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님처럼 퇴고하기
늦은 밤, 알 수 없는 소리가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에어컨 뒤에서 들렸다. 지지직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에어컨이 고장 나서 나는 소리인가 순간 생각 했지만, 매일 듣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 앉았다.
"지지직...야초툰 지지직..님 들리시나요?"
"네... 누구시죠?"
"미래의 당신입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된다고 해도 일단 들으세요.. 제가 조금 있다가 북토크에 가야 해서 시간이 없거든요…지금 당신 손에 4개월 동안 애끓이며 쓰셨던 악마의 심리상담소를 들고 계시죠?"
"맞아요.. 어떻게 아셨죠?"
"그거 당장 쓰레기 통에 버려요!"
"네?!"
"당장 쓰레기 통에 버리라고요. 어차피 당신이 지금 쓴 그 글은 쓰레기니까! 썼던 글을 다시 읽기 힘들어서 퇴고도 안 하셨잖아요!"
"네.. 하지만.."
막상 버리라고 하니, 갑자기 머리가 새하애져서 뽑아놓은 프린트물이 사라질까 더 품에 꽉 끌어안았고, 마치 그 모습을 보고 있다는 듯 미래의 내가 말했다.
"만약 당신이 버릴 수 없다면..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어요. 어쩌면 제 말을 듣고 쓰레기통에 당신의 글을 버리게 될 수도 아니면 당신이 썼던 글들을 다시 다 뒤집어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미래의 나는 조심스레 퇴고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퇴고는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요. 그리고 퇴고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이 쓴 글을 A4용지로 뽑아요"
"뽑았어요. 그래서 지금 제 손에 들고 있는데..."
"그럼 지금 당장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 서류를 일단 서랍 안에 넣어두고, 2주 뒤에 다시 읽어요. 어차피 당신은 지금.. 넷플릭스에서 연락 오면 어떡하지라던가.. 곧 JK롤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라며 꿈꾸고 있을 테니까.."
"그걸 어떻게..."
"제가 당신이라니까요. 2주 뒤에 다시 그 서류를 펼쳐서 일단 아무 표시도 하지 말고 눈으로 만 읽어요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거죠.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이번에는 자아를 분리해서 이런 질문은 던지는 거예요
지철이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철의 욕망의 실현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철의 욕망의 실현을 방해하는 반대자는 왜 주인공에 맞서는가?
지철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충분히 분투했는가?
지철이 욕망을 실현하는 한 번의 기회는 주어지는가?
악마의 심리상담소가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납득 가능한가?
초고의 결말보다 더 나은 결말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만족하는 글을 다시 다 고쳐서 A4 용지로 또 뽑아요 그리고 이번엔 소리 내서 읽는 거예요. 이 단어가 정말 이곳에 필요한가? 이 문장은 괜찮은가? 계속 묻는 거죠. 그러다 보면 처음과 다른 원고가 당신 손에 쥐어져 있을 거예요. 그럼, 그 원고를 들고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보는 거죠."
"맙소사 만약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지금 쓰레기통에 버릴게요. 제 가장 친한 친구는 제 남편 키가주니거든요. 만약 그가 내 글을 읽고 비웃기라도 한다면.."
"그것 봐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한 건데.. 하지만 당신이 그 글을 버려도 어차피 다시 돌아올 거예요 당신의 남편 키가 주니가 자신의 제2의 장항준이 되려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시 꺼내다가 당신의 책상 위에 올려놓을 거예요."
"그..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냥... 지지직... 퇴고하기 전까지... 정신수련을.. 지지직.. 만약 퇴고에 지지직 성공한다면... 당신의 미래는..."
"미래는? 어떻게 된다는 거예요? 알려줘요~~~~"
"지지직.... 띠리링"
취침모드 2시간 예약 시간이 끝났는지, 전원 꺼짐 소리와 함께 에어컨은 꺼져버렸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다. 다만 내 손에는 방금 쓴 따끈따끈한 초고만이 들려있을 뿐이었다.
To Be Or Not To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