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로2024 대회가 한창이다. 아침마다 뜨는 유럽국가 간 축구 하이라이트에 설레지만, 경기내용은 차치하고 다량의 화끈한 골장면을 기대하는 나에게 조금 실망적인 경기들이 많다. 이번 대회에 라스트 댄서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단연 최고는 독일의 프로패서 토니 크로스, 교수님의 마지막 계절학기이다.
각종 분야의 운동선수들을 보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주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저들이 바로 고귀한 사주를 타고난 자들인가 싶은 느낌. 축구에 한정하여 선수로서 정점을 찍고 지도자로서도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지네딘 지단, 지난 한 해 엄청난 센세이셔널로 초보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퍼포먼스의 사비 알론소, 그리고 소속 클럽의 수많은 리그,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핵심적인 공헌을 한 토니 크로스까지.
3명의 국적은 각각 다르지만 183~185 정도의 키에 균형 잡힌 신체, 크지 않은 감정기복, 신체와 기술의 적절한 조합, 엄청난 뇌지컬이 돋보이는 선수들이다. 이 중 토니 크로스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 한다고 한다. 그의 플레이에 비견할만한 선수는 당장 더브라위너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 그야말로 세계 정점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박수 칠 때 떠난다를 정말로 실현하려 하고 있다. 기량이 꺾인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이 사우디리그나 미국리그로 가는 것과는 다른 매우 이례적인 행보이다.
그렇다고 줄어가는 기량에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는 선수들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실력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리그에서 경기한다는 것은 엄청난 장인정신이자 직업의식이다. 더불어 천문학적 금액의 연봉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럼에도 토니 크로스의 자기 가치가 최고일 때 떠난다는 판단, 고점을 파악하고 과감히 매도를 누를 줄 아는 기마이. 이런 절정의 기량의 월드클래스급 선수가 이렇게 은퇴한 전례가 있나 싶으며 그야말로 이것은 예술의 영역이라 하겠다. 그가 필드 위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만큼 무감정적이며 칼 같은 모습이다.
뛰어난 미드필더는 일반적인 선수보다 훨씬 다양한 차원에서 경기장 위치와 다른 선수들을 파악하여 플레이한다고 한다. 선수들의 순간적 움직임, 공의 위치, 흘러갈 경기모습 등을 순식간에 처리하여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런 메타인지로 인해 미드필더 출신 감독들이 지도자로서 더욱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량이 최고일 때 떠나고 싶다던 자신이 과거에 뱉은 말을 지키며, 이를 실제로 이뤄내는 토니 크로스의 모습은 한 분야 최절정의 인간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교본이다.
주식시장이든, 결혼시장이든 특정 주기로 대부분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Bullish한 장은 온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사람은 항상 소수이다.
본인 깜냥껏 지금이 고점이라는 것을 파악하는 직관의 날카로움, 그래서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