말 한마디 잘못해서 바로 다음 날부터 집에 가는 임원들도 수 차례 봤다. 신입사원 시기부터 '공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말하기'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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