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월급쟁이의 주식투자 분투기
주식 투자 입문 시절.
오로지 차트 하나만 보고 전문가도 아니면서 기술적 분석을 한 답시며 생산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주식깨나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입문 초기에 알량하나마 돈을 벌었습니다.
그 당시 경기가 좋았을 수도 있고 이른바 거품이 꼈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자신이 롤러코스터에 탔는지 비행기에 탔는지도 모른 채 ‘익절’의 달콤함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었죠.
2000년도 후반,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미래는 밝다'라는 주제로 한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그때는 국내 경기가 과대 포장되었다고 할 만큼 부풀 대로 부푼 상태였으나 휴대폰 카메라 모듈, 휴대폰 기지국 안테나, 자율주행 차량용 레이더 등등 온갖 정보는 주식에 '주' 자도 모르던 초보자에게는 부족한 지식을 한껏 채워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때 그 프로그램에서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소재 개발에 뛰어들어 차량 전장 또는 각종 무거운 쇳덩이를 대신할 수 있는 '가벼운' 세상이 올 거라며 전망이 핑크색을 넘어 장밋빛 자체라며 어느 중소기업을 소개했습니다.
- 그래 저거야. 나는 근거 없는 정보만 가지고 투자하는 투기꾼이 아니야.
당시 투자에 앞서 투자할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정도는 알고 덤벼든다는 식의 알량한 자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기업 주식 하나로만 천삼백여 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책이 나오고 나서도 계속 물려 있지 싶습니다).
알고 보니 그 기업은 재벌 3세 오너가 사기꾼들과 짜고 이른바 ‘작전’을 펼쳐 한바탕 시원하게 말아먹고는 해외로 도망친 그야말로 답 없는 곳이었고, 주가가 1만 원 수준이던 그 회사 주식은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를 두 번이나 겪은 끝에 액면 가액 1천 원도 되지 않는 '동전주식'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물린' 돈이 1천만 원이 넘었는데 2025년 현재까지도 1천3백만 원 대의 손실을 지속하는 중으로, 주식에 관한 그 숱하고도 틀린 말 하나 없는 격언 중에 나에게 가장 뼈아픈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최신이라 하는 정보는 이미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쓰레기 정보다."
사회 초년생이자 흔한 표현으로 주린이였던 나에게는 너무 혹독한 형벌이었고, 결과적으로 결혼도 늦어지며 돈이 나올 만한 구멍은 죄다 막힌 듯싶었습니다.
그렇게 주식 투자 실패 후 직장을 그만둘까 싶다가도 손절매로 버텨보려던 나의 판단은 시작부터가 틀려 먹어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미수거래를 하다 빚을 탕감하지 못하고 사표를 내는 동료들이 주위에 여럿이 생겨났습니다.
그 당시는 아파트다 주식이다 할 것 없이 대부분 내 돈 아닌 돈으로 투자판에 뛰어들던 때로, 빚내어 투자하다 실패에 이르러 한강뷰를 포기하고 한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참 많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마음에 눈물과 후회로 점철된 시기를 보내었으나, 딱 한 가지 잘한 점도 있다면 당시 ‘레버리지’에 관한 개념을 전혀 몰랐음에도 ‘미수거래’ 만큼은 안 한다는 철칙이 있었고, 마이너스 상태가 계속되었으나 개인 파산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편, 그 탄소나노튜브인지 뭐시기인지를 기업 가치로 내세웠던 업체는 재벌 3세 오너가 횡령 및 주가 조작 혐의로 잠적하기를 수회나 거듭하여 상장폐지 위기를 두 번씩이나 거쳤음에도 모기업에 기생하며 아직도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데요.
주식 시장의 쓴맛을 보려고 비싼 수업료를 낸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개인적으로 손실이 너무 컸고, 나는 주식 투자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