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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초툰 Nov 13. 2022

운전면허는 없지만 자동차는 갖고 싶어요.

나는 너를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고 싶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무려 두 번의 시도 끝에 필기시험을 통과했지만

차마 실기시험을 보기 위한 위대한 도전에는 발조차 디디지 못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이 내 몸에 스칠 때조차 소스라치게 놀라는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였고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남편이 자신은 버스기사라며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실어다 주기로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서른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남편 쉬는 날까지 침 꼴깍꼴깍 삼켜가며 참았다가 사면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운전면허 학원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지나가다 우연히 본 공모전의 한 문구 때문에 그동안 운전면허에 대한 생각이 산산이 조각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나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밥은 고사하고 물도 마시지 않은 채 오직 그림만을 그리게 만들었다.

그 문구가 무엇이었냐 하면

당신이 그린 그림으로 자동차를 랩핑 해서 드려요


물론 운전면허도 없는 나에게 언감생심 자동차였지만, 그 앞에 문구인 당신이 그린 그림이라는 문장이 나를 유혹했다. 그리고 그 문장이 "뭐 까짓 껏 자동차 먼저 받고 그 뒤에 운전면허를 따면 되잖아"라며 어느새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나의 황당한 그 모습에 얼마 전 남편과의 일화가 떠올랐다.


키가 주니(남편)가 주문한 택배가 현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나는 그 물건을 먼지를 집듯 집어 들며 키가 주니에게 따져 물었다.

"이게 뭐야?"

"아... 아! 자전거 헬멧이야"

"뭐? 자~전~거~헬~멧?"

"... 응... 이제 탈 거야 진짜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키가 주니를 째려보았다

키가 주니는 산지 3년 된 소중한 자전거가 있었다.

너무 소중해서였을까?

웬만해서는 그는 그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어느 날은 비가 와서

어떤 날은 비가 오지 않지만 날씨가 쌀쌀해서

그러다가 점점 자전거를 갖고 내려가기 귀찮다고 하면서 아파트 단지 어딘가에 자전거를 묶어두기 시작하면서 그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전거 헬멧이라니 순서가 맞지 않는 상황에 나는 키가 주니에게 물었다.

"자전거를 좀 타다가 자전거 헬멧을 사야지 이거 좀 순서가 잘못된 거 아니요?"

"아니야 이제 탈 거야 모자를 사야지 자전거를 타지!"

"응? 응?"

"진쫘 탈 거야! 지금 나간다!"

라고 했지만 그는 결국 나가지 않았고 나는 틈만 나면 남편을 놀리기 시작했다.

"고객님 고객님이 주문하신 자전거 헬멧이 울고 있어요. 왜 당신은 나를 주문해 놓고 쓰지 않나요?라고 하는데.."

"끙... 그게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됐어!."

"고객님 고객님.."

"알알 았어 타러 갈게"

그날은 억지로 남편을 자전거를 타게 했는데, 그의 손에는 자전거 헬멧은 들려있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보고 있는 나를 눈치챘는지, 키가 주니는 묻지도 않은 말을 대뜸 내뱉고 나갔다.


"아직 자전거 헬멧을 쓸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렇게 남편을 놀리던 내가 이제는 자동차를 받고 나서 운전면허를 따겠다니 얼토당토 하지 않는 주장이었지만 나에겐 전제가 있었다. 내가 그린 그림이 당선이 돼야 받을 수 있다는 전제 말이다. 나는 당당하다 나는... 나는...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조용히 공모전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양심상 마음속으로 외쳤다.

'운전면허는 없지만 자동차는 갖고 싶어서 죄송합니다.'

캡틴 루돌프 캡! 루돌프

"나 캡틴 루돌프! 산타를 위해 안전 운전해야지"

"루돌프 너의 운전은 캡이야! 당신도 엄지 척"


 

나는 우주스타 대왕 캣슈퍼!

대한민국에 캐스퍼 타러 왔다냥~

씽씽 달려 우주까지 달려 보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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