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영화만 볼 때가 있다

그러다가 또 코미디영화만 볼 때가 있고..

by 차재영

양조위가 내한했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출연한 영화가 좋아서겠지.


어느 인터뷰에서 중경삼림의 한 장면을 다시 재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세월이 흘러버린 양조위아저씨와 과거 영상 속 매끈한 양조위오빠가 같이 나오는 것을 보며ㅋㅋ 젊음이 좋구나 하다가도 흘러버린 세월 때문에 그런 것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출처: 패스트페이퍼

암튼 중경삼림 참 자주 봤는데 캐나다에 있을 때 같이 사는 언니와 봤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방을 따로 썼는데 각자의 노트북을 가지고 와 좋아하는 영화를 거실에 틀어놓으면 작은 상영회가 되곤 했다. 그때 영화는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기도하고 인생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기도 했는데,


어쩐지 생각해 보면 조금은 심오한 영화들만 봤었던 것 같다.


카모메식당이라든지, 나기 전 해야 할 일, 중경삼림 같은 것들.


그런 취향인가 생각해 보면 심오한 느낌을 좋아하긴 하지만 한국에 와서 봤던 것들은 코미디, SF, 이런 것들이었던 것 같다.


단정 지으면 안 되나? 싶다가도 한 사람의 인생에는 어떤 시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그런 영화들을 볼 때였고 또 그 후에는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볼 때였고. 뭐, 그런 생각이 든다.


계절의 변화 때문인지, 양조위의 출현 때문인지,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 공동거실에서 불도 안 키고 작은 노트북화면을 같이 들여다봤던 그 저녁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


우리는 정거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아주 큰 비밀을 얘기하듯이 그 인생의 정거장에서 그렇게 속마음을 나누었던 것 같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후 몇 년이 흘러도 몰랐는데, 더 세월이 흘러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해 보니, 마치 양조위오빠와 아저씨를 같이 본 오늘처럼ㅋㅋ 그날들이 유난히 매끈하고 뜨거웠었구나 생각이 든다.


아마 그 후의 시간들 때문이겠지. 시간이란 그런 걸까? 사건들이 대비되고 이것이 착시일지 진실일지 모르는 순간들을 내게 비춰주는 것.


오늘은 꿈을 꾸고 싶다. 그저 과거로 돌아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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