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4
문구점주인의 세계명작 읽기
by
조옥남 Ayuna
Jan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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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손님이 묻는다.
“요즘에도 일기 쓰는 사람이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두꺼운 노트는 팔리고,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자기 하루를 적고 있을 테니까.
글을 쓴다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다.
오늘의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붙잡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안네에게도 글쓰기는
바로 그런 일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 사라지지 않겠다는 다짐
안네는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고백은 가볍지 않다.
총성과 체포의 공포가 일상인 시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공간에서
꿈을 말하는 일은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은신처의 하루는 늘 불안 위에 놓여 있었다.
낮에는 발소리를 죽여야 했고,
창밖의 작은 소음에도 모두가 숨을 멈췄다.
라디오에서 전해지는 전쟁 소식은
아이의 마음까지 무겁게 눌러 앉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안네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한다.
기자가 되고 싶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다고 쓴다.
이 말들은 허황된 희망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안네에게는 오히려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안네는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글을 다시 읽고,
문장을 고치고, 표현을 다듬는다.
일기장은 점점 연습장이 되고,
기록은 점점 작품에 가까워진다.
라디오에서
“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의 기록이 필요할 것”
이라는 말을 들은 뒤,
안네는 자신의 글이
단지 개인의 비밀이 아니라
언젠가는 세상에 닿을 이야기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된다.
안네에게 꿈은 막연한 미래의 계획이 아니었다.
그 꿈은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고,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게 붙들어 주는 중심이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었지만,
안네의 생각까지는 빼앗지 못했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그녀는 숨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았으며, 자기 자신으로 존재했다.
그래서 안네에게 글쓰기는 취미도, 소망도 아닌
생존의 다른 이름이었다.
문장이 이어지는 한,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은, 안네가 바랐던 대로
마침내 우리에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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