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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Spring Apr 27. 2020

8년차 마케터, 5년차 워킹맘

시간은 언제 이렇게 흘렀나

2015년 4월, 출산휴가에 들어갔고,

2016년 7월 복직했다.

그리고 2020년, 어느덧 8년차 마케터 & 5년차 워킹맘이 되었다.


3년 전.. 워킹맘 반년차를 맞아 써 보았던 글은, DAUM의 메인은 아닌 어딘가에 노출되어 브런치 유입이 크게 늘기도 했다. (그때 다시 시작했어야 했는데...)


약간의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오래 방치해두었던 브런치가 늘 마음 한 켠에 걸려.. 그간 느꼈던 것들을 몇 자 적어본다.



시간은 지난 뒤 돌아보면 엄청나다.



복직 후 첫날, 아이가 보낼 시간에 내가 없다는 것에 하루 종일 가슴이 먹먹했다.


새봄이를 낳고, 복직하기 전까지 14개월 동안 24시간 내내 붙어있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아이를 두고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어색했던 것 같다. 막연히 두렵기도, 한 편으로는 묘한 자신감도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 거야.


새삼 신기하게도 이제 아이는 혼자 화장실에 가고, 밥을 다 먹으면 그릇을 설거지 통에 갖다 놓을 줄 알며, 주말 아침 피곤한 엄마가 자고 있으면 한두 시간 정도는 혼자 놀며 기다려 준다. 내가 모르는 아이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아이만의 경험이 되더라. 여섯 살 새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일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었다.




아이는 알아서 잘 자란다.


신생아 시절, 2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눈물의 유축수유를 하고,

돌쟁이 시절, 걸어 다니다가 넘어질까 봐 늘 불안불안 쫓아다니고,

24개월.. 36개월.. 야근하면서도 아이 준비물을 챙기고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향하고,

매 순간의 시간들이 정말 느리게만 느껴져서 어디론가로 도망가고 싶었는데..


아이가 네 살쯤 되자, 더 이상 개월 수를 세지 않게 되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말도 또랑또랑 예쁘게 하고, 많은 것들을 기억해내고, 엄마의 기분을 살필 수 있을 만큼 아이는 몸도 마음도 엄청나게 쑥 자라 있었다.


생애 첫 밀크셰이크를 맛본 어린이의 표정


사실 아이는 알아서 잘 자랐다. 그런데 내 마음이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너무 바빴다. 뭘 그렇게 호들갑스러웠는지, 잘못하면 부서질 듯 아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겠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일하는 엄마라서 느끼는 죄책감


시간은 내가 가진 죄책감도 옅어지게 만들었다.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것 같다. 늘 더 잘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아이가 잠든 밤이면 잠든 아이 얼굴을 보며 '그때 왜 그랬을까' 하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이다.


졸업증명서 떼러 같이 옴 @청룡호수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지만, 주변 환경도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크게 한몫한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의 계절 옷, 어린이집 준비물,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일을 자연스럽게 '엄마'가 맡고, 왜 똑같이 일해도 나만 아이를 챙겨야 하냐며 남편과 숱하게 싸웠다. (더 말하면 입 아프다.)


어느 날,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는 야근하고 늦게 들어오거나, 주말에 출근하면 아이한테 죄책감이 들지 않아?"

"아니?"


맞다. 일을 한다고 해서, 그래서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긴다고 해서,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적게 보낸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남편 또한 아빠가 되어, 엄마가 된 나 만큼이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이지만, 나 보다는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 또한 이런 환경에서라도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야겠다고 그 날, 마음먹었다.



시간은 연습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나는 전보다 의연한 엄마가 된 것 같다.



문득 돌아보니, 그동안 겪었던 시간들이 눈 앞에 아득하다.


무조건 아이와 함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시간을 쪼개어 유화 드로잉 수업에 가기도 하고, 작년부터는 현업 마케터 & 커뮤니케이터의 비공개 모임인 이름없는스터디에도 조인했다. 퇴근 후 시간과 주말 시간 중 일부를 나를 위해 사용한다. 더 이상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그 '양'에 그렇게까지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좀 더 행복한 것 같다.


간혹 어쩔 수 없이 월화수목금토일 쉬지 않고 일하고, 남은 시간 아이와 함께 있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새봄이에게 짜증을 더 많이 내게 되더라. 낮잠 30분에 초고속 충전되는 새봄이의 에너지를 받아주기에.. 엄마는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엄마랑 나들이하면 꼭 챙기는 아이스크림


고맙게도, 새봄이도 이런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주말에 자고 있으면 아빠 보고 엄마 깨우지 말라고 그런다.) 그리고 사춘기가 오면 다시 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면 그때는 또, 시간이 나와 아이를 자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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