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fton Suspension Bridge
아찔한 높이의 다리 위를 걸어간다. 내다보이는 시야에 자연이 깎아지른 절벽과 말라붙은 강이 순식간에 담긴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밀려오는 본능적인 생각에 기어이 고개를 떨구어 밑바닥을 쳐다본다. 아득한 거리감에 다리를 좀 후들대며 스치는 생각. 나는 지금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운 걸까, 떨어지고 싶어서 무서운 걸까?
떨어질 것 같거나, 떨어지고 싶거나. 이 알쏭달쏭한 한 끗 차이의 어감이 생존과 죽음을 갈라놓는다. 유려한 곡선에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케이블을 튕기면 하프처럼 감미로운 소리가 진동할 것 같다가도, 저 많은 줄 어딘가에 뾰족한 화살촉을 걸어 제 자신을 겨누고 있을 어떤 이의 날 선 긴장감이 감도는 것처럼. 몇몇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누군가는 이곳을 뛰어내려 자살을 선택했고, 누군가는 번지점프라는 놀이로 찰나의 희열을 누렸으니 말이다.
Avon 협곡을 가로질러 1864년에 완공된 클리프톤 현수교는 영국 브리스톨 홍보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브리스톨의 상징이 되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린 '자살교'라는 불명예도 안게 되었다. 1974년과 1993년 사이 127명이 목숨을 끊어 그 이듬해에 여러 안전장치가 설치되었고 현재까지 약 500여 명이 이곳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죽음 대신 삶의 아찔함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던 몇몇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이 다리에서 세계 최초로 번지점프를 강행했는데 당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가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풀려났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험을 멈추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번지점프 놀이를 몇 차례 더 진행하는데 이것이 현대식 번지점프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한 번의 용기로 스릴 있는 희열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한 번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이 두 가지 모순적인 이야기를 클리프톤 현수교를 거닐면 느낄 수 있다. 들리는 이야기가 아닌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나 또한 '추락'에 대한 몰입에 빠져버린다.
멋진 경관과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이곳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그리고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선택한다. 작은 숨소리마저 소음처럼 들리던 예민함이 백색으로 무뎌지면서 내면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 위대한 자연 위에 세워진 아찔한 인간의 조형물을 앞에 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