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속마음
잠자리에 누워 잠자리 의식을 치른다.
그림책 한 권 읽기, 축복기도하기.
이젠 눈을 감고 깊은 숙면으로 들어가면 된다.
눈을 감고 있던 아들이 말한다.
"엄마, 오늘 축구할 때 A가 골대로 공을 차려고 했거든. 골대 앞에 아무도 없어서 골대로 골을 차면 공이 들어가는 건데. 내가 있는 쪽으로 공을 찼어. 그래서 내가 맞았어. 그래서 나... 엄청 아팠어."
"엄청 아팠겠다. 속상하기도 했겠네."
"응... 그래서 내가 왜 나한테 차냐고 했는데... 옆에 있던 C가 축구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하는 거야. 나 정말 너무 화났어."
"응... 그러게. 네 마음이 안 좋았겠다. 그런데 C 말처럼 공을 잘못 차서 맞은 건 아니야? "
"아니야. 골대로 찼으면 되는 건데 내가 골대랑 떨어져 있는데 나를 맞춘 거야. 그리고 이게 벌써 세 번째야."
"뭐? 벌써 세 번째라고?"
"응!"
A도 C도 아이와 절친이라 할 만큼 잘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다.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 줘야 할까?
듣는 엄마 입장에서는 순간 부글부글 화도 나고 속이 상하지만 아이는 속상하긴 하지만 친구들과 잘 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처음엔 단호하게 한 소리 해 주라고 말하곤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로 든 생각은 사실만 전달하는 게 더 낫겠다는 것이다.
"아들... 오늘 A 만나면 그냥 솔직한 네 마음을 말하는 게 좋겠어. '어제 네가 찬 공에 맞았을 때 엄청 아팠어.
그리고 네가 일부러 나한테 찬 거 같아서 속상했어. 다음에는 조심해 줘.' 이렇게 네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게 나을 거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이 또한 성장 과정이라 지나치게 감정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인 내가 덤덤하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아들도 그럴 것이었다.
하교 후에 아들을 만났다.
아들이 먼저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엄마, 내가 A를 아침에 등굣길에 만났어. 그래서 엄마랑 얘기한 대로 말했거든. 그랬더니 A가 응~이라고 말했어. 이제 안 그러겠지?"
"그래 네 말을 잘 알아 들었을 거야."
자신의 마음을 전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편해진 듯했다. A랑은 여전히 잘 놀고 있고...
가방에서 사탕이랑 젤리를 꺼내 놓길래 어디서 난 거냐고 물었더니 A가 챙겨 준거라고 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이가 아무 말 안 하면 별 일 없이 잘 지낸 거다.
무소식이 희소식은 어른들 세계만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별 말 없으면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거다.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말한다는 건 속이 상했다거나 억울했다거나 슬프다거나 하는 일이다.
이게 진짜다.
물론 즐겁고 좋은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초등학생인 아들이라 가끔 자기 이야기를 한다.
칭찬받고 즐거운 이야기도 있지만 잠자리에서는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일을 말하곤 했다.
'이런 일이 있었어... 이런 게 바른 거 맞아?'
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기.
이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 다음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으면 최대한 아이의 마음이 편하도록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는 행동들로 함께 고민해 본다.
짠한 엄마의 마음을 뒤로하고
엄마에게 자신의 일을, 마음을 말해 주는 것, 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
지금은 그것에 감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