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도 이제 BTS처럼 월드스타 될 수 있는 거야?

보문사 소원 계단

by 야초툰
"나는 매년 미친 짓을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우연히 올라간 절 암자 앞에 붙어 있었던 사진 때문이었다. 그 사진에는 지금은 월드 클래스가 된 BTS 멤버 전원이 소박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고 있었고 그들은 나를 향해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너도 곧 월드스타가 될 수 있어" 라며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키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 옆에 있던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실언을 해버렸다.


"이곳에 오니까 마음을 정화되는 것 같아 매년 이곳에 오자!"

"진짜?"

"응 여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 몰라?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봤어?"


사실 마음을 정화한다기보다는 나의 사리사욕을 듬뿍 채워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뱉은 말이었지만 순진한 남편은 그 말 그대로를 믿어주었다. 그리고 그 말이 결국 내 발등에 도끼를 찍고 말았다.


"이번 해도 거기 가야지?"

"응? 응.. 그래야지.. 근데.. 내가 요즘 컨디션이.."

"그래도 가야지? 매년 가기로 했잖아 여아일언중천금 이라며"

"아.. 그렇긴 한데.. 끄응... 그래.. 가야지"

-속마음 (다른 건 잘 까먹더니 이상한 건 기억 잘하네.. 젠장)


그렇게 나는 과거 나의 주둥이의 업보를 씻고자 보문사로 향했다. 집에서 나올 때는 마치 아이가 가기 싫은 치과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는데,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씨가 너무 좋았다.

보문사에 도착해 보문사로 올라가는 길에 심신 노약자와 임산부를 태워주는 차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그 손짓에 여기 어때?를 외칠 뻔했지만 무심한 남편을 조용히 내 손을 잡아끌고 올라갔다.

"나쁜 놈"

사실 이 언덕까지만 올라가야 한다면 매년 이렇게 미쳤지를 외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언덕 끝에 나타나는 끝판왕 (419개의 계단)이 자욱한 안개와 함께 올해도 우리를 반겼다. 사람들이"소원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이 계단에는 당신의 쉽지 않은 여정을 응원한다는 듯이 입구에 옥색의 여러 개의 부처님상이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있는데 나는 매년 이곳에서 당신의 자비로운 은혜가 필요하다며 동전을 올리곤 한다.

"제발 올해는 소원의 계단이
천국의 계단이 되지 않게 해 주세요"

하지만 그 소원이 무색하게도 나는 올해도 남편을 향해 천국의 계단의 대사를 소리치고 있었다.


"황뎡서! 그냥 나를 두고 가! 먼저가 나는 틀렸어.. 체력은 돌아오지 않는 거야"


나의 그 외침에 남편은 나를 두고 갈 수 없다며 처음으로 나를 업어준다며 손을 덜덜 떨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나는 그 덜덜 떨리는 손을 무시하고 눈을 질끈 감으며 그의 등에 살포시 안착했다. 그렇게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갔을까? 계단에서 내려오는 두 명의 아주머니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제.. 제가 다리가 좀 아파서요. 그. 그래서.."

"에이~ 좋을 때다 좋을 때 업어줄 때 업히는 거지 머.."

"그래 좋겠다 나는 누가 업어주나? 좋을 때야 아주 보기 좋아"


그들이 지나가고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내가 내발로 올라가리라 내려달라고 말하고 말았다. 다시 내려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면 평생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생각보다 무거운 깃털의 무게에 놀랐던 건지 냉큼 알겠다고 바로 내려주었고 그렇게 꾸역꾸역 겨우 올라간 언덕 끝에는 보상이라고 하듯이 용이 여의주를 품고 승천하고 있었다.

칠이 벗겨진 여의주는 소원이 이뤄지기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문질렀는지 작년보다 더 색이 더 벗겨져 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 중에 나도 한 명이었기 때문에 올해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이제 내려가자고 남편을 쳐다봤지만, 그는 무조건 당신과 이 계단의 끝을 보겠다는 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너를 업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끝을 봐야겠다는 억울함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렇게 이번 해에도 미친 짓을 외치며 올라간 언덕 끝에는 부처님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와야지?"


따흑... 그래도 내려오는 길에 마신 쌍화탕은 2022년을 보내는 아쉬움과 2023년의 희망을 가득 담긴 탕이었다. 2023년도 야초툰 잘 부탁드립니다.

덧! 새해 다짐..

그림이 빠지면 서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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