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시작과 띠링-알림음

튤립을 설치하다

by 전야감

2021년이 시작하고 4일이 지났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난듯한 2학기 마지막 주의 월요일 출근을 마쳤다. 방학식은 그 주 금요일 8일이었다.


1월 8일 내 생일은 항상 방학 중이었기에 지금까지 학교에서 축하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 해의 마무리와 함께 매번 그렇게 묻혀 가는 생일이었다. 내가 학생일 때든 교사일 때든 말이다. 이번 34살 생일은 이례적으로 학기중 맞게되었다.


만 2년째 근무 중인 학교에서 1년을 더 근무하기로 마음먹고 올해는 어떤 한 해를 보내야 할까 고민이 많던 터였다. 그렇지만 긍정적이고 희망찬 마음가짐을 놓지 않으려 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수에서 친해진 밝고 에너지 넘치는 선생님들 덕이 컸다. 직장동료로 만났다면 어땠을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어떠한 이해관계없이 편하게 지낸 그들 덕분에 같은 과목 교사로서 공감대를 나누며, 과장 없이 대학교 때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낸 2020년 상반기였다.


행복했던 연수의 나날들. 사진은 연수 마지막날 쫑파티.


이 시기의 주된 고민은 대부분이 그러하듯 결혼, 배우자, 나의 미래 등이었다. 내가 가진 것에 비하여 부족함 없이 이성을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을 앞둔 상태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이 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배우자에 대한 데이터를 첨예하게 좁혀와 결혼 시장이라는 곳에 잠정적인 탈락자들을 양산해오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너무나 가볍게 그 바운더리에서 밀려났다고 확신했다.


그러던 중 2020년 11월쯤 언젠가 튤립이라는 앱을 알게 되었다. 이 앱은 소개팅 앱이다. 대문짝만 한 프로필 사진을 기반으로 상대방과 호감을 주고받는 다른 앱들과는 달리 이 앱은 가치관을 기반으로 상대방과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이 사진은 광고란이 아닙니다. 튤립에서 돈받고 쓰는 것 아닙니다.


그 앱을 접하고 놀란 것은 매칭률이었다. 현실 세계가 그러하듯 온라인 세계에서도 일반적인 남자가 여자와 매칭될 기회는 꽤 드물다. 대부분의 앱들이 마치 맘에 드는 이성과 높은 빈도로 매칭될듯한 광고를 통하여 유저들에게 과금을 유도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특별한 플러스알파 없이 풍부한 연애의 부를 누리는 소수의 남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이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다는 역발상이 적어도 남자 유저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사진을 통해 순식간에 만들어진 선입견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닌, 내면적인 연결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쌓아올라가는 방식은 아무리 온라인이어도 사람에 대한 태도를 보다 진중하게 만들어 주는 듯 하였다.


그렇게 나는 시간과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너무나 좋은 분들과 만남을 할 수 있었다. 비록 그 만남을 계속 이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여느 소개팅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1월 4일 밤 나는 여러 가지 상념에 젖어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바뀌어 시계는 1시 즈음을 가리키고 있던 그때,


[띠링-]


튤립에서 매칭 알림음이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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