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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아기는 왜 저렇게 빨리 클까?

어차피 인생은 각자의 속도대로 사는 것

by 카리스마회사선배


'우리 애는 벌써 뒤집는데, 너희 애는 아직이야?' 산후조리원 친구를 만났더니 보자마자 속을 긁는다. 직장맘들은 아기의 더딘 성장이 마치 본인 탓인 듯, 시댁 갈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엄마가 잘 먹이지 않겠나? 큰 집 애들 좀 보래이~ 아주 통~통하데이.' 삐쩍 마른 우리 애들을 보면서 하셨던 시어머니의 말씀은 어쩜 아직도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까? 뭐라 대꾸도 못하면서도 내 며느리에게는 절대 비교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했던 결심까지 떠오르니 말이다.


너무 어린 신생아를 데리고 외출한 부부들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한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너무 일찍부터 사람 많은 곳에 데리고 다니면 절대 안 된다. 병원 다니는 정도를 제외하고 적어도 100일 정도는 기다렸다가 외출하는 것이 좋다. 외출이 시작되면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하루 종일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딸을 보고 '아유~ 귀여워라. 잘 생겼네.'라는 말을 들은 이후 무조건 외출할 때 꽃 머리띠를 둘러줬다. 불편하다고 찡찡대도 소용없었다. 사람들이 그리 예쁘지 않은 아기들에게는 예쁘다는 말 대신 귀엽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보다 거짓말을 잘 못한다. 이런 상황을 몇 번 겪으면서 본격적인 비교 배틀이 시작된다.


옆 집 아기는 키도 크고 볼 때마다 쑥쑥 자란다. 볼 때마다 속상하다. 특히 첫 아이면 비교심리가 더 강해진다. 아기의 발달이 정상인지,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특히 우리 사회는 학업, 외모, 성공에서의 경쟁이 익숙하다 보니, 아이도 경쟁 대상에 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가 혹여 뒤처질까 봐 불안해지는 심리인 것이다. 아이의 발달이 늦으면 부모 자신, 특히 일하는 엄마의 책임인 것처럼 느껴진다. 할머니, 친구, 이웃 등 주변 사람들의 말이 압박이 되기도 한다. 특히 SNS나 육아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마치 내 아이만 느리다고 착각하고 불안해진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평균수치도 참고만 하면 된다. 큰 아이는 돌도 되기 전에

반찬을 입에 넣어주면 '먹을 만하네.'라고 할 정도로 말이 빨랐지만, 걷지를 못해 안고 다녔다. 반면 작은 아이는 돌 즈음에 뛰어다녔지만, 말은 거의 한 마디도 못 했다. 걱정이 되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통문장을 완벽히 구사했다. 이렇게 똑같이 낳고 똑같이 키워도 성장속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매우 크다. 남과의 비교는 아기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을 게 하나 없다. 부모가 자꾸 비교하면 아이도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껴 자기 주도성과 자존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보다는 아이의 작은 성장을 기록해 보자. 기록은 기억을 이기고, 추억을 남긴다. 아주 작은 변화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기록하고, 감사하는 습관을 기르자. 만약 다른 부모의 양육법 중에 배울 만한 것이 있다면 참고만 하자. 남과의 비교보다는 우리 아기를 잘 관찰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자. 아이의 육체 성장은 자주 가는 병원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정도로 충분하다. 불안해할 필요 전혀 없다. 어차피 사람은 각자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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