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우영우 말고(?) 우당탕탕 신앙라이프
나는 어렸을 때 한국교회를 떠났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교회가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걸쳐 마침내 개신교인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1년 동안 우당탕탕 신앙라이프를 찍은 거 같다.
나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놓쳤는가. 삶의 어떤 순간을 살아가며 지금 내가 어디에 있나 점검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미래의 나에게 나침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앙의 길을 걸어갈 또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람으로, 우당탕탕의 기록을 전한다. *이 기록은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평어체(반말)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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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당탕탕 신앙라이프라고 했잖아. 지난 1년이 너에게는 어떤 시간이었어?
변화와 굴곡, 배움과 후회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시간이었어. 작년 8월에 우연한 계기로 기도를 시작했거든. 그 때부터 마음의 변화가 생긴거야. 그 전에 알지 못했던 신의 사랑이나, 삶에 내내 함께한 은혜를 발견했어. 자연스럽게 당시에 연이 된 동네친구를 통해 교회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 찬양예배나 금요기도회 등 가능할 때마다 예배에 갔어. 신을 향한 갈증이 계속 생겼거든. 배낭여행을 하러 다른 나라에 가도 예배 생각이 날 정도였어.(웃음) 일정보다 일찍 돌아와서 예배에 가고.. 그랬어.
2.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가장 크게 배웠다고 생각해?
예수님을 만났다고 생각했거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정말 예수를 알고 있나 모르겠어. 모른다는 사실을 배웠다는 게 웃기지만 이게 가장 큰 배움이야. 그래도 확실한 한가지가 있다면 예수의 제자된 삶을 살고 싶다는 거야. 그 삶이 어떤 삶인지 살면서 찾아가야겠지만 말이야. 암튼 지난 1년의 결실이라고 한다면, '(배움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아.
3. 그럼 후회했던 건 뭐야?
두 번의 후회가 차례로 찾아왔어. 먼저는 지난 삶을 회개하면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거야. 하나님 말고 의지하는 게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유치하긴 한데, 아끼는 타로카드도 버리고 (영적 행위로서의) 요가도 하지말자고 생각했거든. 유행 따라 했던 코피어싱도 뺐어.(웃음) 이거는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다니던 교회를 떠나는 무거운 선택을 하기도 했어. 새로운 가치관이 내 안으로 들어오면서 삶을, 세상을 어떤 렌즈로 봐야할지 계속 고민했던 거 같아. 실제 내 삶과의 괴리감을 느꼈거든. 하나님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싶은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당시의 앎에서 했던 최선의 선택들이었다고 생각해.
시간이 지나 했던 두번째 후회는, 자의로 하나님을 다 안다고 믿은 거야. 하나님을 따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말그대로 마음만 앞섰던 거 같아. 친구가 내 신앙을 걱정하고, 거리두기를 하라는 말을 했거든. 최근까지도 내가 만나는 하나님이 전부라고 생각했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어. 나도 답답했고 그도 그랬을거야.
그러다가 성경을 이렇게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건 어쩌면 성경을 하나님보다 우선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거야. 성경에 하나님의 말씀이 쓰여있다고 하잖아. 우리는 성경말씀을 보고 하나님을 이해하는 건데, 역사적으로 말씀에 대한 해석은 계속 달라졌거든. 근데 그럼 지금 내가 알고 있는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보고 싶은대로, 느낀대로만 하나님을 믿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내 좁은 이해체계 안에 크신 하나님을 가두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4. 요즘 일상이 어때? 무슨 생각하며 지내?
찬양에 대한 갈망이 이제 지식적인 궁금증으로 옮겨갔어. 이제는 찬양을 들으면 질문이 떠올라. <예수 닮기를>을 들으면서는 예수는 어떤 존재일까 생각하고, <주의 나라가 임할 때>를 들으면서는 '하나님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고민해.
그래서 <오늘의 신학공부>랑 <랜선신학교>에서 신학 강의를 듣고, 신학관련 책을 찾아보고 있어. 몇 달 전까지만해도 성경이나 신학 이론서를 읽는게 좀 힘들었거든. 나는 지금 하나님을 느끼고 있는데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나봐. 이제는 정말 알고 싶어. 알고 싶어서 공부해. 신기한 건 공부하면서 가끔 눈물이 나고 은혜를 받는다는 거야. 내가 강의를 들으면서 찔끔할 줄이야. 아, 예수님!
5. 하나님나라는 어떤 나라인거 같아?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나?(웃음) 처음에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는 것'이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했거든? 이제는 믿음도 무슨 뜻일까, 생각하게 돼. 단순하게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그리스도가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했다"는 것을 믿으면 그게 믿음일까? 이거에 대해 신학자들의 의견도 정말 다양한 거야. 원론적으로 예수의 십자가사건만 믿으면 천국간다, 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 사건을 복음(福音), 기쁜 소식이라고 하잖아? 근데 그 안에 담긴 정신이 뭘까 생각하게 돼. 어떤 사실이나 상황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정신이 진짜 복음인 거 같아. 그 정신을 살아내는 것이 하나님나라가 아닐까?
6. 지금 너의 신앙은 어디쯤에 있는거 같아?
아이들이 부모말을 잘 따르다가 엄청 궁금증 많아지는 시기가 찾아오잖아. 이거는 왜 이런거야? 다 질문하고. 딱 그 시기가 떠오르네.
어떤 순간들은 후회가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렇지만 너무 궁금해서 신학 강의를 듣게 되기까지 노랫말 속 성경 구절을 듣고, 만화로 된 어린이성경을 읽어보고, 서점에서 다양한 책을 뒤적거렸던 시간이 있었어. 아기가 울거나 기어다니는 게 잘못된 건 아니듯이, 신앙의 첫 시절을 자책하고 싶지는 않아. 조금씩 나의 신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믿어.
7. 그러면 앞으로 어떤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
일단 나에게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 지식이 더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당분간은 신학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배우고 싶어. 도취되지 않고 싶어. 내가 아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배울 여지가 사라지는 거 같아. 누군가를 사랑하면 더 알고 싶잖아? 그 사람이 뭘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고, 삶의 언젠가는 이런 상처나 아픔이 있고.. 하나님에 대한 마음도 비슷해. 더 알고 싶어. 사랑하는 일은 더 알고자 하는 노력인 거 같아. 참, 그렇다고 찬양과 기도도 놓고 싶지는 않아. 이 시간은 순수한 기쁨이자 영적 생활을 이어가도록 해주는 땔감이 되더라. 소중한만큼 불씨를 잘 이어가고 싶어.
궁극적으로는 살아온 삶이 신앙과 통합되기를 바라. 한동안은 과거의 삶과 경험을 부정하고 후회했거든? 근데 누군가가 기도해주면서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이 말씀을 들려줬어. 작은 위로가 되더라. '거듭난다'는 말이 있잖아. 하나님을 만났다고 이전의 삶을 버리는 것이 정말 거듭나는 걸까? 비록 후회하는 경험을 지닌 삶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고유함을 믿으며 다른 존재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사는 것, 지금의 나는 그게 진정 거듭나는 일이라고 생각해. 1년동안 나의 부족함으로 쓴맛을 단단히 봤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싶어.
8. 이 여정에서 가장 감사한 것들을 말해보자면?
어쩌면 평생동안 기도한 아빠, 분명 기도하는 마음으로 키워준 엄마, 응원이든 질책이든 진심을 꾹꾹 담아 건네준 사람들. 무엇보다 이런 나조차 사랑한다 말해주시고, 사람과 상황을 통해 당신께로 인도하시는 하나님.
9.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겸손하게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