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스럽게 먹는 아기로 키우려면

먹는 모습만 봐도 많은 것이 읽힌다.

by 카리스마회사선배

복스럽게 먹으면 복이 온다. 복스럽게 먹는 사람은 음식을 맛있고 즐겁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먹는다.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잘 먹으니, 먹는 모습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준다.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을 보면 호감이 생기며, 친근하고 성실하다고 느껴진다. 회식이나 가족모임, 친구들과의 식사에서도 분위기를 부드럽고 즐겁게 만들며, 인간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반대의 경우가 있었다. 검색하면 나올 정도로 사회적 지위가 꽤 높은 분과의 저녁식사 자리였다. 음식을 씹다가 갑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종이컵에 뱉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했다. 다이어트 중이라며 식사 내내 씹다가 뱉는 일을 반복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나는 입맛이 뚝 떨어지며 구토가 나려 했다. 다시는 그 분과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음식을 먹는 모습은 상대방에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이러한 식습관과 먹는 예절은 대부분 어렸을 때 결정된다.


어릴 때 먹는 것은 우선 영양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 아이의 성장, 두뇌발달, 면역력, 식습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0~5세는 뇌세포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뼈, 근육, 장기뿐 아니라 면역세포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영유아기 필요한 영양이 부족하면 키, 체중, 체력에서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특히, 이유식 시기가 중요한데, 워낙 정보가 많으니 구체적인 요리법을 논하진 않겠다. 다만 제철 식재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맛과 씹는 질감을 통해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으로 볶기나 삶기보다는 주로 쪄서 주되, 소금과 설탕을 최소로 넣자. 어차피 크면 먹을 건데 어떠냐며 조미료와 설탕을 거리낌 없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어릴 때 달고 짠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면 성인이 돼서도 단짠 음식만 찾게 된다. 집에서 밥을 먹는 동안에는 심심한 맛에 길들여지도록 하자, 어쩔 수 없이 학창 시절에 매식을 하더라도 말이다. 이유식이 끝나 어른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어른 반찬과 아이반찬을 다로 분리하지 말고, 씹기 좋게만 잘라 가족들과 나란히 앉아 밥을 먹게 하자. 가공식품이나 과자, 음료수 대신 천연 과일을 주고, 버터, 꿀, 날 음식은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어릴 때 주지 말고, 큰 다음에도 조금씩 먹이면서 이상징후를 잘 관찰하자.


식욕도 타고 난다. 신생아 때 젖 빠는 힘과 속도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두 아이 모두 식욕이 강하진 않았다. 첫 아이 때는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무던히도 애썼다.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고, 놀이도 하고, 칭찬도 하고, 협박도 하면서 밥을 먹였다. 둘째 때는 먹기 싫어하면 안 줬다. 간식 대신 물만 먹이면서 바깥 활동을 많이 시켰더니 자연스럽게 밥을 맛있게 먹었다. 억지로 먹이면 식사에 거부감이 생기고, 밥 먹는 행위가 아기에게 무기가 되고 유세가 된다. 독하게 마음먹고, 식사시간 외에는 쫄쫄 굶겨서라도 삼시 세끼를 맛있게 먹도록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다.식사시간에는 아기를 포함한 가족 누구도 핸드폰을 봐서는 안된다. 아기가 조용해진다고 밥 먹을 때 태블릿을 켜주고,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것이 최악의 식사법이다. 그래 놓고는 사춘기가 되면 게임만 한다고 소리 지르니 당연히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밖에.. 적어도 밥 먹는 시간만큼은 가족들이 모여 즐겁게 웃으며 식사하되, 기본적인 식사예절은 가르쳐야 한다. 나 어릴 때 아버지가 먼저 수저를 드셔야 나머지 가족들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다 먹고 나서도 먼저 일어나지 못하고, 다 드실 때까지 밥그릇에 숟가락을 걸쳐 놓고 기다렸다. 이 정도의 엄격함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예절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다음 회에 계속)


큰 아이는 성인이 되었어도 편식이 심하다. 야채를 거의 먹지 않고, 고기만 좋아한다. 작은 아이는 골고루 잘 먹긴 하지만, 탄산음료를 너무 좋아해서 치아가 좋지 않다. 정신없이 일만 했던 터라 세세하게 챙기질 못했다. 그래서 가끔 또 미안해진다. 젓갈, 콩국수, 양배추 김치...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식이다. 어릴 때는 분명 싫어했는데, 신기하게도 점점 좋아지고, 그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릴 때 한 번이라도 먹어 본 음식은 이처럼 커서도 거부감이 없다. 유아기 다양한 맛을 경험하면 감각 신경과 뇌의 다양한 부위가 동시에 자극되며, 창의력과 사회성 발달에도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많이 있다.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수면욕, 성욕 중 식욕의 비중은 무려 40%다. 새벽운동을 하면서 아침 메뉴를 기대하고,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에 뭐 먹을지 생각할 정도로 나는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맛에 대한 철학이 가득한 맛집을 발견하면 정말 행복하다. 서툴지만 스스로 숟가락질을 하면서 맛있게 밥을 먹는 아기영상이 한 때 큰 화제가 되었던 것도, 먹는 아기의 행복한 모습이 전이되었기 때문이리라. 음식에 관심이 없어 배 안 고파지는 알약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큰 아이를 볼 때마다 이해가 안 되면서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씁쓸해진다. 어릴 때 골고루 음식을 접하게 하고, 즐겁고 여유롭게 식사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 아이의 평생 식습관과 건강을 만들어주고, 여기저기서 환영받는 사람으로 키워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의 집 아기는 왜 저렇게 빨리 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