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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야감 Jun 25. 2024

범죄산업의 성장과 사설치안유지단

33문장

"그곳에선 얼마나 오래 근무하셨습니까?"

"20년간 일했습니다"


"인원 축소 바람에 휩쓸리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더군요"

"그래도 당신은 끄떡없지 않습니까?"


"범죄는 성장 산업이거든요"


액스(도널드 웨스트레이크) 中


범죄는 언제 성장할까? 먹고살기 힘들 때 그럴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뒤가 없는 경우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어떤 산업이 쇠퇴하는 도시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으로 1970년대 디트로이트가 그러하다. 디트로이트의 범죄도시 정체성은 지금까지도 강하다.


그럼 우리나라는 범죄가 성장할까, 쇠퇴할까? 아마 성장할 것 같다. 각종 지표는 나라의 성장을 보여줄지 몰라도 실상은 조금 다르다. 지표를 뜯어 그 안을 살펴보면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란 사실 생물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권력을 잡은 쪽이 그것을 많은 개체들이 깨닫지 못하게 하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민심을 잠재우든, 혹은 극에 달 판때기 자체가 뒤집히든 할 뿐.


경제를 필두로 각종 자원들이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 좋지 않은 극단에 몰린 자들 중 소극적인 개체는 자체 소멸을 선택하겠지만 적극적인, 공격적인 개체들은 폭력적인 형태로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이는 범죄의 형태를 띨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면 그런 범죄로부터 안전하고자 하는 수요가 생긴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 수요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


-


미국 교도소 티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범죄자를 교도소에 수감하고 교정하는 그 과정도 비용이 발생한다. 이미 양극화가 기본값이 이곳에서는 수많은 범죄자들이 교도소를 들락거려 왔고 이제 사회적으로 이를 커버하기 힘든 수준인가 보다. 그래서 지금 일정 금액 이하의 절도는 처벌조차 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본 것 같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풍족한 양극화의 정점들은 점차 어떤 행동을 할까? 일단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매우 공고히 할 것이다. 신원이 확실한 자들끼리만 교류할 것이고 그 커뮤니티에 새롭게 입성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커뮤니티 내 결혼, 지역 상급지의 공고화와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연애결혼이 일반적이었던 근래 100년간은 역사상 이례적인 시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성장한 범죄에 부응하여 치안유지사업이 발전하지 않을까. 용어는 방어적이고 중립적으로 치안유지라고 하였지만 사실상 경찰이 하는 업무 이상을 가능케 하는 민간사업단체의 출연도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물론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많은 것을 소유한 자들이 미디어를 이용한 정치적 빌드업을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설고용 치안유지단, 혹은 지역마다 발생할 수 있는 자경단은 단지 세금을 받는 경찰들 이상으로 범죄소탕에 적극적이지 않을까. 그들의 실적자체가 돈이므로 뛰어난 군인들, 무기 관련전문가들이 이러한 사업에 뛰어 듬직하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어떤 영상에서 본 인도 재벌 집을 지키고 있는 소총 든 군인들이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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