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건강한 삶을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게 그리 어렵거나 복잡하지도 않다는 것을.
오로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근처에 학교며 학원이며 병원까지 구색이 잘 갖춰진 동네였다
그렇게 17년을 살았다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은 이곳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금 떨어진 대학을 졸업했다
이제 슬슬 이곳을 벗어날 만도 했다
오래 살았고, 조금 더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 알아보려고 했다
당현천을 재발견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일이다.
매일 새벽 출근을 하는 남편이 조금 늦게 시간이 옮겨지면서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 전 갑작스런 가슴 통증으로 입원을 하게 되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나 보다
그렇게 찾은 곳이 당현천이다.
걸어서 1분 거리에
바로 코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었는데, 무시하고 살아온 세월이 아쉽기까지 했다
5월에 새벽 낭독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이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매일 새벽낭독에서 책을 낭독하고 토론을 하면서 로버트 풀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정미님은 피터팬 같다고 하고, 주연님은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 있다고 하고, 나는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귀여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글 곳곳에서 자신이 쓴 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진실한 글만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작가가 될 수 있다. 글 소재를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와 가까이 있는 가족부터 이웃, 일하는 공간, 우연히 감동을 주는 다양한 모습 들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쓸 수 있다.
다시 당현천으로 돌아가 보자
남편과 아침 운동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변은 온통 꽃잔치다. 아침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며 저절로 눈이 즐겁고 마음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당현천 개울도 폭을 조금 넓게 다듬고 물속에 바위를 계단식으로 쌓아놓아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더욱 경쾌하다.
당현천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 사이로 이상한 녀석을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잉어 세 마리가 흘러내려가는 물살 사이로 거꾸로 올라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왜? 너희들은 연어가 아니잖아? 난 속으로 외쳤다
계단식으로 내려가는 물줄기는 다른 곳 보다 더 세차게 내려왔고 그 끝에서 버둥거리며 안간힘을 쓰는 잉어들을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는 응원했다
올라가 보렴, 너희들의 의지를 보여줘
두 마리는 기어코 성공! 위로 올라간 녀석들은 조금 더 깊은 윗물로 쑥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포기할 줄 알았던 한 마리!
자신의 머리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더 견디지 못해 하류로 흘러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웬걸..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벗어나 다시 반대쪽으로 헤엄쳐 가더니 다시 거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시 힘겹게 물살을 머리에 이고 바둥거리며 올라가는 녀석을 보다가 우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올라가! 다시 해봐!
마지막으로 꼬리에 힘을 바짝 주더니, 결국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아~~~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이 감동은 뭘까?
더 넓고 깊을 물을 찾아 물살을 거꾸로 올라가는 이 물고기는 연어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박혀있던 프레임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나도 연어가 될 수 있구나!
로버트 풀검은 베토벤을 사랑했고 그의 교향곡 9번을 즐겨 들었다. 그는 꿈을 꿨다. 나도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교향곡 9번을 지휘해 보고 싶다는..
그는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미친 꿈이라도 그 꿈을 꾸는 사람에게 미친 요정이 한둘쯤 있으면 실현될 수 있다. 그 경험은 내가 바라던 그대로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누군가는 그냥 스쳐 지나갔을 일들이
누군가는 이야기가 된다
건강한 삶이란,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다
내 삶을 사랑하는 마음과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과 호기심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하다
나는 기운이 솟아나고 기쁨이 넘쳐흐르고 가슴이 뛰게 하는 비장의 무기가 있는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직접 지휘해 보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있는가?
오늘 당현천에서
연어가 되어 승천하는 잉어의 모습을 보며
가슴 뛰는 삶의 환희를 느끼게 된다
https://youtu.be/kkMmunmeAK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