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평온을 비는 기도

by 전야감

누군가는 나를 항상 밝은 사람으로 보았지만 2018년부터 2020년은 내면적으로 가장 어두웠던 시기였다. 딱히 바뀐 것은 없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고 있었고 결혼 적령기를 맞은 30대 남자의 내면 성장기였다.


그 시기와 겹친 부동산 및 각종 자산 폭등은 주는 아니었지만 분명 나에게 짙은 그림자를 더해준 건 사실이었다. 누구는 부모님에게 아파트를 상속받았다느니 결혼할 때 얼마를 받았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홀로 계신 노모를 부양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숨이 턱턱 막히는 소리였다.


그런 모든 것들이 나를 옥죄는 쇠사슬로 다가왔지만 2020년 초 코로나가 찾아왔고, 그 와중에 잠시 직장에서 벗어나 참여했던 6개월간의 연수는 내 인생 새로운 서막의 시작이었다.


그 연수가 끝나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해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으로, 슬프지만 어떤 면에서는 많은 것에 대한 포기로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한 새로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강한 확신이 굳어가면서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떨치는 시기였다.


다음은 그 당시에 읽은 글 중 크게 가슴에 다가온 글귀이다.


신이시여,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 두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 - 라인홀트 니부어(Reinhold Niebohr)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삶을 이겨나갈 수 있는 최고의 진리가 녹아있는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그 3년간 그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 나는 가슴 아픈 하루하루를 견디며.


그리고 이제 새로운 삶을 살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진 2021년의 시작과 함께,

그녀가 내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