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는 충치를 얻게 되었지.
처음 시작은 끌어당김 효과에 대한 남편의 믿음 때문이었다. 본인도 가고 싶었던 버스회사 문지방을 그렇게 닳도록 밟았다며, 나도 책을 내고 싶다면 파주출판도시 그 언저리를 매일 들락거려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남편은 쉬는 날이 되면 나를 끌고 파주 아울렛을 향했다.
물론 차 안에서 고통은 나의 몫. 사탕을 입에 잔뜩 넣고도 온갖 토크를 하는 양반인 관계로, 내가 유명해지면 자신은 카니발을 뽑아 매니저를 한다는 둥, 집은 운양동에 주택단지에 살면서 장모님 장인어른을 모신다는 둥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웅장한 출판도시의 등장. 결국 기세에 눌려 그 뒤로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꾹 다문 입속으로 ‘저들 중에 나를 불러주는 이가 있을까?’ 소설을 투고한 지 한 달, 반려 메일을 받으며 소설은 투고해도 안된다는 말이 사실인가 싶었다.
집에 와서도 이렇게 써도 안된다며 진짜 안 되는 건가? 내 글이 별로인가? 절망에 빠져 있다가도 남편이 또 파주 가야지 하면 따라나섰다.
그렇게 나는 절망과 희망을 태운 한 배에 노를 젓고 있었고, 남편의 차 안에 뜯은 사탕 봉지만 한 트럭이 되었다.
어느새 6월. 투고 후 한 달 반 가량이 지났을 무렵,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0000 출판사입니다. 혹시 출판 계약 하셨나요? 전화통화 혹시 가능하실까요?”
“???”
첫 느낌은 응? 어디 출판사라고? 여기서 왜 나를? 그러니까 그 출판사라는 거잖아.라는 사실을 깨닫자 심장이 미친 듯이 나대기 시작했다.
내 청소년기를 링가디움 레디오사를 외치게 만든 그 출판사. 그 뒤 내용은 적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거의 패닉상태였다. 아마 어버버와 어머머의 그 중간쯤.
분명 출판사 전화를 받는 상상 속 내 모습은 아 그래요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와 같은 당당한 모습이었는데, 막상 현실에서의 내 모습은 네? 언제요? 내일이요? 그러니까 그게…를 연발하는 초등학생 정도의 어휘력을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어설픈 전화통화를 마치고 다음 날, 출판사로 향했다. 나는 당장 계약을 할 거라 생각해서 출판 계약에 대해 공부를 피 터지고 하고 갔다. 눈팅 맞지 않으리.
하지만 아니었다. 계약을 하기 위한 절차라는 것이 있었고, 이번 연도 일정은 꽉 차서 내년이나 책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저도 이번해에 내는 건 부담스러워서 “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작가님 입고는 언제쯤 가능하실까요? 계약서에는 길게 이번 연도 말까지 잡기는 했는데. “
“입고요??”
나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게 뭔가요? 저는 투고할 때 원고를 보냈는데,라고 쳐다보자 편집팀장님은 웃으면서 내가 고치고 싶은 부분을 고쳐서 완성된 원고를 다시 출판사에 보내는 날짜라고 했다.
“그리고… 책에 들어갈 삽화도 함께.”
“그래요? 그럼! 7월 15일까지 보내겠습니다.”
“아 네.”
그때는 몰랐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내 똥줄을 내가 잘랐을 줄.
요즘 제 똥줄 타고 있다는 이야기를 길게 했네요.
아마 출간을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원고도 아닌 그림도 아닌 급변하는 주변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가진 고급 메… 멘털인 것 같네요.
덤) 남편은 결국 충치가 생겨 치과에 가게 되었다. 키 190에 치과 무섭다며 덜덜 떠는 모습에, 너는 매니저는 글렀구나 싶어졌다. 어이구 저 두부 멘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