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보는 방식

에세이 추천

by 야초툰

사실 최근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르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가 덮기를 반복했다.


어쩌면 책 슬럼프인가 싶었다.


그 좋아하는 독서클럽도 참석하지 못했다. 책을 읽어야 하는 모임인데, 책을 읽지 못하니.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저 평범한 문장인데 마음에 꼭꼭 박히는 문장들이 많았다. 읽다 보니 어느새

다시 읽혔다. 책을 읽지 못해 생겼던 조바심이 걱정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같이 지나갔다.




사물을 보는 방식

관찰한 사물-파란 돼지 저금통

떠오른 주제: 나는 파란 돼지


나도 핑크색이 되고 싶어.

사랑받고, 배도 부르고 싶거든.


주니야,

돈 많이 벌어서

내 속 좀 따뜻하게 해 줘.

나 아직…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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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차갑고 무심한 사물에도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오래도록 고민하고, 천천히 들여다보고, 마침내 꺼내든 문장들은 마치 잊고 있던 빛 한 조각처럼,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이 되어 다가옵니다.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갔던 풍경을 온정 작가는 멈춰 서서 바라봅니다. 도로 위, 막힌 차들 사이에서 손재주를 발휘하는 아저씨에게선 묘한 배움을 발견하고,

낙엽을 줍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노인에게선 따뜻한 미소 하나를 길어 올립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 우리는 종종 그냥 흘려보내지만, 책은 그 순간들을 결코 허투루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던 장면은 미국에 있는 오빠의 결혼식에서, 작가가 직접 쓴 축사를 읽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꿈꿨을 장면이 아닐까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사랑만으로 써 내려간 단 하나의 글.


그 장면은 마음 깊은 곳 어딘가를 조용히 두드리고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또 하나, 가슴에 와닿은 주제는‘안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루가 저무는 저녁,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묻는 짧은 말,


“오늘은 별일 없었지?”


그 짧고 조용한 안부 한 마디가 때로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침표가 되고, 때로는 우리가 놓친 하루의 마음을 되짚게 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연속적으로 변하는데, 말하고 안 하고는 완전히 이분법적이잖아. 말을 안 하면, 끊임없이 바뀌는 상대의 감정을 알 도리가 없지.”

(p.117)


이 문장을 읽고, 남편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알게 됐어요.


우리 남편은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자신의 하루를 아낌없이 쏟아내는 사람이란 걸요. 혹시 그는 은연중에 자기는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같은 듯 다른 이야기 속을 살아갑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 다름을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글을 따라가며, 그 사람의 마음, 생각, 말투,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천천히 스며듭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덮으며, 온정 작가가 이 모든 문장에 담아낸 마음을 이렇게 말하고 싶어 졌습니다.


“세상은 아름답다.
자세히 보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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