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부모가 직접 길러라
얼마 전 배가 봉긋해진 후배가 찾아왔다. 결혼 수년만에 아기가 생겼다고 감격스러워하는 후배가 어찌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친정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건가 싶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너무 불안하다며 베이비시터를 써야 하나?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께 부탁드려야 하나?로 고민하고 있었다. 부부가 같이 1년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있는데도 도무지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대답은 어땠을까?
초기 6개월은 부부가 직접 키우고, 나머지 6개월 동안 베이비시터와 같이 키우라고 말했다. 혼자도 아니고 자상한 남편도 있는데 무얼 두려워하냐고 되물었다. 고개만 가누면 목욕시키기도 편해지고, 일주일만 지나면 울음소리에 담긴 뜻도 금방 파악된다. 부모가 되면 본능적으로 아이를 잘 키우게 되어있다. 두려워하지 말라. 못할 거라 생각하지 말라. 누구보다도 잘 키울 부부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렇게 답해줬다. 단, 복직 6개월 전부터는 좋은 베이비시터를 찾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부부의 상황에 따라 24시간 입주냐 출퇴근이냐를 판단하면 된다. 24시간 입주 시터는 부부에게 자유와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감을 동시에 준다. 출퇴근 시터는 비용이 절감되는 대신 부부가 번갈아 육아당번을 정해야 해서 늘 마음이 바쁘다.
좋은 베이비시터는 단순히 아이를 잘 돌보는 사람을 넘어 아이와 부모에게 신뢰와 안정을 주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좋아해야 한다. 따뜻하고 인내심 있게 아이의 요구를 파악하고 성격, 연령, 발달단계에 맞게 돌보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안전의식이 있어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깔끔한 사람이 좋다. 약속시간을 잘 지키고 부모의 지침을 잘 따르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부모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 대화할 줄 아는 사람, TV나 스마트폰만 보지 않고 놀이, 책, 외부활동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와 교감하려는 사람, 몸이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 사람이면 금상첨화다. 이렇듯 전지전능한 베이비시터를 찾기란 참으로 어렵고, 면접 몇 번만으로 사람을 파악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니 6개월 동안 직접 경험하면서 아이에게 맞는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6/16, 베이비시터 다루는 법 참고)
왜 친정엄마나 시어머니는 추천하지 않을까? 일단 체력과 건강문제다. 아이를 돌보는 데는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연세가 있으시면 허리, 무릎, 심장건강 등으로 순간적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손주는 너무 사랑스럽기 때문에 훈육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안 되는 것을 안된다고 말하지 못하고 무조건 받아주면 아이의 습관과 성격 형성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이유식, 수면교육, 미디어 노출관리 등 아이를 돌보는 방식에 있어 세대 차이가 날 수 있다. 마음에 안 드는 걸 자유롭게 말씀드리기가 불편해지고, 댓가로 얼마를 드리느냐에 따라서도 나중에 서운한 마음이 드실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할머니 본인도 자유로운 노후를 원하실 수 있는데, 손주를 돌보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부모자식 사이에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신생아는 부모가 직접 키우는 게 가장 좋다. 서툴러도 괜찮다. 우리 부모도 다 처음이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잘할 수 있다. 금방 적응된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휴직기간만이라도 실컷 사랑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